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2권 4/11 참된 성품은 물들지 않는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저의 심성이 각각 돌아갈 곳이 있다고 한다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오묘하고 밝은 본래의 마음은
어찌하여 돌아갈 곳이 없습니까?
바라옵건대 가엾게 여기셔서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나를 볼 적에 그 정기의 밝은 근원이 비록 오묘
하고 정밀하게 밝은 마음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마치 제2의 달 인지라 달 그림자가 아닌 것과 같으니
너는 마땅히 자세히 들으라.
지금 너에게 돌아갈 곳이 없음을 보여주리라.
아난아, 이 큰 강당의 동쪽이 환하게 트여서 둥근
해가 떠오르면 곧 밝게 빛나고, 달도 없는 한밤중에
구름과 안개마저 자욱하면 더욱 어두우며, 문틈으로
는 다시 통함을 보고 담장을 대해서는 막힘을 보며,
분별하는 곳에서는 반연함을 보고 완벽한 허공 속은
모두가 비었으며, 흙비의 현상은 티끌이 얽힌 것이고
맑게 개여 안개가 걷히면 또다시 맑음을 보게 되느
니라.
아난아, 너는 이 여러 가지 변화하는 모양들을 살펴
보아라.
내가 지금 각각 본래의 원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하리라.
무엇을 '본래의 원인이 있는 곳'이라 하는가?
아난아, 이 모든 변화 중에서 밝은 것은 둥근 해로
돌아가나니.
이는 해가 없으면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밝은 것의 원인은 해에 속하게 된다.
이렇듯 밝음은 해로 돌아가는 것이고 어두움은 달이
없는 데로 돌아가고,
막힘은 담장으로 돌아가며, 통함은 문으로 돌아가고,
반연은 분별로 돌아가며, 완벽한 허공은 허공으로
돌아가고, 흙비는 티끌로 돌아가며, 맑음은 개인 데로
돌아가나니,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이러한 종류에
지나지 않느니라.
그런데 너는 이 여덟 가지를 보는 정기의 밝은 성품을
어디로 돌아가게 하려느냐?
왜냐하면 만약 밝은 데로 돌아간다면 밝지 아니할
적에는 어두움을 보지 못하리니, 비록 밝은 것과 어두운
것들이야 여러 가지로 차별한다 하더라도 보는 주체는
차별이 없기 때문이니라.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은 자연 네가 아니겠지만
네게서 돌려보낼 수 없는 것은 네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그러니 깨닫도록 하여라.
너의 마음이 본래 오묘하고 밝고 깨끗한 것인데, 네가
스스로 혼미하여 근본을 잃고 윤회하면서 생사 속에서
항상 표류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가련하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비록 보는 성품이 돌아갈 데가 없음은 알았습
니다만 어떻게 그것이 저의 참 성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묻겠다.
지금 네가 일체 번뇌를 여윈 깨끗한 경지에는 이르니
못하였으나 부처님의 신비한 힘을 받들어 저 초선천을
보는 데 장애가 없었으며, 아나율은 염부제 보기를
마치 손바닥에 있는 암마라 열매를 보듯 하였으며,
모든 보살들은 백천의 세계를 보며, 시방의 부처님께서
는 티끌처럼 많은 깨끗한 국토를 통틀어서 보지 못하는
곳이 없지만, 중생들이 보는 것은 푼촌에 지나지
않느니라.
아난아, 장차 내가 너와 함께 사천왕이 거주하는 궁전을
볼 것이니라.
그 중간에 물과 육지와 허공에 다니는 것을 두루 볼텐데
비록 어둡고 밝은 갖가지 형상들이 있으나 모두가 앞에
나타난 물질을 분별하는 마음이 있으리니 너는 마땅히
여기에서 나와 남을 분별해 보아라.
지금 내가 너를 데리고 보는 것 가운데에서 어느 것이
너의 몸이고 어느 것이 다른 물체인지를 가려주리라.
아난아, 네가 보는 주체의 근원을 끝까지 추구하여
보아라.
해와 달의 궁전까지도 모두가 물상이지 네가 아니며,
칠금산에 이르도록 두루두루 자세히 관찰하여 보아라.
비록 갖가지 빛이 있어도 그것은 역시 물상이지 네가
아니며, 그 밖의 것도 잘 관찰해 보아라.
구름이 뜨고 새가 날고 바람이 불고 먼지가 날리는
것과 나무와 산, 냇물과 풀, 사람과 축생이 모두 물상
이지 너는 아니니라.
아난아. 이 가깝고 먼 데 있는 모든 물질의 성질이
비록 여러 가지로 다르지만 이 모두가 너의 깨끗하게
보는 주체의 정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니, 여러 가지
물상은 자연 차별이 있을지언정 보는 주체의 성품은
다름이 없다.
이 보는 정기의 오묘하고 밝은 것이 진실로 너의 보는
주체의 성품이니라.
만약 보는 주체 그 자체가 물상이라면
너는 또한 나의 보는 주체의 성품을 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함께 보는 것을 가지고 나의 보는 성품을 본다고
한다면, 내가 보지 않을 때에는 어찌하여 내가 보지
못하는 곳을 너도 보지 못하느냐?"
만약 내가 보지 못하는 곳을 본다면 자연 저것은 볼
수 없는 모양이 아니니라.
만약 내가 보지 못하는 곳을 보지 못한다면 이는
자연 물질이 아닌데 어찌 네가 아니라고 하겠느냐?
또한 네가 지금 물질을 볼 적에 네가 이미 물질을
보았거든 물질도 또한 너를 볼 것이므로 실체와
그 성품이 어지럽게 섞여 너와 나, 그리고 모든
세간이 편안하게 정립하지 못할 것이다.
아난아, 만약 네가 볼 때엔, 이것은 너의 보는 주체
이지 내가 아니거늘 보는 주체의 성품이 두루 있는데
네가 아니고 누구이겠느냐?
어찌하여 너의 참다운 성품을 너에게서는 참되지
못한 성품인 양 스스로 의심해서 나에게 물어
진실을 구하려고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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