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마음의 표상 / 릴라님

2019. 3. 17. 10:4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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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마음의 표상 / 릴라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많은 일을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래 어떠한 경험도 없었습니다.

살아온 나도 없었고, 내가 주체가 되어 경험한 일도 없었습니다.

모습을 따라 습관적으로 분별집착하면 그런 것들이 있었고,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이고 느낌일 뿐이며,

여러 가지 허망한 분별 의식일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어떤 경험을 하고 있든 그런 일이 실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저런 존재나 일처럼 보이는 것은 일어난 생각이거나

허망한 느낌이거나 여러 가지 감각 의식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장면을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실재 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표상이거나 생각, 느낌의 표상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표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실체가 없는 것이고 정해진 것이 아니며, 머물러 있지도 않습니다.

그 경험의 내용이 과거의 일이든, 현재의 일이든, 미래의 일이든

모두가 지금 이렇게 일어나는 이미지이고, 생각이고, 감정이고,

감각 의식들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살아온 적도 없고, 현재를 살지도 않으며,

미래를 경험하지도 않습니다.

과거에 이런저런 일이 있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은 지금의 말이며,

지금 일어나는 생각이며, 지금의 느낌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저런 일이 있고 그것을 경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일어나는 생각이고 느낌이고 감각 의식이고 욕구입니다.

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 간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머물 수 있는 곳도 없으며,

구할 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바로 이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분별 의식일 뿐 실재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를 포함해 모든 존재가 그렇습니다.

나의 일상사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삶의 경험이 그렇습니다.

마치 구름처럼, 아지랑이처럼, 허깨비처럼 일어나는 인연들이

어우러져 마치 있는 것처럼 드러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허깨비를 잡으려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고,

허깨비에 머물려 하면 반드시 머물지 못하며, 허깨비를 추구하면

허깨비는 또 다른 허깨비를 만들며 우리를 어둠 속으로 데리고 갈 것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온갖 경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한 이미지이고 생각이고 감정입니다.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사라질 일도 없습니다.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일어난 것이 아니요,

없는 일이 사라진 것이 사라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이 온전합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도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이렇게 존재하며 이렇게 오고 갑니다.

분별하면 모든 것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 같지만

본래 그런 일이 없는 것이 이 세계의 참모습입니다.

​그러니 구할 가치도 없고, 아무리 노력하여 얻더라도

필연적으로 얻을 수가 없습니다.

안팎으로 추구하는 모든 노력이 쉬어져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딱 들어맞으면,

우리는 자신이라는 존재를 훌훌 벗고 모든 없는 것들과 하나가 되어

아무런 무게 없이 물결치게 될 것입니다.

 
이수영 - 라라라(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