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처가 된때/성철스님

2019. 9. 28. 18:05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내가 부처가 된때/성철스님

내가 부처가 된 이후로 지내온 많은 세월은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지로다.

自我得佛來 所經諸劫數 (자아득불래 소경제겁수)
無量百千 萬億阿僧祗 (무량백천만억아승지)

이 구절은 법화경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에 있는 말씀인데 법화경의 골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성불한 뒤로 얼마만한 세월이 경과했느냐' 하면 숫자로써 형용할 수 없는 한없이 많은 세월이 경과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보통으로 봐서 이것은 이해가 안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인도에 출현해서 성불하여 열반하신 지 지금부터 2천 5백여 년밖에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부처님 말씀이 자기가 성불한 지가 무량백천만억 아승지 이전이라고 했을까? 어째서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옛날부터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일까?

사실에 있어서 부처님이 2천 5백년 전에 출현하여 성불하신 것은 방편이고 실지로는 한량없는 무수한 아승지겁 이전에 벌써 성불하신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알아야 불교에 대한 기본자세, 근본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불교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보통 물으면 '성불이다', 즉 부처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으례껏 그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맞지 않는 말입니다. 실제 내용은 중생이 본래부처(本來是佛)라는 것입니다.깨쳤다는 것은 본래부처라는 것을 깨쳤다는 말일 뿐 중생이 변하여 부처가 된 것이 아닙니다. 그 전에는 자기가 늘 중생인 줄로 알았는데 깨치고 보니 억천만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본래로 성불해 있더라는 것입니다.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본래로 성불해 있었는데다시 무슨 성불을 또 하는 것입니까? 그런데도 '성불한다, 성불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 중생을 지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말일 뿐입니다.

부처님이 도를 깨쳤다고 하는 것은무량아승지겁 전부터 성불한 본래모습 그것을 바로 알았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부처님 한 분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일체 중생, 일체 생명, 심지어는 구르는 돌과 서 있는 바위, 유정 무정(有情 無情) 전체가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다 성불했다는 그 소식인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사바세계'라 합니다. 모를 때는 사바세계이지만 알고 보면 이곳은 사바세계가 아니고 저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이대로가 극락세계입니다. 그래서 불교의 목표는 중생이 변하여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고, 누구든지 바로 깨쳐서 본래 자기가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성불했다는 것,이것을 바로 아는 것입니다. 동시에 온 시방법계가 불국토(佛國土) 아닌 곳, 정토(淨土) 아닌 나라가 없다는 이것을 깨치는 것이 불교의 근본목표입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구원'이라는 말을 합니다. '구원을 받는다', '예수를 믿어 천당 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구원이라는 말이 해당되지 않습니다. 본래 부처인 줄 확실히 알고 온 시방법계가 본래 불국토며, 정토인 줄 알면 그만이지 또 무슨 남에게서 받아야 할 구원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불교에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절대로 구원이란 없습니다. 이것이 어느 종교도 따라 올 수 없는 불교의 독특한 입장입니다.

실제 어느 종교, 어느 철학에서도 이렇게 말하지 못합니다. 불(佛), 부처란 것은 불생불멸(不生不滅)을 이르는 말입니다. 무량아승지겁 전부터 성불했다고 하는 것은 본래부터 모든 존재가 불생불멸 아닌 것이 없다는 그 말입니다. 사람은 물론 동물도, 식물도, 광물도, 심지어 저 허공까지도 불생불멸인 것입니다. 또한 모든 처소시방법계 전체가 모두 다 불생불멸인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이 즉 정토이며 불국토인 것입니다.

즉 모든 존재가 전부 다 부처고, 모든 처소가 전부 다 정토다 이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