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값|…… 혜천스님설교

2020. 1. 19. 11:1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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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10월 3주(10월 21일)은 개인 사정으로 제가 참석치 못했는데, 앰프마져 고장 나 녹음이 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올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10월 4주(10월28일)는 봄, 가을로 있어 왔던 원행으로 쉬게 되었습니다. 이번 원행은 양평 수종사와 사나사를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수타사에 들러 뒷 산길을 산책하기도 했습니다. 이 야단법석(진짜 야단법석이었슴)은 법화님을 비롯해 자료사진으로 소개되었으니, 따로이 원행기를 올릴 것이 없군요. 이번 주 일요법회 역시 앰프가 말썽을 일으켜 녹음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강론에 대해 필기로 요약 정리 했다는 점을 밝혀 둡니다. 원음의 복기야 택도 없겠지만, 정성과 노력만은 뚱뚱하답니다.     

 

 

혜천(嵇瀳)스님의 일요강론: 2556년 11월 4일 

내 인생의 값

 

 




오늘 강론의 주제는 '내 인생의 값'입니다.

 

마트에 가면 각 상품마다 가격이 매겨져 있습니다. 백화점에 가도 모든 상품들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죠. 우리는 그 가격을 보고, 사야할 상품을 결정하고, 시장 바구니에 담습니다. 그런데 혹시 상품을 구매하며, 이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없나요? 내가 상품이라면, 나에게는 얼마짜리 가격표를 붙일 수 있을까? 내 인생은 얼마로 평가 받을까?

 

나는 가끔 물건을 사면서,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죠. 나는 얼마짜리일까? 물건을 파는 시장처럼, 인간 시장에서도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죠. 인력 시장에서는 그 사람의 기술에 따라, 일반 회사에서도 그 사람의 업무능력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죠. 인간도 상품과 똑 같이 가격표가 정해져서 거래되죠. 

 

전에 내가 아는 스님이 그런 말씀을 내게 했습니다. 그 분은 글씨와 그림을 그리는 분입니다. 국전 추천작가, 국전 심사위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국전의 초대작가가 되기 전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아는 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분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림을 그리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입원을 했는데, 보험회사가 인력시장에서 가장 낮은 7만원으로 일당을 계산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부당하다, 내가 왜 7만원인가?라고 따졌더니, 당신의 가치는 그것밖에 안된다고 답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분이 내가 국전에서 특선도 받고, 도전에서 대상도 받았는데, 왜 인력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인 7만원으로 매겨지느냐? 고 항의했더니, 보험회사에는 당신 받은 상을 증명해서 서류로 제출하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서류를 제출했더니, 전업작가로 대우하여 가격을 조정해 주었답니다. 그 결과, 서류 제출 전과 후의 가격은 몇 배나 차이가 나더라는 겁니다. 그 분의 그림이 국전에 특선을 하고, 도전에 대상을 받았기 때문에 거기에 준하는 가격이 매겨진 것입니다. 병원에 누워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으니, 그 가격을 평가해 보상한 것입니다. 몇 배나 뛴 값으로 말입니다. 

 

언젠가 소설가 김성동씨도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험회사에서 낮은 가격을 매겼다고 합니다. 보험회사는 이렇게 이유를 달았다고 합니다.  소설가 김성동은 작품을 낸 지도 오래 되었고, 최근뿐만 아니라 지금은 작품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래의 가격으로 산정할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미래를 예측해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의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 시장에서 몸값을 계산받습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선수로서 몸값이 계산되고, 우리는 소속된 직장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몸값을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그 몸값은 타인이 평가해 주는 것입니다. 혹시 스스로 몸값을 계산해 본 적이 있습니까? 내 몸뚱이 가격은 얼마일까? 혹시 내 인생의 가격은 얼마가 아닐까? 내 인생의 값으로 단 돈 100원이라도 붙일 수 있다면, 그 삶은 훌륭한 것입니다. 내 인생의 가격을 마이너스(-)로 붙여야 되는 건 아닌지? 그래도 이건 괜찮습니다. 내 몸값이니까요. 

 

내 몸값은 내 업무능력, 내 기술력으로 평가됩니다. 그것은 타인이 평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몸값입니다. 그렇지만 내 인생의 몸값은 얼마일까요? 내가 죽어 관 두껑이 닫히면, 내 몸값은 없습니다. 내가 그렇게 가지려 하고, 그래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 권력, 명예라는 것이 관 뚜껑이 닫힐 때, 없어집니다. 관뚜껑에 못이 박히는 소리가 탕, 탕, 탕, 탕하고 나는 순간 돈도, 권력도, 명예도 없어집니다. 내가 태어나서 축적했던 내 기술, 능력, 그로 인해 평가받던 몸값은 없어집니다. 그 순간부터 내 정신세계 내면의 값이 매겨집니다. 그것은 내 삶의 가치에 대한 평가입니다. 내 인생의 결과물이죠. 

 

저는 옛날 잠을 설쳐가며 애독했다던 무협지의 한 구절을 이야기 한 적이 있죠. "네 놈은 관을 보지 않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놈이구나!" 나는 수 만권의 책을 읽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수 천권의 책은 읽었습니다. 어떤 때는 읽을 책이 없어 두산대백과 22권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백과사전을 읽은 사람은 너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누군가가 얘기한 적도 있죠. 그 많은 책 중에서 나는 이 말보다 멋진 말을 발견한 적이 없습니다. "네 놈은 관을 보지 않고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놈이구나!"

 

인간은 관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만약 누군가 관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면, 그는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보통은 내 앞의 관은 내 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앞의 관은 내 것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협지와 달리 관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관 속에 내가 누워 있으면, 그 때는 오로지 내 정신의 내면으로만 평가됩니다. 내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내가 삼성 재벌이라도, 내가 수 백권의 베스트셀러를 쓴 소설가로 명예를 누린다 할지라도, 그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 인간 세상은 조건으로 평가하지만, 관 속에서는 아무 가치도 없습니다. 

 

적어도 인생의 반환점을 돌 때, 내 인생의 삶에 대해 내 스스로의 가격표를 적기 시작해야죠. 얼마를 붙일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가급적이면 비싼 가격표를 붙이시죠. 붙였다가 내 삶이 권태롭고, 너덜너덜해지면, 마이너스(-)가격을 매겨, 스스로 깎으면 됩니다. 그러다 내 삶이 충만해지고, 내 내면이 확장되면, 그 때는 과감하게 플러스(+)하지 마시고, 아예 곱하기(×)하셔서, 뻥튀기를 해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내 삶이 플러스는 되지 못하더라도, 마이너스가 되어서는 안되죠. 

 

나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자식에게 돈, 명예, 권력을 물려 주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돈도, 건력도, 명예도 아닙니다. 내가 죽었을 때, 적어도 내 자식이 관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제가 나머지 생을 아버지, 어머니만큼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아버지, 어머니보다 나은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아버지, 어머니 만큼이라도 살아, 그래서 부끄러운 자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됩니다. 자식이 눈물을 흘리며,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보다 값진 유산입니다. 

 

자신과 내 집안 사람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담장 밖에서는 나를 몰라보게 할 수 있습니다. 포장하면 되니까요. 우리는 바깥에서는 포장할 수 있습니다. 바깥에서는 어떤 인간도 누구보다 선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집안에서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도 세상에 나가면, 누구보다 선한 인간의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안 보면 그렇게 죽을 것 같았던 그 남자와 그 여자가 만나서, 왜 보는게 죽을 것 같은 관계로 돌아서는가요? 그 이유는 서로의 모습을 홀딱 벗고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0년, 20년 내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니까 그런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내 인생의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매기는 사람은 내 가족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관에 누웠을 때, '아버지, 어머니!  제가 아버지, 어머니 삶처럼, 그렇게만은 살께요'라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묻죠. 네 삶의 값은 얼마인가? 네 삶의 값은 마이너스(-)는 아닌가? 혹시 네 삶에 가격을 붙여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마트에서, 백화점에서 상품을 사면서, 상품가격만을 보지는 않습니다. 나라는 사람의 가격을 한번 매겨 보세요. 나는 몇 푼어치나 되는지? 오늘 주제가 '내 인생의 값'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혜천스님 - 초기불교전공 흥천사주지  


 

 

 





 

                                     [전자올겐 경음악 모음]


[01].고향무정 [02].꿈꾸는 백마강 [03].나는 울었네 [04].남원의 애수 [05].마음은 서러워도 [06].목포는 항구다 [07].비내리는 고모령 [08].알뜰한 당신 [09].용두산 에레지 [10].잘있거라 황진이 [11].정 [12].하룻밤 풋사랑 [13].한강 [14].항구의 사랑 [15].홍도야 울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