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주식회사’ 해외로… 해외로

2007. 7. 17. 19:09일반/노인·의료·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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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선 年매출 10억弗
“국내선 규제묶여 투자유치 불가능” 중국에 40여개 진출

[조선일보 차학봉, 박순욱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에서 베벌리힐스 방향으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할리우드 장로병원이 나온다. 대지 1만평에 빌딩 7개가 들어서 있는 이 병원은 임직원이 1000명, 환자 수가 연간 12만2000명에 달한다. 연간 매출이 10억달러로 LA에서 2번째 규모의 대형 병원이다. 최근 이 병원을 6000만달러에 인수한 한국의 차병원 그룹은 향후 ‘해외병원인수 펀드’를 구성, 장기적으로 20여개의 해외 병원을 인수할 계획이다.

의료시장이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에 외국병원 설치와 내국인 진료를 허용함에 따라 이르면 2008년이면 전 세계의 유명 병원은 물론, 중국 한방 병원들까지 인천 송도신도시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병원들은 목전으로 다가온 글로벌 의료 경쟁에 대비, 한국을 떠나 미국·중국 등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의료전문 컨설팅업체인 휴메인 홀딩스는 중국 베이징 북경대 병원에 한국자본과 의료진이 참여하는 ‘국제검진센터’를 내년 3월 착공할 계획이다. 한국자금 60억원과 중국·홍콩·싱가포르의 자금을 유치해 2006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중국에는 예치과, 마리아 병원, 새빛안과, 초이스피부과, 탑 성형외과, 유니언 이비인후과 등 40여개 병원이 진출해 있다. 경북 안동의 안동병원도 지난 10월 싱가포르 그렌이글스 병원에 ‘코리안클리닉’을 개설하는 등 국내 병원들이 앞다퉈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병원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시장이 포화상태로 치닫고 있는 데다 국내법이 각종 규제로 병원을 꽁꽁 묶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병원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투자 유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차병원그룹 차광렬(車光烈) 원장은 27일 “미국은 병원을 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일반 기업처럼 투자자금을 유치, 병원을 인수할 수 있었다”며 “한국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치료비를 엄격하게 통제를 받는 국내와 달리, 이들 나라에서는 고급 의료기술만 있다면 얼마든지 높은 치료비를 받을 수 있다. 미국·싱가포르 등의 상당수 병원은 주식이 상장돼 있는 기업이다.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라도 신의료기술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미국을 대표하는 병원체인인 HCA는 미국 전역에 190개의 병원을 거느린 의료재벌이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HCA는 매출액 218억달러(26조원)에 순이익 13억달러(1조5600억원)로 현대자동차 그룹에 맞먹는 규모이다. 샴쌍둥이 수술로 유명한 싱가포르 래플스병원의 모기업인 래플스메디컬그룹도 상장사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李庸均) 연구실장은 “의료비가 통제되고 비영리법인만 허용하는 국내 의료 현실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는 신의료기술 개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차학봉기자 [ hbcha.chosun.com])

(박순욱기자 [ sw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