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찾고 글귀를 좇는 것.
또 하나 공부하는 사람이 주의할 것은, 불가심문축구(不可尋文逐句),
글을 찾고 글귀를 좇는 것.공부하다가 답답하고 암만해도 안되고 하면,
전등염송, 조사어록 이런 것을 뚜드럭 거리면서 행여나 거기서 좋은 해결이 나올까,
공부하다가 해도 해도 안되고 가슴은 답답해서 못 견디게 답답하니까
혹 그런 거를 보면 후련해지고 시원해지는 맛이 있어서 그런 거를 보려고 그러고,
또, 그런 어록 속에 기언묘구(기특한 말과 묘한 어구)가 있으면 그런 거를
마음속에 기억을 하고 기록을 하고...
이런 것은 다만 아무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공부에 큰 장애가 된다.
진실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러한 짓을 하지 말아라.
공부가 안되고, 암만해도 공부가 진취가 없고 해갈수록 답답하기만 하고,
앉아서도 답답하고 서서도 답답하고 추호도 공부가 잘된다고 하는 시원한 대목이
없으니까, 참 말로서 표현할 수 없지만 그 답답하고 꽉 막히는 이 단계가,
이 경지가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중요하고도 좋은 경계라 그랬어요.
대혜스님도 그런 경지야말로 깨달음에 나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단계니까
거기서 번뇌심을 내지 말아라, 번뇌심을 내지 말고 거기에서, 그 답답하고 답답한
그런 경지에서 선용기심(善用其心),
잘 그 마음을 잡드리 해 가지고 화두를 놓치지 말고 참구를 잘 해가면 반드시
깨달음에 이를 것이다 하고 고인이 한결같이 당부하신 말입니다.
그리고 공부하는 사람은 비량,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이 공안과 저 공안을
비교하는 거, 이 공안 저 공안에 대해서 마음을 가지고 따지고 그것을 가지고
속살림을 해 가는 거,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고 하는 이것은
도하고는 점점 더 멀어지는 거여.
공안을 가지고 이렇게 따져보고 비교하고, 이런 것인가 저런 것인가 사량분별,
복탁하고 이런 것은 56억 7천만년 뒤에 미륵불이 출생하실 때 이르러도
그 사람은 참 깨달음과는 아무 교섭이 없다. 그래서 이 활구참선을 하는 사람은 마치 은산철벽 속에 갇혀 있는 거와 같아서,
다못 어떻게 하면 사방이 은산철벽으로 둘러 있어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나갈까, 오직 그 활로를 찾는 그 한가지 일만이 문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 활로를 찾는 방법이 이뭣고 거든 이뭣고~
(송담 정은 선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