꼭두각시의 꿈, 거북의 털 (환몽귀모幻夢龜毛)

꼭두각시의 꿈, 거북의 털 (환몽귀모幻夢龜毛)

  

꼭두각시의 꿈이나, 거북의 털, 토끼의 뿔은

실제로 있지 않는 것을 있는 것으로 표현한 선어禪語입니다.

우리 범부 중생들은 보고 듣고 감각하고 아는 모든 것이 실재한다고

철썩같이 믿기에 탐진치 삼독에 물들어 고해바다를 떠돌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남의 구별이나

능소能所(주관과 객관)의 관념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욕심을 참는 것도 참으로 ‘나’라고 내세울 실체가 없는 줄 알면,

너와 나의 분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욕을 받을 주체가 없는데, 욕을 주고 곤란을 줄 객체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사이라,

실제의 삶에 있어서는 앎과 실천이 천지현격天地懸隔일 따름입니다.

이제 감을 잡았다면 하나하나 실천하며 스스로 점검해 보며

증득해가는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알았네’, ‘한 소식 했네’ 하는 아만보다 무서운 마구니가 없습니다.

  

님이 지금 그러한 상태라면 반드시 대승경전을

조사스님의 주석註釋을 근거로 열람하고 자심반조自心返照하며 점검하면서

 ‘끝없이 초월하는 길’(向上一路)을 걸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화신도, 조사스님도, 선지식도 부재한 이 말법시대에는 반드시

법등명法燈明으로 길을 밝혀야만 증상만增上慢의 길로 잘못 빠지지 않습니다.

  

한 10~20여 년을 묵언하면서 틈틈이 경전과 조사어록을

깊이 천착한 후 그때 비로소 세상에 나가 진리를 전하십시오.

그 전에 당신이 설법을 하며 스승 행사를 한다면

남도 속이고 자신도 속이는 마구니가 될 것입니다.

일 없이 한가한 도인(無事閑道人)이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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