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설화 중에는 어리석은 중생의 삶을 비유한 안수정등(岸樹井藤)이라는
잘 알려진 설화가 있다. 오래전에 불교신문사에서 이 설화를 공안으로 제시하여 당대 유명한 선사들에게 선답을 받았다고 한다. 여러 선사의 대답을 보니 살림이 그대로 드러나 있기에 여기 실어 본다. 먼저 이 설화는 다음과 같다.
------------------ <어떤 나그네가 광야를 걸어 가다가 큰 코끼리를 만나 쫓기게 되었다. 황급히 숨을 곳을 찾다가 겨우 우물을 발견하였고 그 안으로 드리워진 등넝쿨이 있기에 그 넝쿨을 잡고 우물 속으로 피신하여 겨우 안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우물 바닥에는 온통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매달려 있는 나그네를 노려보고 있었고 등넝쿨 위쪽에서는 흰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면서 넝쿨 줄기를 갉아 대고 있어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그네는 등나무 줄기에 매달린 벌집으로부터 줄기를 타고 흘러 내려오는 꿀물이 한방울 두방울 입안에 들어오기에 그저 그 달콤한 맛에 취해 있었다>
‘자, 이 상황에서 나그네가 스님이라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이었단다. 스님의 대답은 놓아두고라도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실 것입니까? 각 스님의 대답은 저 밑에 있으니 여러분의 대답을 통해 자기 점검 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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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혜암 (불국사 조실) - 問者喪身失命 (묻는 자가 몸을 상하고 목숨을 잃는다) 2. 춘성 (망월사 조실) - ... (노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3. 향곡 (동화사 조실) - 아이고! 아이고! 4. 월산 (불국사 조실) - 我現在佛國寺安住 (나는 지금 불국사에서 편히 있다) 5. 탄허 (월정사 조실) - 流水聲聲夜不休 (흐르는 물소리 밤에도 쉬지 않네) 6. 벽초 (정혜사) - 放下着 (위의 질문, 안수정등을 내려놓아라) 7. 전강 선사 - 아, 달다.
아하, 저절로인(樗岊老人) 왈,
혜암 스님은 샌님이요, 춘성스님 인색하고, 향곡스님 촌스럽네. 월산스님 그래도 밤낮이 있으니 남의 생각도 좀 하시고, 탄허스님 내려오실 때 된 것 같습니다. 벽초스님 그렇지요 그렇지요 (如是如是) 살아계시구만요. - 따지지 말고 전강스님, 잘 익은 술 향기 마을에 가득하니 '不風流處自風流' 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술 한잔 들이키니 과거, 현재, 미래가 웬 분주한 소리. - 땡기는 데로 살자
풍문으로만 듣던 스님네들, 그래도 풍류를 아는 이 있어 이 노인 외롭지 않구먼.
-------------------- 출처 : 불이회(http://buddhabree.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