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내가 원하는 일입니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나의 뜻과 맞지 않습니까?
어젯밤 잠에 들려고 할 때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소에 건장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다른 지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쑥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배 아래 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온 그것은
가슴을 치받았습니다. 단단한 바윗덩이 같은 그것은 막힘없이 흐르는 물을 가로막듯
명치께에 끼어 답답함인지 안타까움인지 모를 감정을 일으키며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건강하여 전혀 사멸과 인연이 없어 보이던 존재들이 예상치 못하게
사라지는 안타까움은 인간이 겪는 아픔 중에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것입니다.
이것은 나의 근간을 흔들고, 견고하게만 보이는 세상에 지진을 일으킵니다.
겉으로 보이는 바람이나 기대가 어긋날 때보다 존재의 근간을 이루는 무의식적 분별
구조가 위협을 받을 때 우리는 더 큰 상처와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머묾, 안정감, 평안함, 흔들림 없음. 우리는 모든 것이 항상 하기를 바랍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머물러 있는 것이 없는데, 우리의 고착적인 생각과 정밀하지
못한 감각 능력에 가려 어제의 사람이 오늘의 그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다가 고착적 생각과 정밀하지 못한 감각이 예상하지 못한 일에 부딪쳤을 때
세상에 지진이 일어난 것과 같은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지진은 현상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의 충격일 것입니다.
세상은 멈춰있던 적이 없고, 정해져 있는 무엇이 아닙니다.
다만 나의 고착적인 사고와 이것에 재료를 대는 엄밀하지 못한 감각이 만들어 낸
정체적인 세계상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느 순간 날아온 돌멩이에 이 현상적인 세계에서
아웃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나의 기대와 전혀 맞지 않는 돌출적인 것일 수 있습니다.
나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억지로 받아들이더라도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는 것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과 마음이 흔들리고 상처받더라도 이 분별
세계의 것들은 너무도 당연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내 사고가 안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이든, 감당하거나 해석하지 못할 것이든
그것은 나의 문제이지 인연의 일이 아닙니다. 기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이
일어날 때 우리는 그 현상에 대한 해석에 속아 모든 일이 자기의 기대와 바람대로
일어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그것은 해석이 그러한 것이지 본래 그런 일이 아닙니다. 똑같은 일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는 것을 우리는 종종 경험합니다.
일어나는 인연은 나의 바람과 상관없이 그것의 인연 따라 일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나의 기대와 정밀하게 부합하는 것이든, 전혀 반대의 것이든, 어쩌면 나의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것이든 그것은 나의 습관적인 해석이나 평가의
결과물일 뿐 아무런 자의적 의도가 없습니다.
그것은 본래 있는 일도 아니고 일어난 일도 아닙니다. 나의 해석과 판단, 그리고
그것에 재료를 대는 감각적인 인연이 그렇게 보이게 할 뿐입니다.
모든 것이 바로 지금 이렇게 분별되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멀리서 오는 것도 아니고, 미래로 흘러가는 어떤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에서 홀연히 일어난 공허한 발현입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마음에
드는 것이든, 충격적인 것이든 이 사실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모든 일, 바로 지금 일어나는 현재의 일이 표면적으로는 다를지라도
근원적으로 다른 일이 없습니다. 이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지금 눈앞을 보십시오.
지금 여러분의 기대와 어긋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아니면 나 자신을 충격에 빠뜨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되었든 내가 최상으로 바라 마지않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