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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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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문 품(沙門品)
옛날, 부처님께서 슈라아바스티이국의 제타숲 절에서
신, 용, 귀신, 국왕, 인민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계셨다.
그때 어떤 젊은 비구는 이른 아침 가사를 입고 지팡이를 짚고 바리를 가지고
큰 마을에 들어가 걸식하였다.
그 때 큰 길 가에 관청의 채소밭이 있었는데 그 둘레에는 기장을 심었고
바깥 풀 속에는 화살을 그물처럼 죽 벌려 놓았다. 만일 벌레나 짐승이나 도적
이 와서, 화살 그물에 부딪치면 화살이 저절로 쏘아져 그들은 화살에 맞아 죽
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혼자서 그 동산을 지키고 있었다.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멀리서 그 여자를 불러 길을 가르쳐 받아야
비로소 동산으로 들어가고 길을 모르는 사람은 반드시 그 화살에 맞아 죽게 되
어 있었다.
그리고, 또 그 여자는 혼자서 지키면서 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노래소리는 아름답고 맑고 듣는 사람은 모두 수레나 말을 세우고
그 근처를 빙빙 돌고 길을 가려 하다가도 앉아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때 그 비구도 걸식하고 돌아오다가 노래 소리를 듣고는
다섯 감관이 녹아 풀리고 마음이 홀리고 어지러워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
하였다. 그리고는 「저 여자는 반드시 아름다우리라.」
생각하고, 음탕한 마음이 생겨, 일어서서 바라보기도 하고
앉아서 중얼거리기도 하며 빙빙 돌다가 거기서 떠났다.
길을 반쯤 가기도 전에 그만 마음이 황홀하여지면서,
손에 든 지팡이가 떨어지고 어깨에서는 가사가 벗겨졌으나 전혀 그것을 깨닫지
못하였다.
부처님은 세 가지 신통으로 그 비구가 앞으로 조금 더 가다가는 화살에 맞아
죽을 것과 또 전생의 복으로 도를 얻을 수 있지만 어리석기 때문에 미혹하여
욕심에 덮여 있는 것을 보시고, 그를 가엾이 여겨 구제하시려고, 어떤 속인으
로 화(化)하여 그 곁으로 가서 게송으로 그를 꾸짖었다.
사문으로서 어디를 가든지
만일 그 뜻을 걷잡지 못하면
걸음 걸음 마다 달라붙어
다만 그 생각 따라 달리게 되리.
가사를 어깨에 걸쳤더라도
나쁜 짓 행하여 버리지 못하면
그는 나쁜 행을 행하는 사람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리라.
번뇌를 끊고 스스로 단속하여
마음을 꺾고 욕심을 물리쳐라.
사람이 애욕을 끊지 않으면
그 마음 외곬으로 달려가리라.
기어코 스스로 굳세게 억제하여
이것을 하리라고 꾸준히 나아가라.
비록 집을 버렸으나 여전히 게으르면
그 뜻은 다시 물들게 되느니라.
게으르고 느리게 행하는 사람은
유혹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나니
깨끗한 범행을 행하지 않고
어떻게 큰 보배 이룰 수 있으리.
길들지 않은 것 경계하기 어렵나니
바람이 나무를 말리는 것 같네.
하는 일은 제 몸을 위하는 것이니
어찌하여 부지런히 나아가지 않는가.
부처님은 게송을 마치시고 곧 그 본 모습을 나타내셨다.
빛나는 상호의 광명은 온 천지를 두루 비추었다.
어떤 사람이나 그것을 보는 이는 미혹이 풀리고 어지러움이 그쳤다.
그 비구도 부처님을 뵈옵자 마음이 탁 열리어, 마치 어두운 곳에서 광명을 보
는 것과 같았다.
온 몸을 땅에 던지고 부처님께 예배한 뒤 머리를 두드리며 허물을 뉘우치고
사죄하였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지관(止觀)을 닦아 아라한이 된 뒤 부처님을 따라 절로 돌
아갔다.
그 설법을 들은 무수한 사람들도 모두 법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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