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제 2편 위정)

2007. 11. 11. 16:48사상·철학·종교(당신의 덕분입니다)/유교(儒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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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제 2편 위정)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유(由)야, 내가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주마.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니라."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강독>

무엇을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제까지 진리로 알려 졌던 것이 오늘에 와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그렇게 귀하지 않다.
오늘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이 내일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판명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분명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은 진리 그 자체는 아닌 것인데, 하물며 잘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거나 더구나 알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은 자신과 모두에게 커다란 해악( 害惡)으로 될 것이다.
'나는 지금 이것이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생각은 틀려 있는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참된 앎이 아닐까.
흔히 이렇게 말하면  우유부단(優柔不斷)하다던가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이 진리라는 완고함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나 다른 생각에 대해 훨씬 열린 마음으로 어떤 한가지로 고정되는 딱딱함이 없이 '자! 지금으로서는 이렇게 해보자'는 유연함과 적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틀렸으면 언제라도 고쳐 가면서 끝까지 진리를 실천하려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 아닐까.
 

<대화>
A; 모르는 것을 아는척하는 것은 남도 알아보기 쉽고, 자신도 속으로는 알지요.  진짜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어려운 것 같아요. 실제로는 모르는 것인데 자신은 '이것은 내가 틀림없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B; 한 사실 안에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섞여 있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이런 경우 대체로 '나는 알고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C; 어떤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다고 하는 경우도 봤어요. 겸허함으로 잘 안 받아들여지고 뭔가 개운치 않는 심경이 들었어요.

 

D; 그 말씀만 듣고 모르는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말하면 안되겠지만 (웃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우나 자신의 생각이 깨지기 싫은 '완고함'이 그렇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E; 정말로 어떤 사람을 잘 알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워야 되는 것 같아요. 이익이 개입되면 제대로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F; 비단 경제적 이익 뿐 아니겠지요.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이 잣대가 되면 정말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겠지요. 어쩌면 '잘 모른다'는데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구체적인 사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 인간의 지향 같은 보편적인 관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나 자신도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관념을 바탕으로 여러 계획이나 설계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허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