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사업

2007. 7. 17. 18:54일반/노인·의료·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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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2005-10-28 10:57]

기업이 눈독 들이는 까닭… 기업이미지 개선·수익 창출 기대

중견 건설업체 김모 사장(여·50)은 요즘 서울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소를 시도 때도 없이 방문한다. 건설업체 대표의 부동산업소 방문은 당연한 일인 듯 싶지만 딱히 어울리는 일도 아니다. 건설현장에 있어야 할 김 사장이 이렇게 발품을 파는 이유는 병원 설립에 좋은 목(건물)을 찾기 위해서다. 의사 출신이 아닌 김 사장이 병원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르면 내년부터 영리법인 설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김 사장의 아들이 의대에 다니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김 사장은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을 통한 수익 창출은 물론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에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자녀의 진로에 대한 장기 포석도 깔려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영리법인화 추진 방침이 알려지자 개인은 물론 기업들이 앞다퉈 병원사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영리법인화 대비 발빠른 움직임

지금까지 국내병원은 이익금을 병원에만 재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영리법인이 허용되면 주식공모 등을 통해 민간자본을 조달할 수도 있고, 수익을 투자들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의료기관 진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대기업인 ㅇ기업과 ㅎ건설·ㅍ기업 등은 최근 경희대 수원 캠퍼스에 새로 건립할 예정인 가칭 ‘수원의료원’ 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의료원’은 양·한방병원으로 동서의학대학원과 장례식장이 함께 세워질 예정이어서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과 현대가 삼성복지재단과 서울아산재단이란 비영리법인을 통해 각각 삼성병원과 아산병원을 운영중이다.

1994년 11월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지상 20층 지하 5층에 연건평 6만 여 평의 지능형 빌딩에 1278병상과 40개 진료과, 8개의 특성화센터와 100여 개의 특수클리닉으로 구성된, 국내의 대표적인 의료기관이다. 삼성서울병원에는 900여 명의 의사와 1200여 명의 간호사를 포함한 4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 1989년 6월 개원한 서울아산병원은 연건평 8만 여 평에 현재 총 2139병상을 운영하는, 단일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서울아산병원은 하루 평균 외래환자 8000여 명, 입원환자 2000여 명, 응급환자 170여 명을 진료하며 매일 150여 건의 고난도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병원 사업 진출을 위해 본격적으로 고삐를 죄면서 일각에서는 재계와 병원업계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병원 사업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병원 운영이 기업의 사회공헌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대기업의 병원 사업 진출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 민간자본 참여 반대

결국 국내 대기업들이 병원 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기업 이미지 개선과 함께 주식 상장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이 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병원 운영 자체가 지역사회에 대한 협력과 소외계층을 돌보는 사회공헌 활동과 직결되는 이유도 있지만 주식공모 등을 통한 민간자본 조달은 물론 투자자 배분이 가능해지는 것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2007년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점도 대기업들이 병원에 눈독을 들이는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 병원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민중의료연합 등은 최근 “병원이 기업화하면 병원의 목적이 환자 치료가 아니라 주주들의 최대이윤이 될 것이고 결국엔 불필요한 검사 등 과잉진료를 양산하고 국가전체 의료비폭등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아무런 대비를 못한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자본력을 무기로 한 의료재벌과 힘겨운 경쟁을 하는 처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일각에서는 영리의료법인의 등장은 공급자들간의 경쟁을 유발해 질 높은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 받을 수 있는 시장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병원들 외형 키우기

2007년 의료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병원들이 시설 확충은 물론 전문치료센터 육성, 외국 유명 병원과의 제휴 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병원들의 대책 마련은 향후 벌어질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다. 일단 규모를 키워야 환자 수용 및 치료수준 능력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은 넘치는 의료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 최근 800병상 규모의 신관을 착공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2010년 아시아 최고 허브병원을 목표로 암센터 건립 등에 나섰다. 2007년 5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삼성암센터는 700 병상을 갖출 예정이다. 이 센터가 개원하면 하루 2500명의 외래 암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 아시아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는 병원측 설명이다.

경희의료원은 800병상 규모의 동서 신(新)의학병원을 내년 3월 개원한다. 병원의 트레이드 마크인 양·한방 협진을 업그레이드하려는 포석이다. 연세대의료원도 최근 신촌에 1004개 병상을 갖춘 새 세브란스병원을 개원해 규모 확대 경쟁에 신호탄을 올렸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