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엔트로피와 생명|******@불교의우주론@

2018. 12. 29. 20:59일반/생물·과학과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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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엔트로피와 생명

- 일체사물은 끝없는 ‘연기의 그물’로 연결-
- 생명체는 외부와 에너지 주고받는 열린쳬제-

엔트로피란 물리학의 열역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그러나 지금은 물리학 이외의 많은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엔트로피란 도대체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진화나 생명과 연관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어떤 계의 엔트로피는 그 계에 유입된 열량을 온도로 나눈 것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사람들은 이 엔트로피라는 양이 보다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엔트로피는 정보라는 개념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정보 이론에 의하면 엔트로피란 부의 정보 혹은 마이너스 정보이다. 즉 정보를 적게 가지고 있을수록 엔트로피는 크게 되며,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엔트로피는 적은 것이 된다. 엔트로피는 부의 정보이므로 무지의 정도이기도 하며, 또한 혼란의 정도를 뜻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어느 계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다든가 그 계가 질서정연하지 않다면 엔트로피는 커지게 된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운다. 이 법칙의 내용은 닫힌 계의 엔트로피가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엔트로피의 정보적인 측면과 연관시켜 간단한 예에 적용시켜 보자. 가령 마당에 낙엽이 흩어져 있는 경우와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경우를 생각하자. 나뭇잎의 위치에 대한 정보량은 나뭇잎이 한 군데에 모여 있는 경우가 흩어져 있는 경우보다 크다. 이와는 반대로 엔트로피는 부의 정보이므로, 나뭇잎이 흩어져 있는 경우의 엔트로피는 나뭇잎이 모여 있는 경우보다 크다.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닫힌 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따라서 외부에서 낙엽을 한 군데로 쓸어 모으는 것과 같은 어떤 일을 해주지 않는 한 (이는 외부와 단절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물리학에서는 이러한 계를 닫힌 계라고 부른다), 엔트로피가 큰 상태에 해당되는 흩어져 있는 낙엽이 엔트로피가 작은 상태인 한 군데로 모이는 일이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생명 현상과 연관시켜 보자. 생명체란 대단히 질서 정연한 조직이어서 고도의 정보를 지닌 계이며 따라서 엔트로피가 아주 작은 계이다(이와는 달리 생명체가 죽고 나서 신체의 구성 요소가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면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생명의 진화라는 과정이 과연 물리적으로 모순이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가능해 진다. 생명체가 아주 엔트로피가 작은 계라면, 덩치가 큰 생물은 덩치가 작은 생물보다 엔트로피가 작은 부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원시 생명에서 고등 생명으로의 진화 과정은 대체적으로 생물체의 몸집이 커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진화의 과정은 엔트로피가 축소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열역학 제2법칙과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만일 진화의 과정이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과정이어서 불가능한 것이라면, 어린 아이가 어른으로 자라나는 것도 역시 같은 이유로 불가능하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하나의 생명체 만을 관찰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어린 아이나 진화하는 생명체는 결코 닫힌 계가 아니라 외부에서 끊임없이 에너지가 공급되는 열린 계이다. 영양분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고 노폐물을 배설하는 생명체는 결코 닫힌 계가 아니다. (비로 쓸어 모으는 것과 같은) 어떤 외부 작용에 의하여 한 군데에 모여 있는 낙엽과 같이, 생명체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계이다. 그럼에도 생명체를 닫힌 계라고 생각한다면, 진화가 불가능하다거나 어린아이가 자라지 못한다는 불합리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상의 논의는 일면적인 고찰만으로는 사물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해 준다. 생명을 비롯한 일체의 사물은 다른 사물과의 연관 다시 말하면 끝없는 연기의 망 안에서 존재한다. 그러한 연기의 고리를 다 끊어 놓고 하나의 개체만을 들여다 본다면, 그 안에서 생명의 전존재는 결코 드러나지 않는다. 일체 법계의 모든 사물이 그러하다. 일체의 사물이 끝없는 연기의 그물에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이를 중중무진법계연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