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11. 16:46ㆍ사상·철학·종교(당신의 덕분입니다)/유교(儒敎)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면 (제 2편 위정)
⑩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나가면 능히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느니라."
(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강독>
溫故而知新은 인류의 역사가 진전해 오는 원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길게 보면 이 길을 밟지 않고 오는 진보는 없다.
그러나 짧은 시기를 놓고 보면 이 둘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溫故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때가 있는가하면 知新이 특히 강조되는 때도 있다.
요즘의 병폐의 하나도 이 둘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노는 현상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연과학이나 기술의 세계에서는 溫故知新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데 반하여 인간이나 사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가 대화하지 못하고 평행선을 가는 경우도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문명에 대한 태도 가운데 흔히 급진적인 진보를 표방하는 것처럼 생각되는 현대 문명에 대한 부정이나 급진적인 생태주의를 보면 뭔가 인간 역사 발전의 보편적 이치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런 때 같이 검토하고 싶은 것이 이 온고지신이라고 생각된다.
溫故는 훈고학(訓 學) 같은 것이나 백과사전 식 지식의 나열이 아니며, 지신(知新)은 돌출적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온고가 없는 지신은 공허하며 지신으로 나가지 못하는 온고는 별 의미가 없다.
진실한 정치를 하려면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溫故에 더욱 마음을 쓰고, 보수를 표방하는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知新 쪽에 마음을 더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장은 ⑮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우니라."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대화>
A; 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아직도 분명히 모르겠어요. 그렇게 되는 바탕에는 ‘모르는 대로 살지’ 하며 진정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 완고함이 있는 것 같아요.
B; 옛 것과 새로운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지요. 새로운 것이라도 이미 습득하면 그것은 벌써 옛 것으로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온고와 지신은 따로 떼어서 말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C; 옛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처럼 보일 때라도 잘 보면 옛 것을 충분히 익혔을 때 가능하고, 전면적인 부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내용이 더욱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 아닐까요.
예컨대 뉴톤 물리학을 부정하고 아인슈타인의 원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보통의 시공간에서는 뉴톤의 원리가 맞거든요. 그러나 보다 확장된 공간이나 시간(극미(極微)에서 극대(極大)의 세계까지)인 경우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아인슈타인이 설명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게보면 아인슈타인은 뉴톤의 원리들을 보다 보편적인 세계로 확장, 심화시켰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D; 개인적으로 말하면 온고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내면화하는 것이고, 모르는 것에 대해 열린 태도로 알아 가는 것이 지신 같아요.
E; 그렇지요. 그러나 온고와 지신을 개인의 주관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좀 어떨런지요.
뭔가 자기가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을 내려 놓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을 내면화라고 표현했다면 같은 뜻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지신의 경우도 내가 주관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에 대해서 보다 열려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F; 내면화라는 말에 공감이 가요. 충분히 익으면 향기(香氣)가 나지 않아요. 이 향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세계가 온고지신이 아닐까요.
G; 어떤 분의 책을 보다가 감명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아무도 없는 빨간 신호등에 서 있는 차를 보고 느낌을 쓴 것이었어요. 그 분은 그 운전자의 모습에서 ‘육안으로는 안보이지만 생길지도 모르는 다른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느꼈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태도가 지신을 위한 바탕이 되지 않을까요.
H; 나는 어머니로부터 된장 찌개나 국에는 양파나 마늘은 넣지 않는다고 배웠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는데 이것을 계속 고수하는 것이 온고는 아닌 것 같아요. 양파나 마늘을 넣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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