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1. 11. 17:04ㆍ사상·철학·종교(당신의 덕분입니다)/유교(儒敎)
검약하면 잃을 것이 적다. (以約失之者 鮮矣) (제 4편 이인)
(22)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옛사람들이 말을 앞세우지 않았던 것은 몸이 말에 따르지 못할까 두려워서이니라."
(子曰 古者 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23)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검약하면 잃을 것이 적으니라."
(子曰 )
(24)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행동은 민첩하게 하려고 하느니라."
(子曰 君子 欲訥於言而敏於行)
<강독>
실천이나 체득의 중요성을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이 진실하기 위해서는 지행(知行)이 일치하고, 언행(言行)이 일치해야 한다.
지행(知行)이 일치하는 것보다 더 기초가 되는 것은 언행의 일치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말은 아는 것보다 더 거짓되기 쉽기 때문이다.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것도 과장해서 하기 쉬운 것이 말이다.
이런 경향을 잘 보게 되면 말을 쉽게 하는 것을 삼가게 된다. 군자가 말을 어눌하게 한다는 것은 형태적으로 더듬거리듯이 말한다는 것보다 단정적으로 하는 말이 잘 안나오는 그 심경을 말하는 것이다.
어떻게 말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기교 이전의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 속에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가, 단정(斷定)하고 있지 않는가 하고 끊임 없이 물어볼 일이다.
말에 행동이 따르지 못하면 스스로가 공허감(空虛感)에 빠진다.
적어도 이 공허감을 느낄 수 있다면 진실에 대한 욕구가 살아 있는 것이다.
거짓이나 과장이 반복되어 이 공허감마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 진짜로 위험하다.
'검약하면 잃을 것이 적다'라는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검약을 물질적인 면에서 보아도 되겠지만 그 보다 더 넓게 '과장됨이 없고 소박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쳐 과장하려 하거나 공명심에 사로잡히면 결국 거짓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종국적으로 그 자신의 행복이나 자유의 길과는 반대로 가게 된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테마라고 본다.
에고가 있는 한 말은 과장되기 쉽다. 그래서 진리(眞理)는 이언(離言)이라는 말도 있지만 말을 통해 사람의 생각이 형성되고 문화가 이루어지며 다른 사람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불완전한 우리들의 실태라면 그 일치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말이 앞 섰으면 열심히 행동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실되어 공허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울어나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무겁게 되지 않는 그런 말을 결국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대화>
A; 뭔가 '입만 벌리면 거짓말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고의적인 거짓말은 아니라도 자기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한 다소 과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그것이 거짓으로 통하는 것이겠지요.
B; 참이 아닌 말을 하면 스스로가 불유쾌해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만족하기 위해서 했는데 뒤 끝이 안 좋아요. (웃음)
C; 그래서 말하는 것이 두렵다고도 하는데, 저는 말이 잘 안 나오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잘 모른다는 사실이나 행동으로 안 나는 것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내심으로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D; 공허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아직 희망이 있지 않을까요. 불감증이 되면 문제지만요. (웃음)
E; 요즘 황우석 사건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어요. 그토록 높은 지능을 가진 과학자들이 공명심 앞에서 그렇게 허약한가를 보면서 지금 인간의 실태랄까하는 점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요. 저 자신도 자유롭지 못한 걸 느끼거든요.
'검약하면 잃을 것이 적다'라는 말이 실감이 가네요.
F; '말은 어눌하게, 행동은 민첩하게' … 어쩌면 저하고는 정반대지요.(웃음)
G; 말을 어눌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은 아니라고 봐요.
그 인격이나 행동과 일치되는 말이 힘이 있는 것 아닐까요.
H; 저는 평소에 관념적이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실무에 어둡고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성격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지 머리 속의 관념을 말로 표현을 안 했을 뿐이지 여기서 말하는 진실한 인간의 모습이랄까 하는데서 저를 돌아보게 되요. 무실역행(務實力行)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들리네요.
I;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란 말이 있잖아요. 꼭 남자라야하는 말에는 걸리지만요. (웃음)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는 맞다고 생각해요. 하두 밥먹듯 말을 뒤집는 사람들을 많이 보니까요. 옛사람들이 요즘처럼 공증이니 뭐니 문서로 하지 않고도 말로 한 약속을 철석까지 신뢰했던 그런 것이 그립기도 해요.
J; 저도 그런 말의 무게랄까 하는 것에는 동감이에요. 하지만 그런 무게와 말을 무겁게 하는 것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마음에 단정(斷定)함이 없고 자기를 과시하거나 과장함이 없으면 말이 가볍게 될 것 같아요. 뭔가 자유로운 소통이랄까가 이루어지는 문화가 현대에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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