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는 도리 / 대우거사

2019. 3. 10. 17:2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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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는 도리 / 대우거사

질문 >

어떻게 해야 ‘나 없는 도리’를 확실히 증득할 수 있겠습니까?


< 답변 >

“‘나 없는 도리’를 누가 증득하겠다는 거요?”

“제가 · · · · · · ”

‘나 없는 도리’를 증득하고 싶다면서 그것을 다시 내가 증득하겠다고 하니,
그렇다면 ‘나 없는 도리’를 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영영 없는 거요.

지금 공부를 전부 그런 식으로 하고 있소.

전혀 진지하지도 않고 깊이 참구하려는 의지도 없고.

옛 선지식들은 이 공부를 정수리에 붙은 불 끄듯 하라고 했소.


그런데 그저 세속의 강의나 강연 듣듯이 오다가다 몇 마디 말이나

알아듣고 알음알이나 쌓고 있으니,

그렇게 얻은 얄팍한 지식으로 어떻게 부처의 경지를 넘보겠다는 거요.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지 주재자(主宰者)는 없는 거요.

그런데 본 것도 ‘내’가 봤고, 들은 것도 ‘내’가 들었고, 질문도 ‘내’가 했고,

깨닫는 것도 ‘내’가 깨닫고. · · · · · ·

시종일관 그 ‘나’란 놈이 모든 걸 주재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인연법은 도대체 어디다 저당 잡혀 먹은 거요?


인연법은 이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바닥까지

깊이 체달하고 넘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이치요.

나중엔 그것조차 다 흩어지지만.

모든 것은 인연으로 말미암을 뿐이지 짓는 자도 받는 자도 없는 거요.

그게 진실이오.

그런데 이 고깃덩어리를 ‘나’로 알고 지금껏 살아온 거요.

이 허깨비를 실제(實際)라고 확실히 믿는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도 전부 실제로 나타나오. 실제라는 건 없소.

 ‘나’라고 추켜들만한 것은 어디를 찾아봐도 없소.

전부 다른 그 무엇들의 인연화합으로 이루어진 환화공신(幻化空身)인데,

그런 허깨비가 뭘 알아듣고, 공부하고, 깨닫고 할 수 있겠냐는 말이오.

밥과 반찬과 물과 공기 없이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 같소? · · · · · · · · · · · ·


 ‘나 없는 도리’에 대해 묻지 말고 지금 그 ‘나 없는 도리’를 깨치고 싶어

하는 그 생각이 어디서 나왔는가를 깊이 참구해 보시오.


- 대우거사

 
정태춘&박은옥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