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維摩經) / 05. 유마거사(維摩居士)

2009. 5. 12. 10:0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유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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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거사 그때 비야리대성(臻耶離大城)에는 한 장자(長者)가 있었으니 이름은 유마힐(維摩詰)이었다. 그는 아주 오랜 옛부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선근(善根)을 깊이 심어 무생인(無生忍)을 얻고 있었다. 그의 뛰어난 변재(辯才)는 걸림이 없고, 신통력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모든 가르침을 완전히 기억하는 힘에 숙달되어 있었다. 그는 두려움이 없는 자신[無所畏]을 얻어 악마의 재앙을 물리쳤고, 심오한 진리의 문에 들어 깨달음의 기슭에 이르 렀으며 모든 방편을 통달하고 있었다. 큰 서원을 성취하여 중생들이 마음 속으로 바라는 바를 분명 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중생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의 날카로움과 무딤을 잘 분별하였다. 오래도록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그 마음은 원숙하고 맑아 대승의 가르침에 나아갔고 온갖 것을 행함에 있어서는 바르게 생각하고 헤아렸으며 부처님과 같은 위의(威儀)에 주하여 마음의 크기가 큰 바다와 같았으므로 모든 부처님들이 칭찬 하고 부처님의 제자와 제석천(帝釋天), 범천(梵天), 사천왕 (四天王)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는 사람을 제도하고자 하는 서원을 실천하기 위한 방편으로 비야리성에 살고 있었다. 무량한 재산으로 모든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계를 청정히 받들고 지킴으로써 계를 범하는 많은 사람들을 구하며 마음을 다듬어 인욕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가라앉혔으며, 마음을 다하여 크게 정진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게으름을 바로 잡게 하였다. 마음을 통일하여 선정(禪定)을 닦아서 마음이 혼란한 사람들을 이끌고 명확한 지혜로써 지혜가 없는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고 있었다. 그는 재가의 신도이지만 사문(沙門)의 청정한 계율을 받들어 행하고,비록 세속에 살지만 삼계(三界)에 집착하지 않았다. 처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범행(梵行)을 닦았으며 친척이 있음을 나타내 보이지만 항상 멀리 떨어져있기를 좋아하였다. 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가장 높은 사람으로서 공양을 받는다. 정법을 굳게 지녀서 어른과 어린이를 가르치고 모든 생업의 경영이 순조로워 비록 세속적인 이익을 얻지만 그것을 기뻐 하지 않는다. 그는 세간에 다니면서 중생을 이익케 하고 정치와 법률에도 통달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편안케 한다. 강론(講論)하는 곳에 가면 대승의 가르침으로써 사람들을 이끌고, 학교에가면 학생들을 이끌어 깨우치게 한다. 창녀의 집에 가면 육욕의 잘못을 설하고 술집에 가서도 능히 그 뜻을 세운다. 장자 유마힐은 이와 같이 무량한 방편으로 중생을 이익케 하고 있었으며 그 방편으로 몸에 병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병 때문에 국왕대신장자거사바라문과 여러 왕자와 함께 그 나머지 권속 수천 명이 모두 찾아와 문병하였다. 유마힐은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설법하였다. 거룩하신 여러분, 이 육신은 덧없고 강하지 못하며 힘도 없으며 견고하지도 못합니다. 빠르게 시들어가는 이 몸은 가히 믿을 것이 못됩니다. 이 몸은 괴로움이며 근심이며 모든 병들이 모여 있는 덩어리 입니다. 여러분, 지혜가 밝은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몸에 의지하지 않습니다. 이 몸은 물거품 같아서 오래 가지 않습니다. 이 몸은 불꽃과 같아서 애욕의 갈망으로부터 생깁니다. 이 몸은 파초(芭蕉) 와 같아서 속에 굳은 것이 없으며 이 몸은 환상(幻想)과 같아서 미혹으로부터 일어납니다. 이 몸은 몽환(夢幻)과 같아서 허망한 것이 진실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며,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업연(業緣)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몸은 메아리와 같아서 온갖 인연을 따라 생기며, 이 몸은 뜬구름 같아서 곧 변멸(變滅)하고 맙니다. 또한 이 몸은 번개와 같아서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변하는 것입니다. 이 몸은 주인 없는 땅과 같아서 실체로서의 주체가 없으며, 이 몸은 불과 같아서 자아가 없으며, 이 몸은 바람과 같아서 생명으로서의 개체(個體)가 없으며, 이 몸은 물과 같아서 실체로서의 개아(個我)가 없습니다. 이 몸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체가 아니라 네 가지 구성요소[四大]로 되어 있어 이를 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몸은 자아[我]와 자아에 소속하는 것[我所]에서 떨어져 있으므로 공(空)한 것입니다. 이 몸은 풀과 나무와 질그릇, 조약돌과 같아서 무지(無知) 합니다. 이 몸은 지음이 없으므로 바람의 힘에 따라 흔들립니다. 이 몸은 깨끗하지 아니하여 더러운 것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몸은 거짓인 것입니다. 설사 몸을 씻고 옷을 입으며 밥을 먹는다 하여도 반드시 마멸되고 말 것입니다. 이 몸은 곧 재앙이니 백한 가지의 병으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 몸은 낡은 우물[丘井]과 같아서 늙음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이 몸은 고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이 몸은 독사와 같고 원수, 도둑과 같고 사람이 살지 않은 마을[空聚]과 같아서 온갖 요소의 집적[陰]과 그 종류[界] 와 마음과 마음의 작용이 의지하는 곳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은 괴로움이며 꺼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땅히 부처님의 몸[佛身]을 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몸은 곧 법신(法身)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아릴 수 없는 공덕과 지혜로부터 생기는 것입니다. 법신은 계(戒)정(定)혜(慧)해탈(解脫)해탈지견(解脫知見) 으로부터 생기고 자(慈)비(悲)희(喜)사(捨)로부터 생기며, 보시하며[布施] 계율을 잘 지키며[持戒], 잘 참고[忍辱] 마음을 온화하게 갖고[柔和] 힘써 수행을 쌓고[勤行] 닦아 나아가며[精進] 마음을 섭수하여 선정(禪定)을 닦는 등 온갖 수행의 완성으로부터 생깁니다. 여러분 부처님의 몸을 얻어 모든 중생의 병을 끊고자 하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장자 유마힐은 모든 문병자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알맞는 가르침을 설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였다. - 유마경(維摩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