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2권 1/11 참된 생각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때 아난과 모든 대중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몸과 마음이 평안해져서 가만히 생각했다.
'시작이 없는 과거로부터 본심은 잃어버리고 눈앞에
나타나는 물질만을 분별하는 그림자 같은 일만을
부질없이 인정해 오다가 오늘에야 비로서 깨달은
것이, 마치 어머니를 잃었던 젖먹이가 홀연히
어머니를 찾은 것과 같구나.'
그리하여 대중들은 모두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서 몸과 마음의 진실하고 거짓된
것과 허망하고 진실한 것을 나타내 보이신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고 생기고 없어지는 것과, 생기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두 가지 성품에 대하여 분명하게
들려주기를 원하였다.
그때 바사닉왕이 일어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난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지 못하였을 때에
가전연과 비라지자를 만났었는데, 그들이 말하기를
'이 몸이 죽은 뒤에 아주 끊겨 없어지는 것[斷滅]을
열반이라 한다' 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록 부처님을 만났사오나 아직도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사오니, 어떻게 설명해야 나고 멸함이
없는 마음의 경지를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대중들 속에는 번뇌를 채 여의지 못한 이가
있으니 그들도 모두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몸이 현존하므로 지금 그대에게 묻겠는데,
그대의 육신이 금강과 같아서 항상 머물러 있고
없어지지 않으리라고 여깁니까?
아니면 언젠가는 변하여 없어지리라고 여깁니까?"
"세존이시여, 저의 이 육신은 언젠가는 변하여 없어질
것입니다."
"그대가 아직 죽지 않았거늘 어떻게 죽을 것을
아십니까?"
"세존이시여, 이 무상하게 변하는 제 몸이 비록 아직은
죽은 것이 아니오나 지금 저의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생각마다 변해가고 새록새록 달라져서 마치 불에
타버린 재처럼 끊임없이 점점 늙어가고 있으므로
기필코 이 몸이 언젠가는 죽을 것임을 아나이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이미 늙었으나
얼굴 모습이 동자 때와 비교하여 어떠합니까?"
"세존이시여, 제가 옛날 어렸을 적에는 피부와 살결이
윤택하였고, 점점 성장함에 따라 혈기가 충만하더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 쇠모함에 임박해지니 형색은
초췌하고 정신은 혼미하여 머리털은 희어지고 얼굴은
쭈글쭈글 해져서 오래 가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떻게 한창 젊었을 때와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대왕이여, 그대의 얼굴은 갑자기 늙은 것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변하므로 제가
진실로 깨닫지 못했습니다만 추위와 더위가 흘러감에
따라 점점 이 지경에 이르렀나이다.
어째서 그런가 하오면 제 나이 스무 살 때에는 비록
젊었다고는 하나 얼굴은 이미 열살 때보다는 늙었고,
서른 살 때에는 또 스무 살 때보다 더 늙었으며, 지금
예순에 또 둘을 더하고 보니 쉰 살 때가 지금보다
훨씬 강장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자주자주 변해 가는 것을 보고서
비록 이렇게 쇠락하는 세월을 십 년씩 한정하여
말하였습니다만 다시 자세히 생각해 보면 어찌 그
변해 가는 것이 일기(一紀).이기(二紀)뿐이겠습니까?
실은 해마다 변한 것입니다.
또 어찌 해마다 변하였을 뿐이겠습니까?
또한 달마다 변한 것이며 어찌 달마다 변하였을
뿐이겠습니까?
또한 날마다 변한 것이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찰나마다 생각하는 사이조차에도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몸이 마침내 변화해 없어질 줄을 아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그대가 변천하여 머물지 않는 변화를
보고 죽어 없어질 것을 알았노라고 했는데,
역시 죽어 없어질 때에 그대의 몸 속에는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음을 아십니까?"
"저는 진실로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나고 죽음이 없는 성품을 보여
주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대의 나이 몇 살 때에 항하강 물을
보았습니까?"
"제 나이 세 살 되던 해,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기바천에 참배하러 갔을 때 그 강을 건넜었는데
그때 항하강임을 알았습니다."
"대왕이여, 그대의 말과 같아서 스무 살 때엔 열 살
때보다 늙었으며, 예순이 되도록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시간마다,한 생각마다 변천했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대가 세 살 때에 보던 그 강물과 열세 살
때 보던 그 강물은 어떻게 다르더이까?"
"세 살 때와 완전히 같아서 강물은 조금도 달라짐이
없었으며, 지금 예순두 살이 되었사오나 역시 강물은
달라짐이 없습니다."
"그대는 지금 머리털이 희어지고 얼굴이 쭈그러짐을
애달파 하나니, 그 얼굴은 틀림없이 어렸을 적보다
쭈그러졌겠지만, 그대가 지금 항하강 물을 보는 것과
지난날 어렸을 적에 항하강물을 보던 것에는 어리고
늙음의 차이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대왕이여, 그대의 얼굴은 비록 쭈그러졌으나
그대의 보는 정기만은 본래의 성품 그대로이며
쭈그러진 것이 아닙니다.
쭈그러지는 것은 변하는 것이겠지만
쭈그러지지 않는 것은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하는 것은 없어지게 되겠지만 저 변하지 않는
것은 본래 나고 멸함이 없거늘 어떻게 그 가운데에서
그대가 나고 죽음을 받았겠습니까?
그런데도 오히려 저 말가리등의 말을 인용하여
이 몸이 죽은 뒤에는 아주 없어진다고 합니까?"
대왕이 그 말을 듣고는 진실로 이 몸이 죽은 뒤에
이 생을 버리고 다른 생에 태어난다는 것을 깨닫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아직까지 없었던 법문을
들었다고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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