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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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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인 품(慈仁品) 2
옛날 큰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왕의 이름을 화묵(和默)이라 하였다.
그는 변경(邊境)에 살면서 아직 삼존(三尊)의 거룩하고 묘한 교화를 보지
못하고, 범지와 외도와 무당을 받들어 섬겼고, 온 나라는 삿된 일을 받들
었기 때문에 생물을 죽여 제사하는 것을 떳떳한 일로 삼았다.
그때 왕의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몸져 누웠다. 왕은 여러 의사들을 불렀
으나 약효를 얻지 못하였고, 또 무당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 여러 해를 기
도하였으나 병은 낫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국내에 있는 200 인의 바라문을 궁전에 모시어 자리에 앉히고
음식을 차리고는 말하였다.
『내 대부인께서 오랫 동안 병으로 고생하고 계신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
소. 그대들은 지식이 많아 천지와 별들의 상(相)보는 법을 환히 알고 있으
니 어떤 잘못이 있는가 자세히 보아내게 알리시오.』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별들이 뒤섞여 음·양(陰陽)이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어떤 방법을 쓰면 병을 낫게 할 수 있겠는가.』
바라문들은 말하였다.
『성 밖의 편편하고 깨끗한 곳에서 네 산과 해와 달과 별들에게 제사하고,
백 마리 짐승과 갖가지 다른 중생과 어린애 하나를 죽여 하늘에 제사하되,
왕께서 몸소 대부인을 모시고 거기 가서 꿇어앉아 절하면서 목숨을 비십시
오. 그렇게 하면 병이 낳을 것입니다.』
왕은 곧 그 말대로 준비하였다. 사람·코끼리·말·소·양 등 백 마리를
몰고 갈 때, 그 길에는 슬픈 울음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였다.
동쪽문으로 나가 제단(祭壇)에 이르러, 그것들을 죽여 하늘에 제사하려 하
였다.
부처님의 큰 자비는 중생들을 두루 구제하시다. 국왕의 그러한 완악하고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기시어 「어떻게 악한 마음을 내어 여러 목숨을 죽여
한 사람을 구하려 하는가」하시고, 대중들을 데리고그 나라로 가셨다. 성
동문 길에서 왕과 바라문들에게 몰려 슬피 울면서 오는 축생들을 만났다.
왕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았다. 처음 뜨는 해와 같고 보름달처럼 원만한 그
모습의 광명은 천지를 환하게 비추었다. 보는 사람들은 모두 사랑하고 공경
하였다. 그리고 몰려 오는 짐승들과 제사에 쓰일 기구들도 모두 거기서 벗
어나기를 원하였다.
왕은 앞으로 나가 수레에서 내려 일산(日傘)을 물리치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 합장하고 꿇어앉아 문안을 드렸다.
부처님은 분부하여 그를 앉게 하고 물으셨다.
『어디로 가는 길이오.』
왕은 두 손을 마주 잡고 사뢰었다.
『나라의 대부인이 오랫 동안 병을 앓아 좋은 약도 써보고 천지를 신명에게
제사하는 등 모든 짓을 다 해 보았나이다. 그래서 지금 처음으로 별들과 다
섯 큰 산에, 감사하고, 어머님을 위해 목숨을 청하여 병이 낫기를 빌려 하
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한 말씀 하리니 잘 들으시오. 곡식을 얻으려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고,
큰 부자가 되려면 보시를 행하여야 하며, 긴 목숨을 얻으려면 큰 자비를 행해
야 하고 지혜를 얻으려면 배우고 물어야 하는 것이오. 이 네 가지 일을 행할
때에는 그 심은 것을 따라 그 결과를 얻는 것이오.
대개 부귀한 사람은 빈천한 사람의 음식을 탐하지 않소. 저 하늘들은 일곱가지
보배로 궁전을 이루었고
옷과 음식은 저절로 생기는데, 왜 단 이슬 음식을 버리고 더러운 음식을 먹으
려 오겠소.
음란(淫亂)을 받들어 제사하면서 삿된 것을 바르다 하고, 생명을 죽여 살기를
구하더라도 그것은 살기와는 거리가 먼 것이오. 많은 목숨을 죽여 한 사람을
구(救)하려 한들 어찌 그렇게 될 것이오.』
부처님은 이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이 백 년 동안 오래 살면서
천하의 귀신을 부지런히 섬기되
코끼리와 말 따위로 제사하여도
한 번 자비를 행한 것만 못하니라.
부처님은 이 게송을 읊으시고 큰 광명을 놓아 천지를 두루 비추었다.
세 가지 길과 여덟 가지 어려움 속에 있는 중생들은 모두 기뻐하면서 제각기
제 곳을 얻었다.
그리고 국왕 화묵은 묘한 설법을 듣고 또 광명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곧 도
의 자취를 얻었으며, 앓는 어머니는 그 설법을 듣고 다섯 가지 감관이 기쁘고
부드러워 앓던 병이 나았다.
그리고 二백 범지들도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또 말씀을 듣고는, 부끄러워하고
허물을 뉘우치면서 제자 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은 그 원대로 그들을 모두
받아들여 사문이 되게 하셨다.
국왕과 대신들은 부처님을 청하여 한 달 동안 공양한 뒤 떠났다.
그리하여 법으로 바르게 다스려 나라가 매우 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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