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8. 13:54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능엄경
무엇이 마음인가?
마음에 정해진 주체는 없어, 자기가 지은 업만큼만 세상 생각
불교가 마음의 종교라는 것을 사람들은 다 안다. 마음이 무엇인가? 무엇이 마음인가?
『능엄경』에서 부처님이 아난존자의 물음에 대하여 마음을 가르치신다.
마음은 사유의 정체를 갖고 있지 않아서 몸 안에도 몸 바깥에도 몸 안팎의 중간에도
존재하지 않는 무체(無體)로서 다만 ‘아는 능력’, 즉 '아는 거'라고 말씀하신다.
마음의 능력이라 말하면 사람들은 보통 그 능력을 행사하는 실체가 있는 주체를
상정하기가 쉽다. 그러나 마음의 아는 능력, 생각의 능력을 지닌 주체로서의 정신이란 없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이다. 마음의 인식, 생각의 인식은 있는데, 그 인식을
행사하는 주체가 없다는 가르침이 불교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은 서양신학에서 말하는
영혼(靈魂) 같은 정신적인 실체가 존재해서 육체의 죽음을 초월하는 고정불변의
존재자 같은 것이 아니다.
불교의 유심사상(唯心思想)은 서양신학의 유심사상(唯心思想)과는 다르다.
『능엄경』에 있는 구절처럼 ‘제법의 나타남은 오직 마음의 나타남’(제법소현 유심소현,
諸法所現 唯心所現)이고,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만법이 오직 마음의 인식’
(三界唯心 萬法唯識)이고, 일체 만법은 거울 속에 모양이 나타나듯이 마음이 나타내는 바‘
(一切萬法 唯心所現 如鏡中像)와 같다.
서양신학의 영혼에는 순수의식이라는 고정불변하는 정신적인 실체가 독립적 독자적으로
사유(思惟)한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은 의식적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아니고,
무의식적 차원이다. 마음에는 고정불변의 주체가 없지만, 여러 가지 차원의 마음들이 있다.
에를 들면, 물을 볼 때 인간은 물을 물로 보고, 아귀는 물을 피고름으 보고, 물고기는 물을
자기 집으로 보고, 천상세계의 존재는 물을 찬란한 보석으로 생각한다. 이것을 일수사견
(一水四見)이라 한다. 존재 각자의 차원대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그 다양한 차원은 존재 각자가 지은 업력에 의하여 결정된다.
마음은 존재 각자가 지은 업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다.
존재 각자가 지은 업은 전생이나 금생의 마음이 지은 기(氣)의 습관으로서의 습기(習氣)다.
그 습기는 욕망으로 인해서 생긴다. 왜냐하면 욕망은 마음 바깥 경계와 관계를 짓는
관심인데, 그 관심의 호불호가 기호를 낳아서 습관을 형성하기 때문에 습기는 욕망이
원인이 되어서 생기는 것이다. 욕망은 타자지향이다.
이 타자지향의 욕망이 무수한 관념(개념)을 낳는다. 18세기 영국 철학자 흄의 지적처럼
마음은 무수한 관념의 다발로 엮어져 있다. 마음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차원인 업의
욕망으로 표현되며, 그 업의 인식이 세상의 경계를 나타낸다.
그리고 업의 인식 그 바깥의 경계가 다시 마음의 무의식(無意識)인 아뢰야식(第8識)에
업식의 기질과 기운으로 기록 저장된다. 그래서 무의식적 마음의 욕망과 무의식적 마음
바깥 경계의 업식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돌고 도는 것이다.
마음을 이렇게 살펴보면 마음은 무의식의 욕망과 마음 바깥 경계의 사이에 오고가는
관계와 같다. 그 관계에 온갖 편견과 오만과 지식과 선악과 호오가 함께 혼융되어 있다.
이것이 중생으로서의 인간의 관념이다. 이것이 마음이다.
그렇다면 마음은 결정적인 것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결정적인 마음이기에
도덕의식이 마음의 무의식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한다.
결정적인 것이 아닌 마음이기에 수행과 참회가 의식적 마음의 관념들을 일시에 태운다.
모든 관념들은 실상이 아니고 환상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환상, 찌꺼기들인 관념을 태우면,
거기에 깨끗한 마음이 세상을 해맑은 거울처럼 여여하게 비추어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다 마음 뿐인데, 마음의 차원인 생각하는방식이 다를 뿐이다.
마음은 무의식적 사고방식이지, 의식적 사고방식의 정신이 아니다.
모든 분별이 사라진 사고방식이 부처, 깨달음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kihyhy@aks.ac.kr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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