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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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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 품(利養品)
옛날,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코오삼비이국의 미음정사(美音精舍)로 가서
여러 신·사람·귀신·용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그 나라 「우다아나」왕의 큰 부인은 행실이 인자하여 이름이 들어나고 또
깨끗하였다.
왕은 그 절조(節操)를 가상히 여겨 항상 사랑하고 공경하였다.
왕은 부처님이 나라에 오셔서 교화하신다는 말을 듣고, 수레를 장엄하고
부인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보통 자리에 앉으셨다.
부처님은 국왕과 부인, 시녀들을 위하여
「모든 것이 덧없고 괴로우며 공인 것과 사람의 나는 원인과 만나면 헤어지는
괴로움·미운 사람과 만나는 괴로움과 복으로 말미암아 하늘에 나고 악으로 말
미암아 못(지옥)에 들어 간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국왕과 부인은 기뻐하며 믿고 이해하여 각기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
청신사(淸信士)·청신녀(淸信女)가 된 뒤 부처님을 하직하고 물러나 궁중으로
돌아갔다.
그 때 길성(吉星)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세상에 비할 데 없는 아름다운 딸을 낳았다. 나이 十六세가 되니 아무도
흠잡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천 냥 금으로 상금을 걸고 九十일 동안 지혜로운 이를 구하되
『만일 누구든지 이 딸을 아름답지 않다고 흠잡는 사람이 있으면 이 금을 주
리라.』 고 하였으나, 아무도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딸이 장성하자 그는 시집 보낼 자리를 생각하면서
「누구에게 줄까. 만일 내 딸만큼 단정한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주리라.
내가 들으니 석가의 종족인 사문 고오타마는 얼굴이 황금빛으로써 세상에 드물
다고 한다. 내 딸을 그에게 주어 짝을 지으리라.」하고, 딸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사뢰었다.
『내 딸은 아름답고 조촐하기 세상에 둘도 없아온데, 이미 장성하여 시집을 보
내려 하오나 세상에는 그 짝이 없나이다. 오직 고오타마께서 단정하여 그 짝이
되겠사옵기에, 일부러 멀리서 데리고 와서 짝으로 드리려 하나이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그대의 딸의 아름다움은 그대 집에서 좋아하는 것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러 부처님의 좋아하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그 길이 같지 않다.
그대는 그대 딸의 단정하고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마는,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그
림병 속에 대소변을 담은 것과 같은 것인데 무엇이 그리 기특하며 어디가 좋은
가.
눈·귀·코·입은 몸의 큰 도적이요 얼굴의 아름다움은 큰 근심거리니라.
집을 망치고 친족을 멸하며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해치는 것은 다 여색 때문이다.
나는 사문이니 혼자 몸이다.
그래도 위태로울까 두려워하거늘 하물며 재화와 모진 도적의 재물을 받겠는가,
그대는 데리고 가라. 나는 받지 않겠노라.』
그러자 그 바라문은 화를 내어 곧 떠났다.
그는 거기서 떠나 우다아나왕에게로 가서,
자기 딸의 아름다운 자태를 갖추어 칭찬하고 왕에게 아뢰었다.
『내 딸은 왕비가 될 만합니다. 이제 장성하였기 왕에게 드립니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곧 받아들여 둘째 좌부인(左夫人)으로 삼고 인수(印綬)를
주고 금·은의 보물을 길성에게 주어 정승을 삼았다.
그 여자는 부인의 지위를 얻은 뒤로 늘 큰 부인을 질투하는 마음을 품고
아릿다운 자태로 왕을 호려 자주 큰 부인을 모함하니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왕은 도리어 나무랐다.
『너는 얼굴이 아름다운 것에 비하면 말이 공손하지 못하다.
저 여자의 품행은 높일 만한데 너는 도리어 그를 모함하는구나.』
그러나 이 여자가 시기하는 마음으로 그를 해치려고 하였고 또한 끓임없이 모함
하므로 왕은 그만 미혹되여 『앞 뒤 일을 잘 꾀하여 그의 재계(齋戒)할 때를 기
회로 삼자.』 고 하였다.
그러자 이 여자는 곧 왕에게 권하였다.
『오늘 즐거운 일을 만들어 놓고 큰 부인을 청하소서.』 왕은 곧 두루 영을 내려
모두 모이게 하였다.
그러나 큰 부인은 재계를 지키느라고 그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세 번이나 불렀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왕은 잔뜩 화를 내어 부인을 끌어내어
궁 전 앞에 묶어 놓고 활을 쏘아 죽이려 하였다. 그러나 부인은 조금도 두려워하
지 않고 일심으로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왕이 손수 활을 쏘았다. 그러나 화살은 도로 왕에게로 돌아왔다.
또 쏘았으나 또 돌아왔다. 아무리 쏘아도 여전히 그러하였다.
왕은 매우 두려워하여 손수 그 결박을 풀고 물었다.
『너는 무슨 술(術)이 있기에 그러한가.』
부인은 대답하였다.
『오직 부처님을 섬기고 삼존(三尊=부처와 법과 승가)계 귀의하면서
아침부터 재계를 지키고 오후에는 먹지 않으며·
또 여덟 가지 계율(살생하지 않음·도둑질하지 않음·음행하지 않음·거짓 말하지
않음·술을 마시지 않음·장식하지 않음·노래하고 춤 추거나 그것을 구경하지 않
음, 높고 넓은 자리에 눕거나 않지 않음)을 행하고 몸을 장식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필시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기시기 때문에 그러한 줄 압니다.』
왕은, 『장하구나, 왜 말하지 않았는가.』
하고, 곧 길성의 딸을 끌어내어 그 부모에게 돌려 보내고
그 큰 부인으로 하여금 궁중을 바로 다스리게 하였다.
왕은 대부인과 궁녀들과 태자와 함께 수레를 장엄하고 신하들을 데리고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한 뒤 한쪽에 물러앉아 합장하고 설법을 들었다.
왕은 부처님께 그 동안의 일을 사실대로 사뢰었다.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얼굴이 요염하여 사람을 호리는 여자에게는 여덟 가지의 태도가 있고
또 여덟 가지 큰 태도가 있는데,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미워하오.
여덟 가지란, 첫째 질투요, 둘째는 거짓 성내는 것이며 셋째 나무람이요,
넷째 저주며 다섯째 달램이요 여섯째 인색하고 탐내는 것이며 일곱째 장식을 좋아
하는 것이요, 여덟째 독을 품는 것이니, 이것을 여덟 가지 큰 태도라 하오.』
이에 부처님은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이 칠보(七寶)를 비처럼 내리어도
욕심 많은 사람은 만족하지 않는다.
즐거움은 적고 괴로움이 많나니
그런 줄 깨달은 이를 현인이라 하나니
비록 하늘 같은 욕심이 있더라도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버리고
은혜와 사랑을 떠나기 즐겨하여
거룩한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
부처님은 다시 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죄와 복을 짓는 데에는 제각기 근본 성질이 있는 것이오.
그 받고 갚는 것은 만 곱이나 되어 같지 않소. 만일 여섯 가지 덕을 행하고
재계를 지키면 복이 많아서 모든 부처님의 칭찬을 받을 뿐 아니라 마침내는
범천에 나서 복과 즐거움이 저절로 생길 것이오.』 부처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때 왕과 부인, 궁녀, 신하들은 모두 마음이 열려 도의 자취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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