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은 마음이 일어난 후에 이루어진다. 곧 발심(發心) 후에 언행(言行)이 이루어진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도 ‘손가락을 꼼지락거려야지’라는 발심 후에, 책장을 넘기는 것도 ‘책장을 넘겨야지’라는 발심 후에 이루어진다. 선심(善心)이 일어나면 착한 언행을 하고, 악심(惡心)이 일어나면 악한 언행을 한다.
인간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4고(四苦)에, 미운 사람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오취온(五取蘊)이 치성한 고(苦)의 네 가지를 더한 8고(八苦)에 시달린다. 이러한 고(苦)를 싫어하고 보리와 열반을 얻고자 하면, 불교공부를 하려는 마음이 일어난다. 불교 공부의 순서는 신해행증(信解行證)이니, 곧 붓다의 가르침을 믿고, 이해하고, 실천수행하고,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 공부를 하려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신해행증의 발심(發心)을 하는 것이다.
마명(馬鳴)보살이 지은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는 이를 신성취발심(信成就發心), 해행발심(解行發心), 증발심(證發心)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신성취발심은 신심성취발결정심(信心成就發決定心)의 줄임말이니, 곧 신심을 성취하여 결정심[불법(佛法)에 의혹(疑惑)이 없는 마음]을 발(發)하는 것이다. 해행발심은 해공행바라밀발회향심(解空行波羅蜜發廻向心)의 줄임말이니, 곧 공(空)의 도리를 이해하고, 바라밀 수행을 하여, 회향심을 발하는 것이다. 증발심은 증법신발진심(證法身發眞心)의 줄임말이니, 법신을 증명하고 진심(참마음)을 발하는 것이다.
해행발심 중의 행바라밀 곧 바라밀 수행이란, ‘법성(法性ㆍ만유의 본체로서 변하지 않는 진실)......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隨順)하여 ......바라밀 수행을 한다[以知法性......故, 隨順修行......波羅蜜].’ 여기에서 법성은 곧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이므로, 간탐(慳貪ㆍ탐냄), 오욕(五欲), 진뇌(瞋惱ㆍ화냄), 해태(懈怠ㆍ게으름), 난(亂ㆍ어지러움), 무명(無明ㆍ밝지 못함) 등이 없다. 바라밀 수행은, 번뇌에 가린 법성에서 번뇌의 때를 벗겨내어, 법성 곧 자성청정심을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육바라밀을 각각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법성의 체(體)에 간탐(慳貪)이 없음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隨順)하여 보시(布施)바라밀 수행을 한다.
법성에 오염이 없어 오욕(五欲ㆍ재물욕, 이성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의 허물 여읨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하여 지계(持戒)바라밀 수행을 한다.
법성에 괴로움이 없어 진뇌(瞋惱) 여읨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하여 인욕(忍辱)바라밀 수행을 한다.
법성에 몸과 마음의 모습이 없어 게으름 여읨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하여 정진(精進)바라밀 수행을 한다.
법성에 항상 정(定)하여 바탕에 어지러움이 없음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하여 선정(禪定)바라밀 수행을 한다.
법성의 체(體)가 밝아 무명 여읨을 아는 까닭에, (그에) 수순하여 지혜(智慧)바라밀을 수행한다.”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解釋分 分別發趣道相’
용수(龍樹)보살이 짓고, 진제(眞諦)가 번역한 〈보행왕정론〉에서는 육바라밀 중 보시와 지계는 이타(利他)에, 인욕과 정진은 자리(自利)에, 선정과 지혜는 자타해탈(自他解脫)에 배대시키고, 대승의 육바라밀을 비롯한 붓다의 바른 가르침이 궁극적으로는 자타를 해탈시키는 것임을 설하였다.
“보시와 지계로써 이타(利他)하며 인욕과 정진으로써 자리(自利)하고 선정과 지혜로 자타(自他)를 해탈시킨다. 간략하게 대승의 뜻을 취하여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간략히 말하자면, 나와 남을 해탈케 하는 것이다.”[由施戒利他 忍進爲自利 定慧脱自他 略攝大乘義 略説佛正教 謂解脱自他]
<寶行王正論 T1656_.32.0502a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