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자는 없다/가섭존자

2009. 7. 13. 21:17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선불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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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주재자는 없다

     

    어느 날 가섭(迦葉)이 문수(文殊)의 위대한 설법의 공덕을 찬탄하여 마지않자,

     문수가 가섭에게 물었다.
    『가섭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산하대지는 과연 누가 만들었으며,

    이 세계는 또한 어디서 났습니까?』 하였다.
    이에 가섭이 대답하기를,···
    『문수사리여, 모든 세계는 물거품처럼 이루어졌으며,

    중생의 <부사의한 ‘업의 인연'>(不 思議業緣)으로 났습니다. 』라고 했다. 
     

    문수가 이 말을 받아 부연(敷衍)하여 설명하기를,···
    『모든 법도 역시 ‘부사의한 업의 인연'으로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일에 전혀 공력 (功力)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온갖 법은

    모두 인연에 속할 뿐이어서 주재(主宰)가 없으며, 다만 뜻을 따라서

    (心生種種法生 心滅種種法滅)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이치를 알 수 있으면 모든 하는 일이 어렵지 않으리이다.』라고 했다.

     

      

    29

    지비자(知非子)가 말하기를,

     "조계(曹溪)는 스스로 말하기를,「전혀 아무 특별한 재간도 없나니,

    다만 노승의 백초(百草, 갖가지 妄想) 위에서 알아차리라」하였으나. . . "

     

       나에겐 한 구절이 있으니,
       물결을 따르고 파도를 좇는다.
       기쁨도 슬픔도 없이 천진(天眞)에 맡기니
       번뇌를 끊지 않아도 보리(菩提)가 자란다.

     

     

     30

    '도'를 닦으나, 도는 원래 닦을 것이 없고 '법'을 물으나, 법은 본래 물을 것이 없다.

    미혹한 사람은 '물질'과 '공'을 모르지만 깨달은 사람에겐 본래 역·순이 없다.

     

    팔만사천 법문의 지극한 이치는 '마음'을 여의지 않았다.

    자기 집안 일을 알려고 할지언정 부질없이 딴 고을을 쏘다니지 말라.

     

    널리 배우고, 많이 들을 필요도 없고 변재(辯才)와 총명도 쓸모 없다.
    달(일년 열두 달)의 크고 작음도 모르고 해(年)에 윤달이 있고 없음도 관계치 않는다.

     

    번뇌(煩惱) 그대로가 보리(菩提)이니 아름다운 연꽃이 진흙에서 난다.

    누가 와서 어떤 것인가 하고 물으면 그에게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새벽에는 죽을 먹어 주림을 달래고 낮에는 다시 한 술 떠먹는다.
    오늘은 그럭저럭 뒤뚱뒤뚱 지내고 내일도 뒤뚱뒤뚱 그럭저럭 지낸다.

     

    마음속으로 분명하게 다 알지만 겉으론 짐짓 어리석은 듯 하다.


    - 등등화상(騰騰和尙)의 게송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