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2권 3/11 참된 성품은 되돌아가는 곳이 없다
아난이 부처님께서 자비로 구원해 주시는 깊은 가르침을
받자옵고 눈물을 흘리며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비록 부처님의 이와 같이 오묘한 음성을 듣자옵고,
오묘하고 밝은 마음이 본래 원만하게 항상 머무는 자리를
깨달았으나 제가 지금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음성을
깨달은 것도 곧 반연하는 마음이며, 진실로 우러러보는
것도 다만 이 마음에서 생긴 것이기에 감히 본래의 마음
자리라고 인정하지 못하겠사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 가엾게 여기시어 원만한 법음을
베풀어 저의 의혹의 뿌리를 뽑아서 최상의 도에 들어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아직까지도 반연으로 생긴 마음으로 법을 듣고
있으니 그 법도 반연일 뿐이라서 법성을 얻은 것이
아니니라.
가령 어떤 사람이 손으로 달을 가리키며 다른 사람에게
보일 경우, 그 사람은 손가락으로 인하여 달을 보아야
마땅할 것인데, 만약 손가락을 보고 달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다만 달을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
까지 잃어버릴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가리키는 손가락을 가지고 밝은 달이
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손가락만 잃을 뿐이겠는가?
밝고 어두운 것도 알지 못하리니, 왜냐하면 곧 손가락을
달의 밝은 성품이라고 생각하여 밝고 어두운 두 성품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 또한 그러하니라.
만약 나의 설법하는 음성을 분별하는 것으로 네 마음이
라고 생각한다면 그 마음이 마땅히 음성을 분별하는
일을 여의고서도 따로 분별하는 성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어떤 나그네가 객사에 기숙하기 위하여
잠시 머물렀다가 문득 떠나버리면 이는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지만, 객사의 주인은 떠나지 않으므로 주인
이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만약
진실한 너의 마음이라면 갈 곳이 없을 터이니 어찌
소리를 여의었다고 해서 분별하는 성품이 없겠느냐?
그러니 어찌 소리로 분별하는 마음뿐이겠는가?
내 얼굴을 분별하는 것도 모든 물질의 모양을 여의고
서는 분별하는 성품이 없으리니, 이와 같이 분별함이
전혀 없는 데에까지 이르러서는 물질도 아니고 '공'도
아니므로 구사리등이 이 진리에 어두워서 명제(冥諦)
라고 주장하느니라.
모든 법의 반연을 여의었으므로 분별하는 성품이
없다면 곧 너의 심성이 각각 돌아갈 곳이 있을 터이니
어찌 주인이라고 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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