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1. 18. 10:00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그대, 보지 못했습니까? / 릴라님
보지 못했습니까?
무소부재의 이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보는 이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보이는 이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봄 없이 보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보임 없이 보이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산이 누렇게 변해가는데 누런 산만 봅니까?
들이 생기를 잃어 초록의 빛을 감추어 버렸는데, 그 빛깔만 쫓습니까?
하늘은 사계절 푸르른데 푸르지 않은 이것은 보지 못합니까?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고 분주하게 지나가는데 그 사람들만 보입니까?
아침에 일어나 생각 따라 또는 습관 따라 움직이는데
움직이지 않은 이것은 보지 못합니까?
해가 떨어질 때까지 이것저것을 쫓아다녔는데,
쫓아갈 필요 없는 이것은 보지 못했습니까?
지친 몸을 잠자리에 뉘면서 허망한 하루의 일과만 되뇌었습니까?
나와 둘이 아니어서 늘 하나로 일어나고 잠에 드는 이것은 보지 못합니까?
잠에 들기 전 불편한 몸 때문에 뒤척이면서도 불편함과 하나이나 어느 불편함에도
속하지 않는 이 생생함은 보지 못합니까?
겨우 잠에 들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꿈의 세계를 거닐면서도
그 모든 꿈의 바탕을 보지 못했습니까?
다시 눈을 떠 세상이 저절로 눈앞에 펼쳐질 때,
펼쳐지기 전 이미 깨어있는 이것을 보지 못합니까?
하루 종일 이것과 하나이고, 보이는 것마다 뚜렷합니다.
하는 일마다 한결같고, 꿈과 같은 삶이 이 안에서 펼쳐집니다.
일 년 삼백예순날 무슨 일이 펼쳐지든 모두 이 하나의 일입니다.
의식이 작동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봄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조차 이것이 보고 있고, 봄 없는 일까지 두루 보고 있습니다.
내가 봄이고, 봄 없음이 곧 봄입니다.
이런 말에도 묶이지 않는 것이 참된 봄입니다.
7080 베스트 50 모음 (K-pop) 7080 Best 50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화엄경·보현행원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것'도 없으며, 진실한 것도 없다. (0) | 2018.12.08 |
---|---|
본래 부처이니 당장 부처로 살아라 / 도법스님 (0) | 2018.12.01 |
과거이멸(過去已滅), 미래미지(未來未至) 현재공적(現在空寂) (0) | 2018.11.18 |
강도가 불자가 된 이야기 (0) | 2018.07.27 |
인드라망 / 릴라님 (0) | 2018.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