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1권 2/5 경을 설하게 된 동기
그때 바사닉왕이 부왕을 위하여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 재(齋)를 열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성대하게 차린 후
부처님과 함께 여러 큰 보살들을 궁중으로 초청하여
극진히 대접하였다.
같은 때에 성중에는 또 장자와 거사들이 있어 스님들을
공양하려 하면서 부처님께서 오셔서 공양에 응해 주시기를
바라므로, 부처님게서는 문수보살에게 명하시어 여러
보살과 아라한들을 거느리고 가서 공양에 응하도록 하였다.
오직 아난만은 이보다 앞서 따로 초청을 받고 멀리 갔다가
미처 돌아오지 못해서 스님들이 앉는 좌석의 차례[僧次]에
참여할 겨를이 없었다.
그때 아난은 상좌와 아사리도 없이 혼자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날따라 공양거리가 없었으므로 아난은 바루를 들고
지나오던 성안에서 차례로 밥을 빌게 되었다.
마음 속으로는 한 번도 스님들께 공양한 일이 없는 시주에게
가서 밥을 얻으리라 생각하고 깨끗함과 더러움에 상관없이
찰제리와 전다라에게도 평등한 자비를 베풀어 미천함을
가리지 않으려 하였다.
그 뜻은 모든 중생에게 한량없는 공덕을 원만히 이루게
하려 함이었다.
또 아난은 이미 세존께서 수보리와 대가섭을 꾸중하실 적에
'아라한이 되고서도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하신 것을
알고 있었으며,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마음을 활짝 열어
놓으시고 거절함이 없으셨으므로 그 의심과 비방에서
벗어났음을 흠앙하던 터였다.
아난은 큰 성을 지나 작은 성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위의를 엄숙하고 단정하게 하여 공양을 구하였다.
그때였다. 아난이 공양을 구하기 위하여 음란한 여인이
사는 집을 지나가다가 환술을 하는 마등가라는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사비가라의 선범천주를 외우면서 아난을 끌어들여 음란한
몸으로 비비고 만지면서 아난의 계행을 깨드리려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이 마등가의 음란한 마술에 걸려든 것을 아시고
공양을 마치고는 즉시 돌아오시니, 왕과 대신 그리고 장자와
거사들도 모두 부처님을 따라와서 법문 듣기를 원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정수리로 온갖 보배롭고 두려움 없는 광명을 뿜어
내셨는데, 그 광명 속에는 다시 천 개의 잎새로 된 보배로운
연꽃이 생기면서 부처님의 화신이 가부좌하고 앉아 신주를
설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명하여 그 신주를 가지고 가서
아난을 구원하게 하시니 악주(惡呪)가 소멸하므로 아난과
마등가를 데리고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난이 부처님을 뵈옵고 이마를 땅에 대어 예를 올리고 슬피
울면서 한없이 오랜 과거로부터 한결같이 많이 듣기만 했을 뿐
아직 도력이 온전하지 못한 것을 한스러워하였다.
그리고는 은근하게 시방의 부처님께서 보리를 이루신 오묘한
사마타와 삼마바리, 그리고 선나의 최초 방편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때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보살과 시방의 큰 아라한과
벽지불 등도 모두 즐겨 듣기를 원하며 물러가 앉아서 묵묵히
거룩한 가르침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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