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미움이 일면...]

2009. 6. 18. 19:0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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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미움이 일면...]

 

 

 

내 마음이 미움이 일면,
무슨 공부를 하든,
공부를 잘못하고 있는 줄 아십시오.

 

 


내 마음에 분노가 일면,
무슨 성취를 그동안 이루었던,
그 성취 모두, 헛된 것임을 아십시오.

 

 


참된 공부는 미움이 일지 않습니다.
미움은 참된 공부의 속성이 아닙니다.
미움마저 자비와 연민으로 안는 것이,
그것이 공부입니다.

 

 


참된 공부는 분노가 없습니다.
참된 공부는, 분노의 본성이 어리석음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공부를 하는 분들은,
언제 어디서든 분노가 없는 것입니다.

 

 

 

수많은 미움을 일으키고,
수많은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며,
한 경계 일 때마다 한 생각 일 때마다 그 경계. 그 생각에 이끌리며,
공부한다, 하고 감히 부르짖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모두 헛된 공부를 참된 공부로 착각하는 까닭입니다.

 


내 마음에 미움이 일며.
내 마음의 분노를 어찌 하지 못하며,
어찌 공부한다,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참된 공부에는 오직 밝음뿐입니다.
이웃의 어리석음까지 나의 밝음으로 비춰주는,
그리하여 모두를 밝음으로 이끄는,
그 절대적 밝고 밝은 밝음이,
참된 공부의 모습입니다...

 

 


 

*덧글


수많은 절을 하며 수만 번 부처님 명호를 부르며,
일찍이 이르지 못할 깊은 수행을 하여도,
미움, 분노를 버리지 못하시는 불자님들이 너무나 많으십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불자'라 생각하십니다.

 


내 마음에 거슬린다고, 그리고 어리석은 일을 한다고,
그런 이웃을 미워하고 배척한다면
어찌 불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이 그렇게 가르치셨습니까.

 


미움의 불교를 하며 부처님 공부를 한다면,
부처님 가르침이 저 어린 이웃들의 가르침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부디 우리 불자님들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비춰 보는,
그런 불자님 되시기를...

 

 

 

사랑은 나무와 같다/이해인

 




끊임없이 물을 주어야 살아갈 수 있는게 나무이며,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다.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도 나무는 물이 있어야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한 그루의 나무는 오랜 고통과 질식을 견디어 내며 물을 기다린다. 자신의 내면에 자신이

포용할 수 있는 한계에까지 물을 담아 조금씩 조금씩 아끼고 아끼며, 하늘이 가져다 줄 물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사랑은 기다림이기도 하다. 묵묵히 한줄기 비를 기다리는

사막의 나무처럼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랑이다. 늦은 저녁

쓰러져 가는 초가집이지만 작은 소반에 한 두가지 반찬을 준비하고,

행여나 밥이 식을까 보아

아래목 이불속에 밥 주발을 덮어 놓은 아낙의 촛불넘어

흔들거림에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가.

한 마디의 말도 필요없는 다소 곳한 기다림에서 진하고 격렬한 사랑은 아니지만

잔잔하게 흐르며

조금씩 스며드는 나무의 사랑을 읽을 수 있다.

사랑은 나무와 같다. 끊임없이 물을 주어야 살 수 있는 나무와 같이 부족하지 않은 물을 주어야만 한다.

관심과 흥미라 불리우는 사랑의 물은 하루라고 쉬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의 목 마름은 하나의 시든

잎을 만드는 것과 같이 하루의 무관심은 하나의 실망을

가져다 주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나무와 같다.

너무 많은 물을 주게되면

나무의 뿌리가 썩는 것처럼, 너무 많은 관심은 간섭이 되어

의부증이나 의처증이라는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무가 움직여 자리를 옮기면 쉽게 시들고 힘이 없어

비틀거리는 것 처럼 사랑의 자리를

옮기면 쉽게 시들고 쉽게

비틀거리게 되기 마련이다. 옮겨진 나무에는 더욱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 듯 옮겨진 사랑에는 작은 상처 하나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여야만 한다. 때때로 오랜 가뭄을 묵묵히 견디어 내는

나무와 같이 심한 갈증이 온다 하더라도

묵묵히 견디어 내야 할 때도 있다.

 

때때로 심한 바람에 온몸이 흔들린다 하더라도 깊게 뿌리내린 나무와 같이

묵묵히 견디어 내야 할 때도 있다. 오래도록 참을 수 있는 기다림과

끊임없는관심의 두가지를

모두 가져야만하는 나무. 그리하여

사랑은 바로 나무 같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