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서거전 "정토원에 가보자"

2009. 5. 26. 09:53일반/금융·경제·사회

728x90

盧 전대통령 서거전 "정토원에 가보자"(종합)

 

 

 


고향  

연합뉴스 |

정토원장 "부모위패에 예를 표했다고 들었다"
`하직인사'하고 마지막 마음정리 한 듯
(김해=연합뉴스) 황봉규.김영만 기자 =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하기 직전에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진 인근의 사찰인 정토원에 들렀던 사실이 밝혀졌다.

유서를 써놓고 사저를 나와 투신하기 전에 부모님의 위패에 `하직인사'를 하면서 마지막 마음정리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면서 `귀향환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 원장은 25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 새벽 경호원이 '계시냐'며 나를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선 원장은 "VIP(노 전 대통령)도 오셨느냐고 물었는데 경호관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 원장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내가 경호원이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법당에 모셔진 부모님의 위패에 예를 표했다고 사찰의 음식조리를 담당하는 보살이 말했다"고 전했다.

서거경위를 수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 관계자도 "이 경호관이 조사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에 들렀다는 것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경호관은 노 전대통령과 함께 봉화산 정토원에 갔다가 부엉이 바위로 갔다며 단순히 코스만 말했을 뿐 그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토원과 부엉이바위는 걸어서 몇분 밖에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런 사실들로 미뤄볼 때 노 전 대통령은 서거 당일 사저를 나와 정토원에 들러 부모님의 위패에 예를 표하고 `최종 결심'을 한 뒤 부엉이 바위로 가 경호관과 대화를 하면서 머물다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지난 24일 2차 수사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당일 이동경로에 대해 설명하면서 정토원에 들렀던 부분은 빠뜨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호관이 수사에서는 투신한 장소가 중요해 도중에 잠시 들렀던 정토원에 대해선 별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해 "등산에 나선 노 전 대통령께서 경호관에게 `정토원에 가보자'라고 말씀하셨고 도착해서는 '선 법사(선진규 정토원장) 계신지 보고 와라'고 지시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이 `계신다'고 하니 `됐다 가자', `내가 정토원에 들러서 확인하라 한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네'"라고 말씀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천 홍보수석은 "경호관은 `내가 확인하라 한 것은 얘기할 필요가 없네'라고 한 대통령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찰 조사에서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진술을 안한 것"이라며 "우리도 대통령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ong@yna.co.kr
기존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거나, 비중은 있는데 단신 보도한 내용을 전합니다.

 
"아들아, 이런 대통령이 있었단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게시판에 '타잔'이라는 누리꾼이 쓴 글의 제목이다. 그랬다. 전국 곳곳에 세워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는 어린 아이의 손을 이끌고 온 젊은 부모들이 많았다. 그들의 심정이 딱 저 글의 제목과 같지 않았을까.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영정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군지 모를수도 있다. 하지만, 먼 훗날 어른이 돼 어린 날의 기억을 되짚어보면, 부모님이 왜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도 감사를 표한 유시민 전 장관


서울역 광장 공식분향소에서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주 중 1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장관의 오랜 인연을 감안하는 사람들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이 서울에서 상주로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애틋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유시민 전 장관은 추모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미안합니다" 그리고 "면목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서거 직전, 담배를 피우고 싶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담배를 바친 그의 모습 또한 추모객들에게는 기억이 남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면목없습니다", 어쩌면 추모객들에게 남긴 인사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향한 자책일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시민 전 장관은 부모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직접 봤다면, 정치인의 의례적인 제스처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인연의 힘, 유시민 전 장관 어머니의 "내 아들아..."

인연의 힘은 강하다. 진심 어린  인연은 그 진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시킬 수 있다. 노무현과 유시민, 두 사람은 그랬다. 그들은 정치적 어려움 뿐만이 아니라 인간적 어려움까지 함께 했던 '친구'였다. 어려움을 함께 했던 사람들의 인연은 그만큼 진할 수 밖에 없다. 그 진한 인연의 힘이 진심을 만드는 것이다. 그 진심이 통했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 전 장관과 악수를 나누며 서로 위로하길 원했다.

추모객 중 할머니 한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보자 복받쳐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부축하며 곁에서 할머니와 같이 절했다.

"아들아...내 아들아..."

알고 보니 할머니는 유시민 전 장관의 어머니였다. 유시민 전 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아들'이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시민 전 장관 어머니의 '또 다른 아들'이었다.

"좋은데 가셨으니까 좋은 일 많이 하셔야죠. 이미 가셨으니까. 좋은 일 많이 하실거에요. 좋은 나라에 가셔서요. 그것 밖에 바랄 수가 없잖아요. 이제는 믿을데가 없잖아요."

어머니의 진심어린 슬픔을, 모자란 필력으로는 전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진심어린 인연으로부터 비롯되는 진심어린 슬픔, 진심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고인을 향한 추모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역사의 현장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노무현 전 대통령,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일까. 넉넉한 웃음과 함께 흐르는 땀을 닦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렇게 저마다의 가슴 속에 새겨지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박형준 , 영상 = 미디어몽구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