쑷타니파타의 핵심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007. 6. 9. 13:5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숫다니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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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겉으론 화려한 것 같아도 내면을 보면 고독감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고독보다 고독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문제다. E. 프롬은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고독을 못이겨 자아상실의 길을 걷게 되는 비극적 상황을 그린 바 있고 M. 루터는 인간은 고독한 순간에 비로소 악의 유혹에 넘어간다고 경고했듯 고독은 고통스러운 측면이 있다.

반면 고독을 잘 승화시켜 극복하게 되면 역전의 기회가 된다. 고독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개 보면 떠들고 다니는 동안 머리가 비어 있지만 고독하고 외로울 때 비로소 자아에 눈을 떠 깊은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베토벤은 고독한 산책길에서 무수한 천상의 선율을 떠올렸고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의 고독한 시간 속에서 만유인력을 발견하였다.

 

고독은 문명의 발전이 낳은 시대적 산물이다. 고독한 군중의 저자 D.리즈만은 현대인들이 외부의 문명발전에 지나치게 편승을 하여 내면의 생활을 포기한채 타인 지향적인 인간으로서의 성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우리가 스스로의 영혼을 지배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 앞에 주어진 고독의 시간에 대해 고통받는 노예로서가 아니라 주체성을 가진 주인으로서 우뚝 설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추위와 더위 굶주림 갈증 바람 그리고 뜨거운 햇볕과 쇠파리와 뱀 이러한 모든 것을 이겨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 한 번 불타 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금강산 건봉사 절 입구 바위에 쓰여진 시구에서 만해스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한다지만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일반적인 사랑의 밑바탕은 상대적 비교적 일방적이다. 그러니 질투가 생기고 권태가 오고 집착과 미움이 있고 만남과 이별로 사랑이 변한다. 이기적 욕망적 보답적 의무적이다. 숫타니파타는 말한다. 괴로움을 여의는 사랑이 되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랑은 부모 자식 남녀간의 사랑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의 사랑으로 확산된다. 중생의 사랑이 아니라 보살의 사랑이다.


그리고 추위와 더위 등의 어려움 번뇌의 매듭을 끊고 마지막 시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면서 무한한 자유와 고독의 창조적 시간들을 만끽하라.

이상 도문스님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강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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