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 엄 경
능엄경:제4권 4-1/9 불공여래장(不空如來藏)
그때 부루나가 대중 속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메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공손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위엄 있고 덕 높으신 세존께서 중생을 위하여 여개의
가장 높은 진리를 잘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설법하는 사람들 중에 제가
제일이라’고 하셨사온데 지금 부처님의 미묘한 법음을
듣자오니 마치 귀먹은 사람이 백 걸음 밖에서 모기 소리를
듣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본래 볼 수도 없는 것이거늘 더구나 어떻게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해 주셔서 저로 하여금 의혹을
조금은 덜어 주셨사오나 저는 아직도 그 뜻을 끝까지 추구
하여 의혹이 없는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나이다.
세존이시여, 아난 같은 무리들은 비록 깨달았다고는 하나
익혀온 습기와 번뇌가 아직 다 없어지지 못하였거니와
저희들은 모임 가운데 번뇌가 없는 데까지 이른 자들이므로
비록 모든 번뇌를 다 끊어버렸다 하더라도 지금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음을 듣자옵고는 오히려 의혹과 회의에
얽혔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세간에 일체의 근(根). 진(塵). 음(陰).
처(處).계(界) 등이 다 여래장이어서 깨끗하고 본래 자연
그대로라고 한다면 어찌하여 홀연히 산과 강, 그리고
땅덩어리 같은 모든 물질들이 생겨나서 차례로 변천하여
끝마쳤다가는 다시 시작하곤 하는 것입니까?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흙과 물, 불과 바람은
본래 성품이 원융하여 법계에 두루 퍼져서 맑고 고요히
늘 머문다’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흙의 성품이 두루 퍼진다면 어떻게 물은
용납하며 물의 성품이 두루 퍼진다면 불은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인데 어떻게 물과 불의 두 성분이 허공에 가득하여
서로 능멸(陵滅)하지 아니하나이까?
세존이시여, 흙의 성질은 가로막는 것이고 허공의 성질은
텅텅 빈 것인데 어찌하여 두 가지가 다함께 법계에 두루
퍼진다고 하십니까?
저는 그 이치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들의
어두운 구름을 벗겨 주소서.“
이렇게 말하고서는 모든 대중들과 함께 오체(五體,全身)
를 땅에 던지고 여래의 더없이 높고 자비로운 가르침을
흠모하여 목마르게 기다렸다.
그때 세존께서 부루나와 모임 가운데에서 번뇌가 다 끊어진
더 배울 것이 없는[無學] 모든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오늘 이 모임을 위해서 수승한 이치 속에서도
참되고 더욱 수승한 이치를 설명하여 너희 모임 중에서
소승인 성문들과 두 가지 빈 것을 얻지 못한 모든 이들과
상승(上乘)에 회향한 아라한 등으로 하여금 모두 일승의
고요하고 한적한 도량인 훌륭한 *아련야(阿練惹)에서
올바르게 수행할 방법을 얻게 하고자 하나니 너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설명하리라.”
부루나 등이 부처님의 법음을 흠모하여 잠자코 들으려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루나야, 네가 말한 것과 같이
‘깨끗하여 본래 자연 그대로라면 어떻게 홀연히 산과 강과
대지가 생기겠느냐?’고 하는데 너는 내가 늘 ‘성각(性覺)은
오묘하고 밝으며 본각(本覺)은 밝고 오묘하다’고 한 말을
듣지 못했느냐?”
부루나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그러한 이치를 말씀
하시는 것을 저는 늘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깨달음이니, 밝음이니 하는 것은 성품이 밝은
것을 깨달음이라고 이름 한 것이냐,
아니면 깨달음이 밝지 못한 것을 밝은 깨달음이라고 이름한
것이냐?”
부루나가 말했다.
“만약 이와 같이 밝지 못한 것을 이름하여 깨달음이라고
한다면 밝혀야 할 대상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밝힐 대상이 없다면 밝혀야 할 깨달음도 없으리라.
밝힐 대상이 있으면 깨달음이 아니요 밝힐 대상이 없으면
밝힐 것이 아니니 밝음이 없으면 깨달음의 맑고 밝은 성품이
아니니라.
성품의 깨달음은 반드시 밝은 것이건만 허망하게 밝혀야 할
깨달음이라고 하느니라.
깨달음은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건만 밝힘으로 인하여
밝혀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으니그 밝혀야 할 것이 이미
망령되게 이루어지면 너의 허망한 작용의 능력을 생기게
해서 같고 다름이 없는 가운데서 불꽃처럼 성하게 다름을
이루느니라.
저 다른 것을 다르다고 여겨서 그 다른 것으로 인해 같음이
성립되었고 같음과 다름을 분명히 구분하므로 그로 인해
다시 같음도 없고 다름도 없음이 성립되었다.
이렇게 흔들리고 어지러운 것이 서로 작용하면 피로가
생기고 그 피로가 오래되면 번뇌가 생겨서자연 서로 혼탁
하게 되느니라. 또 이로 말미암아 오염과 번뇌가
일어나느니라.
움직여 일어나면 세계가 되고 고요하게 있는 것은 허공이다.
허공은 같으나 세계는 다르니 그 같고 다름이 없는 것이
참다운 현상계[有爲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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