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事物이 없으면 공간空間도 없다

2008. 8. 13. 12:38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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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事物이 없으면 공간空間도 없다


    온갖 존재가 있건 없건 간에 항상 스스로 혼자서 존재하는 절대공간絶對空間이라는 개념은 전적으로 망상의 소산所産이다. 허공이 그대로 존재요, 존재가 그대로 허공인 것이다. 허공과 존재라는 이름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서 세워진 것(상생相生)>이기 때문에, 존재가 없으면 허공도 없고 허공이 없으면 존재도 없다.

    이것이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생空卽是色의 본 뜻이므로 이 뜻을 철저히 사무쳐야 진여법성眞如法性을 보아서 실상해탈實相解脫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산하대지山河大地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뒤섞여 있어도, 오직 한마음의 거울에 나타난 그림자일 뿐이며, 오직 <나 하나뿐>이다. 거기에 누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겠는가?

    보는 자가 있어서 보는 것이 아니고, 다만 작용 없는 참 성품이 인연因緣에 감응感應해서 나투는 성품의 비추어냄(성효性曉)이다. 면전의 모든 존재는 무명으로 인해서 마음의 거울에 나타나는 업의 그림자일 뿐이며, 마음도 경계도 이 모두가 다 참 나의 분신分身일 뿐이다.


    비오는 날, 경청鏡淸선사가 비구에게 묻기를,


    - 문 밖에 무슨 소리인가?     “빗방울 소리입니다.”

    - 중생이 뒤바뀌어 자기를 잃고 물건을 쫓는구나.

    “화상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하마터면 자기를 잃지 않을 뻔했도다.

    “자기를 잃지 않을 뻔했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 몸을 빼내기는(출신出身) 그래도 쉽거니와 몸을 벗어나는 일(탈체脫體)을 말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라 - 고 했다.


    이 화두를 들고 雪竇顯이 송하기를,

    빈집의 빗방울 소리를 작자作者도 응수하기 어렵구나

    일찍이 깨달았다 해도 여전히 알지 못한다.

    안다(회會) 거나 알지 못한다(불회不會) 함이여!

    남산과 북산에 더욱 좔좔 흐른다.


    백운병白雲昞이 상당上堂하여 이 이야기를 듣고 말하기를,

    - 경청화상이 비록 잘 거두고 잘 놓았으나 자세히 점검하건대, 칼날을 잡아서 손을 상하는 꼴을 면치 못했다. 무슨 뜻인가?

    몸을 빼내건, 몸을 벗어나건, 더욱더 자기를 미迷하나니, 金으로 金을 바꿀 수는 없고, 물로 물을 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니라. 설사 당장에 망정忘情이 다하고, 소견이 없어지더라도 입술이 달라붙고, 이(齒)가 매달림을 면치 못하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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