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지심(合掌至心) /범망경

2009. 11. 9. 20:49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범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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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지심(合掌至心)


모든 불자들은 합장하고 지극한 마음으로 들어라.

諸佛子等 合掌至心聽


 이 말씀은 모든 부처님의 제자들이 합장을 하고 지극한 마음을 만들어서 앞으로 설하는 바를 경청하라는 것입니다. 

 

 합장은 열 손가락과 두 손바닥을 완전히 하나로 합하여 마음이 산란하지 않다는 것,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표식입니다.

 

 합장을 하여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모든 잡념은 사라집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을 할 때 일체의 번뇌망상은 저절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을 할 때 모든 허물은 허물어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평소 때라면 전혀 느끼지 못할 잡념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을 하였을 때는 매우 크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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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병에 걸린 한 불자가 의사를 찾아가자, 의사는 연꽃 향기를 눈에 쏘이면 낫는다는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 불자는 연못으로 가서 연꽃 봉오리에 눈을 대고 향기를 쏘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향기를 맡을 줄 아는 코가 어느덧 그 향기에 취하여, 눈에 대고 있어야 할 자리로 옮겨가 있었습니다. 향기에 이끌려 눈병을 고치겠다는 생각까지 잊고 만 것입니다.

 

  “아, 이 향기! 너무나 좋구나.”

 

 한창 향기에 취해 있는데 홀연히 연못 속으로부터 노인이 솟아 올라와서 노려보며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도둑놈, 도둑놈. 가거라, 가거라.”

  “아니, 나는 연꽃을 꺾지도 않았고 가져 가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왜 도둑놈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아무런 노력 없이 연꽃의 향기를 취하였고 더군다나 탐착까지 하였으니, 네가 향기를 도둑질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연꽃의 향기에 탐욕심을 내었으니 도둑질한 것이라는 노인의 말이 이치에 맞는 듯하여 머뭇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험상궂게 생긴 어떤 사람이 연못 속으로 들어오더니 연꽃 줄기를 뚝뚝 꺾기도 하고 뿌리 채 뽑아 내어 한 다발 가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연못의 신인 노인은 멀거니 쳐다보기만 할 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눈병에 걸린 사람은 노인에 대해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세간의 악한 사람들은 죄(罪)의 똥에다 머리를 푹 파묻고 있네. 어찌 더불어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대는 청정한 불자이지 않은가? 희디흰 보자기에는 파리똥 한 점만 묻어도 허물이 태산이니라. 조그마한 허물에도 크게 부끄러워하면서 밝고 깨끗한 마음을 가꾸어 가는 것이 불자의 길이 아니더냐?”

 

 연못의 신이 들려 주는 이 말을 듣고 그 불자는 크게 발심하여 정진하였다고 합니다.


 합장지심할 때 망상과 허물은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그것은 마음이 맑아져 있기 때문에 망상과 허물이 더 크게 보이는 것입니다. 바로 이때가 중요합니다. 이 때 ‘왜 나는 이토록 망상이 심한가?’하면서 무러서기 보다는, ‘내가 이만큼 더 맑아져 있구나’ 하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합장지심하십시오. 불자는 마땅히 청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하며, 합장지심할 때 청정한 마음은 더욱 분명히 나타납니다. 이제 합장지심하고 보살계 서문에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술 과 사랑 

 

주거니 받거니 허물을 깨는건 술이요  주어도 받아도

그리움이 쌓이는건 사랑입니다.

뱃속을 채우는 건 술이요  영혼을 채우는 건 사랑입니다.

입으로 마시는 건 술이요 가슴으로 마시는 건 사랑입니다.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건 술이요 한 사람에게만

줄 수 있는 건 사랑입니다.

마음대로 마시는 건 술이요   내 뜻대로 안 되는 건 사랑입니다.

 

입맛이 설레는 건 술이요  가슴이 설레는 건 사랑입니다.

주린 허기를 채우는 건 술이요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건 사랑입니다.

잠을 청하는 건 술이요  잠을 빼앗는 건 사랑입니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건 술이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