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묵은 허물 벗어버리듯

2007. 6. 9. 13:53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숫다니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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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은 뒷사람의 이정표다.
눈길을 걷는 사람이요. 갈팡질팡 걷지를 말아라. 오늘 그대가 걷는 그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다.

시로 읽히는 2천 5백년 전 불교 최초의 경전
이 <숫타니파타>는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다. 그래서 최초기 경전이라고 부른다. 후기 불교 교리들이 갈수록 복잡하고 현학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이 책에는 간단명료하게 진리를 말하는 초기 불교의 모습과 교리가 그려져 있다. <숫타니파타>에는 불교의 진리가 1149수의 시에 담겨져 있다. 소리내어 외우기 편하도록 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은 살아 계신 부처님 육성이다. 역사적 인물로서 석가모니를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부처님에게는 자신이 어떤 종교의 창시자라는 의식이 전혀 없다. 현재도 동남 아시아 불교권에서는 일상 생활 속에 깊이 파고들어가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결혼식 전날 스님들을 초대해 축복 의식을 올리는데 이 때 스님들이 숫타니파타의 자비와 더없는 행복 중에서 몇 구절을 다같이 낭송하고 나서 설법을 한다. 

뱀이 허물 벗는 비유
넘쳐 흐르는 애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잡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없애고 마음이 잘 다듬어진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의 뿌리를 뽑아 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우리들을 생존에 얽어매는 것은 집착이다.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

네 개의 게송을 읽었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린다는 비유를 반복한 것은 집착을 다 여읜다는 뜻을 나타낸다. 애착의 물줄기를 말려 버린다든지 잡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버린다든지 악의 뿌리를 뽑아 버린다와 그 집착을 조금도 갖지 않는 이라는 표현 외에 다른 해석이 필요치 않다. 모든 집착을 여의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불경들이 한결같이 강조한다.

원숭이는 밭에서 콩 한 웅큼을 얻었다. 원숭이는 누가 훔쳐 먹을까봐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 잘못해서 콩 한 개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흉년에 콩 한 개면 얼마나 요긴한 먹이인가? 원숭이는 떨어진 콩을 줍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콩은 버리고 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처음에 떨어뜨린 콩은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전에 버린 콩을 다시 주우려 했다. 그런데 그 콩은 닭과 거위가 다 먹어 버렸다.

탐욕의 결과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이 너무 지나치게 물건의 소유를 탐하게 되면 나중에는 물건이 사람을 소유하게 되는 소유의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탐심은 또 금전을 항상 내것으로 묶으려 한다. 금융이란 원래 돈이라는 매개를 통해 삶을 융통시키는 것이지 그 것이 목적은 아니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맹목적으로 쥘려고만 하는데 사실 황천길 노자로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재물이다.
이상 도문스님 숫타니파타 뱀의 비유 강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