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보이지 않고 소도 보이지 않네

2009. 5. 18. 09:1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728x90

사람도 보이지 않고 소도 보이지 않네


배꽃 천만 조각이

맑고 빈 집에 날아드는데

목동이 부는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가건만

사람도 보이지 않고 소도 보이지 않네.


梨花千萬片  飛入淸虛院  木笛過前山  人牛俱不見

이화천만편    비입청허원    목저과전산   인우구불견


- 청허휴정(淸虛休靜)

 

 

   불교의 말씀은 언제나 그 격식이 있다. 이 선시도 얼른 보기에 배꽃이 휘날리는 봄날의 모습과 목동이 피리를 불고 가는 그림 같은 풍경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선시의 맛을 감소시키는 해설이 되겠지만 그 갖추어야 할 격식과 깊은 내용을 분석하자면 묘유(妙有)와 진공(眞空), 진공과 묘유가 어우러진 중도(中道)를 아름답게 잘 나타내고 있는 시다.


   배꽃이 천만 조각으로 휘날리는 것은 삼라만상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음을 선안(禪眼)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배꽃이 맑고 텅 빈 집으로 날아들고 있다는 말은 선시의 작자 청허휴정(淸虛休靜, 1520~1604) 스님 자신의 이름을 빌어서 ‘우주만유가 묘하게 있으면서 진정으로 공하고, 진정으로 공하면서 묘하게 있다.’고 한다.


   목동이 부는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간다는 말도 묘유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주관도 객관도 텅 비어 없다는 의미이다.


   모든 존재의 존재원리가 그와 같다. 시의 제목도 ‘주관도 객관도 모두 없어진 상태(人境俱奪)’라는 말이다. 주객이 모두 없지만 묘하게 있다. 이렇게 있는 것이 제대로 있는 것이고, 이렇게 없는 것이 제대로 없는 것이다. 선의 안목으로 볼 때 모든 존재는 이렇게 중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의 시도 이러한 격식과 내용에 맞게 쓴다. 선천 선지(禪天禪地)에 선화(禪花)가 휘날린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일에 / 오광수 사람이 산다는 것이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아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 집채같은 파도가 앞을 막기도 하여 금방이라도 배를 삼킬듯하지만 그래도... 이 고비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 삽니다 우리네 사는 모습이 이렇게 비 오듯 슬픈 날이 있고 바람불듯 불안한 날도 있으며 파도 치듯 어려운 날도 있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견디지 못할 일도 없고 참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다른 집은 다들 괜찮아 보이는데 나만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가 생각하지만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집집이 가슴 아픈 사연 없는 집이 없고 가정마다 아픈 눈물 없는 집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웃으며 사는 것은 서로서로 힘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샹송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