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2권 5/11 참된 성품은 무량하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이 보는 주체의 성품이 반드시 제
자신이지 남이 아니라면 제가 부처님과 함께 사천왕의
뛰어나고 장엄한 보배의 궁전과 일월궁을 볼 때에는,
그 보는 주체가 두루 원만해서 사바국에 골고루 퍼졌
다가 정사에 돌아오면 다만 가람만 보이고 도량에서는
오직 처마만 보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보는 주체가 이와 같아서 그 본체가
본래는 온 세계에 고루 퍼졌다가 지금 방안에 있을
적에는 오직 온 방 안에만 가득하게 되는데, 그럴 적에
저 보는 주체는 큰 것이 축소되어 작아진 것입니까?
아니면 담과 지붕에 막혀서 좁아지고 끊어진 것입니까?
지금 저는 그 이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원컨대 큰 자비를 베푸셔서 저를 위해 설명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온 세상의 크고 작은 것과 안이나 밖, 그리고 여러 가지
일들이 각각 앞에 나타나는 물질에 속하는 것이니, 보는
주체가 퍼지거나 움츠러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느니라.
비유하면 그것은 모난 그릇 속에서 모난 빈 공간을 보는
것과 같느니라.
내가 다시 너에게 묻겠는데 이 모난 그릇 속에서 보인
모난 빈 공간이 모나게 정해진 것이냐, 아니면 모나게
정해진 것이 아니냐?
만약 모나게 정해진 것이라면 따로 둥근 그릇 속에서도
그 빈 공간은 둥글게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며, 만약
정해진 것이 아니라면 모난 그릇 속에서도 모난 빈
공간이 아니어야 할 것이니, 네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하겠다'고 한 그 이치가 이와 같거늘
어떻게 따질 수 있겠느냐?
아난아, 만약 모나고 둥근 것이 없는 데에 이르고자
한다면 다만 모난 그릇을 없앨지언정 빈 공간 그 자체는
모난 것이 아니니 또다시 빈 공간의 모난 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네가 물은 것처럼 방에 들어갔을 적에 보는
주체가 축소되어 작아진 것이라면 해를 쳐다볼 적에는
네가 어떻게 보는 주체를 늘려서 해에 닿게 하였으며,
만약 담과 지붕이 막혀서 보는 주체가 끊어진 것이라면
작은 구멍을 뚫었을 적에는 왜 이은 흔적이 없느냐?
그 이치는 그런 게 아니니라.
모든 중생이 시작이 없는 아득한 옛적부터 지금까지
혼미한 자신을 물질이라 생각해서 본래의 마음을 잃어
버리고 물질에 지배를 받게 되었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
크고 작은 것을 보지만, 만약 물질을 지배할 수 있다면
부처님과 같이 곧 마음이 원만하게 밝아져서 도량을
움직이지 않고도 한 개의 털끝에 시방의 국토를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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