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
제二장 정종분(正宗分)
제1절 극락정토를 세운 원인
1. 법장비구의 四十八원(2)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법장비구는 저 세자재오아부처님 앞에서 이와
같은 게송(偈頌...노래)으로 부처님을 찬탄한 다음
이렇게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위없는 바른 진리를 깨닫고자 결심
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거룩하신
교법을 자세히 말씀하여 주옵소서. 저는 마땅히 가르침
대로 수행하여 불국토를 이룩하고 청정미묘한 국토를
장엄하겠사오니, 저로 하여금 금생에 빨리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고 모든 생사(生死)고난의 근원을 없애게 하여
주옵소서.’
그때 세자재왕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바와, 훌륭한 불국토를 장엄
하는 일은 그대 스스로 마땅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법장비구가 부처님께 사뢰기를,
‘부처님이시여, 그와 같은 뜻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제가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옵니다.
원하옵건대 모든 부처님들께서 불국토를 이룩하신
수행법을 자세히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겠나이다.’
그래서 세자재왕부처님은 법장비구의 그 뜻과 소원이
고결하며 깊고 넓음을 살피시고, 바로 법장비구에게
법을 가르쳐 주시기로 여기시어 말씀하시기를,
‘비유하건대 비록 큰 바닷물이라도 억겁의 오랜 세월을
두고 쉬지 않고 품어 내면 마침내 그 바닥을 다하여 그
가운데 있는 진귀한 보배를 얻을 수 있듯이, 만약 사람
이 지성으로 정진하여 도(道)를 구하면 마땅히 원하는
결과를 얻고 마는 것이니, 어떠한 소원인들 성취 안 될
리가 없느니라.’
하시고 세자재왕부처님은 곧 법장비구를 위하여 二백
十억의 여러 불국토와 그 천상 사람들의 선악(善惡)과
국토의 거칠고 묘함을 널리 말씀하시고, 법장비구의
소원대로 이를 낱낱이 나타내 보여 주셨느니라.
이에 법장비구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장엄하고 청정한
나라들은 모조리 보고 나서, 위없이 갸륵하고 가장 뛰어난
서원을 세웠느니라. 그 때 그의 마음은 맑고 고요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니, 일체 세간의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하였느니라.
그리하여 五겁(劫)의 오랜 세월을 두고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 불국토를 건설하고 장엄하기 위한
청정한 수행에 온 마음을 다하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자재왕부처님의 수명은 얼마나 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四十二겁(劫)이니라.”
그 때 법장비구는 二백 十억 불국토의 청정한 수행법을
선택하여 그와 같이 수행하고 나서 다시 세자재왕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번 돌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사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불국토를 장엄할 청정한
수행을 갖추어 지녔습니다.’
세자재왕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이르기를,
‘법장비구여, 이제 그대가 대중들에게 그대의 서원과
수행을 널리 알려서 그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고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할 좋은 기회이니라.
그래서 보살들은 이를 듣고 불국토를 이룩할 무량한 큰
원행(願行)을 성취하게 될 것이니라.’
법장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사뢰기를,
‘세존이시여, 들어주십시오. 제가 세운바 四十八의
서원을 자세히 아뢰어 말씀하겠습니다.
1.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에 지옥과 아귀와
축생의 三악도(惡道)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수명이
다한 뒤에 다시 삼악도에 떨어지는 일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몸에서
찬란한 금색 광명이 빛나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모양이
한결같이 훌륭하지 않고, 잘나고 못난 이가 따로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5.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숙명통
(宿命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겁(劫)의 옛 일들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6.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천안통
(天眼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세계를 볼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7.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천이통
(天耳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의 많은 부처님들의 설법
을 듣고, 그 모두를 간직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8.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타심통
(他心通)을 얻어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국토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9.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신족통
(神足通)을 얻어 순식간에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나라
들을 지나가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0.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모든
번뇌를 여의는 누진통(漏盡通)을 얻지 못하고 망상을
일으켜 자신에 집착하는 분별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1.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만약,
성불하는 정정취(正定聚)에 머물지 못하고, 필경에 열반
(涅槃)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2.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광명이 한량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를 비출 수가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3.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수명이 한정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겁 동안만 살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4.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성문(聲聞)들의
수효가 한량이 있어서, 三천 대천세계의 성문과 연각
(緣覺)들이 백천겁 동안 세어서 그 수를 알 수 있는
정도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5.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수명은
한량이 없으오리니, 다만 그들이 중생 제도의 서원에
따라 수명의 길고 짧음을 자재로 할 수는 있을지언정,
만약 그 수명에 한량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6.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좋지
않은 일은 물론이요, 나쁜 이름이라도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7.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십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들이 저의 이름(아미타불)을 찬양하지 않는
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8.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십방세계의 중생들이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신심과 환희심을 내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다만 열 번만 불러도 제 나라에 태어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19.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보리심
(菩提心)을 일으켜 모든 공덕을 쌓고, 지성으로 저의
불국토에 태어나고자 원을 세울 제, 그들의 임종시에
제가 대중들과 함께 가서 그들을 마중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0.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듣고 저의 불국토(극락세계)를 흠모하여
많은 선근공덕을 쌓고, 지성으로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
자 마음을 회향(回向)할 제,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1.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모두
三十二대인상(大人相)의 훌륭한 상호(相好:몸매)를 갖추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2.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불국토의 보살들이 제
나라에 와서 태어난다면, 필경에 그들은 한생(生)만 지
나면 반드시 부처가 되는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자리에
이르게 되오리다. 다만 그들의 소원에 따라, 중생을
위하여 큰 서원을 세우고 선근공덕을 쌓아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또는 모든 불국토에 다니며 보살의 행을 닦아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또한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여 위없이 바르고 참다운 가르침을 세우
고자 예사로운 순탄한 수행을 초월하여 짐짓, 보현보살의
공덕을 닦으려 하는 이들은 자재로 그 원행(願行) 에
따를 것이오나, 다른 보살들이 일생보처에 이르지 못한
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3.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고,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한참
동안에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불국토에 두루 이를 수가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4.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드리는 공덕을 세우려 할제, 그들이
바라는 모든 공양하는 물건들을 마음대로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5.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부처님의
일체지혜를 연설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6.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천상의
금강역사(金剛力士)인 나라연(那羅延)과 같은 견고한
몸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않겠나이다.
27.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과 일체
만물은 정결하고 찬란하게 빛나며, 그 모양이 빼어나고
지극히 미묘함을 능히 칭량할 수 없으오리니, 만약 천안
통을 얻은 이가 그 이름과 수효를 헤아릴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8.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을 비롯하여
공덕이 적은 이들까지도,그 나라의 보리수나무가 한없이
빛나고 그 높이가 사백만리나 되는 것을 알아 보지 못한
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29.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스스로
경을 읽고 외우며 또한 남에게 설법하는 변재와 지혜를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0.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의 지혜와
변재가 한량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1.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불국토가 한없이 청정하여,
십방 일체의 무량무수한 모든 부처님 세계를 모두 낱낱이
비쳐봄이 마치 맑은 거울로 얼굴을 비쳐 보는 것과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2.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지상이나 허공에 있는 모든
궁전이나 누각이나 흐르는 물이나 꽃과 나무나, 나라 안에
있는 일체 만물은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보배와 백천가지의
향으로 이루어지고, 그 장엄하고 기묘함이 인간계나 천상계
에서는 비교할 수 없으며, 그 미묘한 향기가 시방세계에
두루 풍기면, 보살들은 그 향기를 맡고 모두 부처님의 행을
닦게 되리니,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3.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한량없고 불가사의
한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로서, 저의 광명이 그들의 몸에
비치어 접촉한 이는 그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상냥하여
인간과 천상을 초월하오리니,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4.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세계의 중생들이 제 이름(아미
타불)을 듣고, 보살의 무생법인(無生法忍)과 깊은 지혜
공덕인 다라니 법문을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5.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부처님 세계의 여인들이 제 이름(아미타불)
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보리심을 일으키고 여자의 몸을
싫어한 이가 목숨을 마친 후에 다시금 여인이 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6.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
타불)을 듣고 수명이 다한 후에도 만약 청정한 수행을
할 수 없고, 필경에 성불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7.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 세계의 중생들이 제 이름(아미
타불)을 듣고 땅에 엎드려 부처님을 예배하며 환희심과
신심을 내어 보살행을 닦을 제, 모든 천신(天神)과 인간
들이 그들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8.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의복을
얻고자 하면 생각하는 대로 바로 훌륭한 옷이 저절로
입혀지게 되는 것이, 마치 부처님이 찬탄하시는 가사가
자연히 비구들의 몸에 입혀지는 것과 같으오리니, 만약
그렇지 않고 바느질이나 다듬이질이나 물들이거나 빨래할
필요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39.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누리는
상쾌한 즐거움이일체 번뇌를 모두 여읜 비구와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0.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이 시방
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청정한 불국토를 보고자 하면,
그 소원대로 보배나무에서 모두 낱낱이 비쳐 보는 것이
마치, 맑은 거울에 그 얼굴을 비쳐 보는 것과 같으오
리니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1.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여러 보살들이
제 이름(아미타불)을 듣고 부처님이 될 때까지 육근(根)
이 원만하여 불구자가 되는 일이 없으오리니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2.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들은 이는 모두 청정한 해탈삼매를 얻을
것이며, 매양 이 삼매에 머물어 한 생각 동안에 헤아릴
수 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도 오히려
삼매를 잃지 않으리니,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3.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듣고도 수명이 다한 후에 존귀한 집에 태어
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4.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듣고 한없 이 기뻐하며 보살행을 닦아서
모든 공덕을 갖추오리니,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5.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들으면, 그들은 모든 부처님을 두루 뵈올
수 있는 삼매를 얻을 것이며, 매양 이 삼매에 머물어
성불하기까지 언제나 불가사의한 일체 모든 부처님을 뵈올
수 있으 오리니,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6.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보살들은 듣고자
하는 법문을 소원대로 자연히 들을 수 있으오리니,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7.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을 듣고나서 일체 공덕이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에 이를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48.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세계의 보살들이 제 이름
(아미타불)만 듣고도 바로, 설법을 듣고 깨닫는 음향인
(音響忍)과 진리에 수순하는 유순인(柔順忍)과 나지도
죽지도 않는 도리를 깨닫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성취하지
못하고, 모든 불법에서 물러나지 않는 불퇴전의 자리를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나이다.
아난아, 법장비구는 세자재왕부처님 앞에서 이와같이
四十八의 서원을 낱낱이 아뢰고 나서, 다시 게송(노래)
으로써 거듭 서원을 밝혔느니라.
내가 세운 서원은 세상에 없는 일
위없는 바른 길 가고야 말리
이 원을 원만히 성취 못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한량없는 오랜 겁(劫)의 세월을 두고
내가 만일 큰 시주가 되지못하여
가난한 고해 중생 제도 못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위없는 부처가 되어
그 이름 온 누리에 떨쳐 넘칠 때
못 들은 누구라도 있을 적에는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욕심 여읜 바른 길 깊이 지니고
청정한 지혜로 도를 닦아서
위없는 진리를 모두 갖추어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 되리.
신통력과 빛나는 광명 나투고
끝없는 모든 세계 두루 비추어
탐진치(貪嗔痴)의 검은 때를 녹여 버리고
중생의 온갖 재난 구제하리라.
그네들의 지혜 눈 밝게 열어서
이 세상 어두운 이 눈뜨게 하며
여러가지 나쁜 길 막아 버리고
좋은 세상 가는 길 활짝 열리라.
지혜와 공덕을 두루 갖추고
거룩한 광명은 시방에 넘쳐
해와 달이 밝은 빛 내지 못하고
천상의 광명도 숨어 버리네.
중생을 위하여 진리 밝히고
공덕의 보배를 널리 베풀며
언제나 많은 대중 모인 가운데
사자의 외침으로 법을 설하네.
온 세계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한량없는 공덕을 두루 갖추고
서원과 지혜를 모두 이루어
삼계의 영웅인 부처 되리라.
부처님의 걸림 없는 지혜와 같이
모든 것 통달하여 두루 비치니
바라건대 내 공덕 밝은 지혜가
세자재왕부처님과 같을 지이다.
정녕 이 서원이 이루어지면
삼천대천세계가 감동을 하고
허공 중에 가득한 하늘 사람들
신묘한 꽃비를 뿌려 주리라.
법장비구가 이 게송(노래)을 읊으고 나자 바로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신묘한 꽃이 비오듯이 흩날리며,
난데없이 천연한 음악이 은은하게 울리는데 허공 중에서,
<법장비구여, 그대는 결정코 반드시 위없는 대도를 성취하여
부처가 되리라>고 찬탄하는 소리가 들려 왔느니라.
이때 법장비구는 이와같은 큰 서원을 원만히 성취하려는
진실한 마음이 추호도 흩어지지 않고 모든 세상일을 초월
하여 간절히 열반(영생)의 경계를 흠모하여 마지않았느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