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눈앞의 모든 일에 아무런 흔적이 없다 / 릴라님

2019. 3. 10. 17:1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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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앞의 모든 일에 아무런 흔적이 없다 / 릴라님



지금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나는 순간순간 변합니다.

육체도 순간순간 다른 것이고, 나라고 할만한 존재도 생각에 의지해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항상하는 내가 아닙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과 공간과 상황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글은 없습니다. 글자를 인지하는 시력도

순간순간 달라지고, 글자의 의미도 시간이 변하면서 달리 해석되고, 글자의 소리도

사람의 육체가 순간순간 바뀌니 똑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글을 쓴다는 일이 고정불변의 사실처럼 여겨진다면,

그런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패턴화된 생각이 순간순간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다면 상황은 똑같습니다.

그 경험이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인연이 순간순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변함없이 있다고 여긴다면 단지 이런 경험에 대한 해석과

판단을 담은 생각이 습관적으로 일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무엇은 무엇이다'라는 단정적인 내용조차 실질적으로는 무상한 생각에

의지하고 있어서, 무엇은 무엇이라고 할 수 없는 증거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금강경에서는 모든 것이 이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

분별하여 알 수 있는 것은 이름일 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대해서 혹은 깨달음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본래 그런 것이 아니라

이름이 그러할 뿐이고 지금 일어난 생각의 내용이 그러할 뿐이지 항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사실에 밝지 않아 항상 이렇고 저런 것에 매여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에 매여있고, 세상에 대한 고정관념에 매여있고, 어떤 상황은 끝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에 매여 있습니다. 현실은 그런 적이 없는데, 패턴화된 생각, 고정시킨

생각에 매여 현실을 그렇게 오도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것도 머물러 있는 것이 없고, 단정적인 것이 없는데, 나 자신만 매사를 고정시키려고

하고, 자기 생각에 속아 고정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을 취하거나 버리는 헛된 시도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일이 없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일어나는 감각과 생각에 사로잡히면 있는

것같지만 진실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마치 환상과 같고 꿈과 같고 아지랑이와 같습니다.

이 환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아지랑이가 끊임없이 피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항상성이 있다고 한다면 이 환상에 대한 끊임없는 경험일 것입니다.

끝나지 않는 꿈, 계속 피어오르는 무상한 것들의 유희일 것입니다.

지금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을 글을 읽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의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글을 읽고 있다는 생각의

아지랑이가 내용물 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무상함의 춤, 이 텅 빈

깨어있음만 있습니다. 모든 모습 그대로, 움직임 그대로, 느끼고 아는 그대로 아무런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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