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하고 우애함이 정치다. (제 2편 위정)

2007. 11. 11. 16:49사상·철학·종교(당신의 덕분입니다)/유교(儒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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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고 우애함이 정치다. (제 2편 위정)

 

③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법제로써 다스리고 형벌로써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들은 형벌을 면하기는 하지만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덕으로써 다스리고 예로써 질서를 유지하면 부끄러움을 알고 바르게 될 것이니라."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묻기를,"선생께서는 왜 정치를 하지 않으십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서경에 '효도하라, 오직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 있게 하라. 그러면 네가 하는 일에 늘 정치가 있느니라.'고 일렀거늘, 바로 그것이 정치를 하는 것인데 일부러 정치를 한다고 나설 이유가 무엇이오?"
(或 謂孔子曰, 子奚不爲政 子曰 書云孝乎 惟孝 友于兄弟 施於有政 是亦爲政 奚其爲爲政)

 

<강독>

무엇을 부끄러워 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나 집단의 지향을 잘 알 수 있다.  만일 힘(권력)이나 돈이 남보다 적은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나 집단이라면 법망(法網)만 피할 수 있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힘이나 돈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위법한 사실이 적발되어 형벌을 받게 되더라도 '남들이 다 하는 일인데 나만 걸려든 재수가 없는 일'로 치부된다.
사람의 양심에 어긋나거나는 일을 하거나 자신의 완고함을 돌아보고 부끄러워 하는 사람이나 집단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방향으로 진보할 것이다.
돈이나 권력을 최고의 가치로 아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진정한 부끄러움을 알기 어렵다.
 또 진정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사회를 주도하게 되면 사회 전반의 불건강이 더욱 악화된다.
이 둘은 서로 악순환하기 쉽다.
결국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 사람들이 사회의 변화를 선도(先導)해야 한다.
결국 이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이 때 중요한 것은 정치가 권력을 추구(권력의 획득을 최고의 가치로 하는) 하는 지금까지의 속성을 벗어 나지 못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지 못하고 처음에는 대단한 열정으로 시작했다가 마침내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 버리기 쉽다.
정치가 진정한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정치 자체에 대한 혁명적 전환이 필요하다.
민주주의가  발전한다고 하는 것은 이것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공자께서 서경(書經)을 인용하여 '오직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 있게 하라. 그러면 네가 하는 일에 늘 정치가 있느니라.'라는 구절은 공자의 시대보다도 현대에 와서 더욱 음미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탈정치(脫政治)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을 더욱 보편화하는 것이며, 정치 문화를 변혁하는 것이다.
권력이 목표가 아닌 정치 문화를 그려 볼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달, 다원화, 지방화, 세계화가 더욱 진전되고, 인터넷 등의 기술적 수단이 점점 발달하고 있는 오늘이야 말로 이런 정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있지 않을까..
 

<대화>
A; 제가 학생이었을 때 생각이 나요. 당시는 엄격한 규율이랄까하는 것에 사로잡혀 있을 때였지요. 택시를 탄다던가 고급 신발을 신는다든가 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지요. 그 때 다리가 불편한 후배가 있었는데 그가 택시를 타는 것을 보면 엄하게 나무라고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었지요.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어느 날인가 제가 버스를 타고 있는데 목발에 의지한 장애인이 버스를 타면서 겪는 고통이 눈에 들어 왔어요. 그 순간 자신이 그 후배에게 행했던 일들이 얼마나 큰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는지 몰라요. 이제야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지요.

 

B; 자기가 뭔가를 감추고 싶어하는 것이 있을 때 사실은 그것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른다는 것을 감추려하거나 못한다는 것을 감추려 할 때가 있어요. 모르는 것이나 못하는 것 그 자체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도 하고 말도 그렇게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일단 감추지 않고 나타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알려고 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지요.

 

C;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팔이 가늘어서 여름에도 긴 팔 옷을 입고 다녔었지요. 생각은 '내 몸이 그런데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하면서도 실제로는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언제 한 번 짧은 팔로 나서(?) 봤지요. 처음이 어려웠지만 아무렇지도 않더라구요. 오히려 자신 있게 벗어버리니까 마음 속에 있던 여러 가지 불유쾌한 감정들도 사라지더라구요. 요즘은 너무 벗어서 탈이지요.

 

D; 전에 논어를 읽을 때 21장을 보면서 묻는 것은 위로부터의 정치인데 답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정치라고 생각했었어요. 또 요즘의 정치를 생각해보면 제도 그 자체는 많이 발전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었지요.

 

E; 이제는 정치 그 자체에 대한 변혁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민주주의가 발달하면 할수록 '정권이 쟁탈의 대상'이 되는 정치로부터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예술'로서의 정치로 변화되어야 겠지요. 가장 늦게 변하는 것이 권력욕이 강한 정치지망생들인 것 같아요. 선거제도 등의 변화가 물론 중요하지만 정치문화의 혁명이 절실한 시점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아래' 모두가 이런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할 것 같아요.

 

E; '오직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하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오네요. 내 자신이 되돌아 보아지기도 하구요. 정말로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이 가 있지 않으면서 멀리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면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부터 참 정치를 해야겠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