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9~15

2019. 11. 23. 21:1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임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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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록 9



(1) 상당--9

 

 

照用同時하니 本無前後요 菱花對像하고 虛谷傳聲이로다

비춤과 작용이 동시(同時)라. 본래 앞뒤가 없고, 
거울[菱花]은 만상을 비추고 빈 골짜기에는 메아리를 전하네.

강의 ; 방편으로 본다면 수미산을 겨자씨 안에 들려놓는 일이다. 그 진실에 있어서는 위에는 하늘이요 아래는 땅이며,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며, 승려는 승려고 속인은 속인이다. 또 비춰보는 입장에서는 삼천대천세계와 온 우주를 남김없이 다 비취 본다. 그 작용을 하는 데는 할과 방이 번개 치고 태풍 불고 폭우 내리듯 난무한다.


임제의 사조용(四照用)이란 것이 있다. 역시 법을 쓰는 경우의 한 예로써, 임제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어떤 때는 먼저 사람을 비추어 관찰하고 뒤에 작용을 보이며[先照後用], 어떤 때는 먼저 작용을 하고 뒤에 관찰한다[先用後照]. 또 어떤 때는 관찰하고 작용하는 것을 동시에 하며[照用同時], 어떤 때는 관찰하고 작용하는 것을 때를 달리 한다[照用不同時].” 라고 하였다.


본문의 말처럼 사람을 관찰하는 것과 열어주고 보여주는 작용은 일정하지 않다. 오는 사람의 근기와 수준과 성향에 따라서 그 법을 쓰고 방편을 쓰는 것이 다르다. 본래 앞뒤가 없다.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시중(示衆)에서 설명이 있을 것이다.

 
임제스님이 찾아오는 납자를 알아보는 데는 이쁘고 추하고 잘나고 못나고를 가려내는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 남자가 오면 남자를 비추고 여자가 오면 여자를 비춘다. 서양 사람 동양 사람을 너무도 밝게 잘 비춘다. 머리카락하나 빠뜨리지 않고 소소영영하게 비춰내듯이 오는 사람들을 소상하게 살핀다. 근기와 수준과 그 마음 씀씀이를 알아보는 것이 이렇게 거울 같다.


때로는 텅 빈 골짜기에 메아리 울리듯 가 닫는데도 없이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물에 비친 달그림자 같다. 크게 치면 크게 울리고 작게 치면 작게 올리는 종소리 같다.


임제록 10


(1) 상당--10

 

妙應無方하야 不留朕蹟이로다 
신묘하게 대응하는 솜씨는 종잡을 수 없어서 그 자취를 남기지 않았도다.

강의 ; 이렇게 하여 임제스님의 제자들을 훈도하는 능대능소(能大能小)하고 능살능활(能殺能活)하는 신묘불측(神妙不測)한 솜씨는 불교사에 독보적 가풍을 세운 예가 되었다.

 

사람들을 제접하는데 출신지역과 남녀노소를 따지랴. 근기를 따라 응하여 주는 데는 자신의 지금 상황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모두가 큰마음 큰 작용이 활달자재하고 예측 불가능한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임제스님의 법의 깃발을 세우고 사방에서 모여오는 사람들을 제접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기능과 활동작용[機用]을 말하였다.

임제록 11



(1) 상당--11

 

 

拂衣南邁하야 戾止大名하니 興化師承이라 東堂迎侍로다
옷깃을 가다듬고 남쪽으로 내려가 대명부에 머무르니, 
흥화스님은 임제스님의 법을 이어받은 사람이라 스님을 동당에 모시니라.

강의 ; 임제스님 말년 어느 날 병란이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남쪽 대명부라는 곳의 흥화사였다.

그곳에는 이미 제자 흥화존장스님이 교화를 펴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는 흥화스님이 방장이었고,

임제스님은 동당에 모셔서 한주(閑住)로 잘 받들었다.

임제록 12




(1) 상당--12

 

 

銅?鐵鉢이요 掩室杜詞하니 松老雲閑하야 曠然自適이로다
구리로 된 물병과 쇠로 만든 발우뿐이요, 방문을 닫아걸고 말을 하지 않았다.
소나무는 이미 늙었고 구름은 한가하여 시원스레 유유자적하도다. 

강의 ; 흥화사에 온 후로 가진 것 없고 하는 일도 없어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가진 것이라곤 기껏해야 구리로 된 물병과 밥을 담는 철발우 뿐이다. 제자 흥화스님이 대중들을 훈도하니 할 일도 없다. 문을 닫고 사니 할 말도 없다. 마치 부처님이 마갈타에서 성도하시고도 언어도단(言語道斷)의 경지를 뜻하는 문을 닫은 일[摩竭掩室]과 같다. 달마대사의 소림면벽과도 같으며, 유마대사가 비야리성에서 입을 닫은 일과도 같다. 교화의 일이 모두 끝난 것이다.


늙으신 노년의 모습은 운치 있는 노송처럼 너무 멋있다. 푸른 하늘 저 멀리 흘러가는 흰 구름같이 그렇게 한가롭고 여유로울 수 없다. 세상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하여 솜털처럼 홀가분하다. 텅 비고 시원스러워 유유자적, 자유자재할 뿐이다. 노선사로서, 수행자로서 가장 이상적인 노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생각하게 한다.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날다가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서산에 해는 지고 저녁 빛은 어두워지려 하는데,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임제록 13



(1) 상당--13

 

 

面壁未幾에 密付將終이여 正法誰傳고 瞎驢邊滅이로다
면벽하고 앉으신지 오래지 않아 은밀히 입멸후의 뒷일을 부촉하였다.
"정법을 누가 전할 것인가. 눈 먼 당나귀에게서 없어지리라."하셨다.

강의 ; 여기까지는 임제스님의 말년의 수용을 밝힌 것이다. 스님은 임종하실 때 앓은 일도 없었다. 당나라 함통 8년[서기 867년] 정해년 정월 10일 옷을 단정히 하고 반듯이 앉아서 제자 삼성(三聖)스님과 몇 마디의 문답을 마치고 고요히 가셨다. 행록에 나타난 열반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임제스님이 열반하실 때 자리에 앉으셔서 말씀하였다.
“내가 가고 난 다음에 나의 정법안장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여라.”
삼성스님이 나와서 사뢰었다.

 
“어찌 감히 큰스님의 정법안장을 없앨 수 있겠습니까?”
“이후에 누가 그대에게 물으면 무어라고 말해 주겠는가?”
삼성스님이 “할!”을 하므로 임제스님이 말씀하셨다.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 먼 나귀한테서 없어질 줄 누가 알겠는가?”
말을 마치시고 단정하게 앉으신 채 열반을 보이셨다.


일천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모두 임제스님의 정법안장에 목을 매고 있다. 너도 나도 임제스님의 법손이라고 자랑들이다. 망승(亡僧)에게까지 “속히 사바세계에 오셔서 임제문중에서 길이 인천의 안목이 되소서.”라고 축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정법안장이 이 눈 먼 나귀한테서 없어지리라[滅].”라는 이 한마디 말을 아마도 30년은 좋이 참구해야 하리라. 


임제록 14



(1) 상당--14

 

 

圓覺老演이 今爲流通이라 點檢將來하니 故無差舛이로다
원각종연스님이 이제 이 임제록을 유통하려하기에 
점검해 보니 아무런 잘못이 없도다.

강의 ; 원각스님은 당시의 어록을 간행하고 유통시키는데 매우 권위 있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운문광록(雲門廣錄)도 중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제자도 1천 2백여 명이나 되며 북송(北宋)의 휘종황제의 청으로 궁중에서 설법한 일도 있는 스님이다. 그 스님이 교감하여 간행하면서 서문을 쓴 마방(馬防)에게 점검해보고 서문을 쓰게 하였던 것이다. 점검한 결과 특히 임제스님의 종지(宗旨)를 드러내는데 아무런 손색이 없으며 완전하다는 뜻이다.


기록을 남기는 것은 때로 사실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일이다. 세존이 아무리 훌륭한 성인으로서 일세를 풍미했다하더라도 그 기록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런 분을 알았겠는가. 우리가 모른다면 그 또한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임제스님도 역시 같은 경우다. 그래서 이 어록을 간행하여 유통시킨 원각스님의 공은 바닷물을 먹으로 삼아 쓰고 또 쓴다 하더라도 다할 수 없다.

임제록 15


(1) 상당--15

 

 

唯餘一喝하야 尙要商量하노라 具眼禪流는 冀無賺擧어다 
오직 일할(一喝)을 남겨놓고 헤아려 보기를 바라노니,
눈을 갖춘 선사들은 바라건대 잘못 거량하지 말라.

강의 ; 아직도 한 “할”이 있다. 언어문자로 임제스님의 사상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문자로 다 드러냈으나, 언어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임제스님의 “할”의 낙처(落處)는 아직 그대로 있으니 언어문자를 떠나고 사량분별을 떠나서 잘 거량해 보라. 그렇다고 도안(道眼)을 갖춘 선사로써 임제할을 함부로 잘못 거론하지는 말라. 임제스님이 보고 있느니라. 깊이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로지 서문을 쓴 마방의 살림살이다.




 


 


[심수봉 흘러간 옛노래모음] 

 

01. 기타부기
02. 꽃마차
03. 나는 열일곱살이예요
04. 청춘고백
05. 귀국선


06. 번지없는 주막
07. 울고 넘는 박달재
08. 꿈속의 사랑
09. 비내리는 고모령
10. 눈물 젖은 두만강


11. 이별의 부산 정거장
12. 목포의 눈물
13. 삼다도 소식
14. 물새 한마리
15. 나는 울었네


16. 나그네 설움
17. 목포는 항구다
18. 꿈에 본 내 고향
19. 가는 봄 오는 봄
20. 알뜰한 당신

21. 정든배는 떠난다
22. 녹슬은 기차길
23. 카츄사의 노래
24. 사랑은 눈물의 씨앗
25. 님 그리워


26. 비둘기집
27. 마음 약해서
28. 돌아와요 부산항에
29. 그때 그 사람
30. 영암 아리랑

31. 대전 부르스
32. 봄날은 간다
33. 단장의 미아리고개
34. 산장의 여인
35. 타향살이


36. 정
37. 희망가
38. 검은 장갑
39. 고향초
40. 나 하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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