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30. 19:19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청견스님]소리산 캠프 청견스님
양평의 소리산 작은 오두막집에서 수행 중 우연찮게 맺어진 인연으로 인해 절수행을 가르치기 시작해 매주 주말마다 절과 금강경독송, 염불수행을 지도한 지도 어느덧 6년이 되었다.
한 달에 한 번은 3,000배를 함께 하고, 수행 마지막 단계에서는 천천히 절하면서 부처님 은혜에 대한 소참법문과 함께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염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의식과 세포가 감사한 의식으로 저절로 가득 차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왜 이 세상에 왔는가. 본래 타고난 불성(佛性)을 발현시키기 위해 왔다.
내 마음 속에 부처님과 똑같은 씨앗, 불성이 있음을 믿고 그것을 발현시키는 그것이 바로 부처님 되는 공부요, 수행이며, 그것이 이생에 우리가 해야 할 공부다.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 비판적인 생각, 남을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가장 큰 고통은 사람간의 관계다. 가장 고통받는 마음을 살피고 들어가보면 역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사람과 사람간의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해 일어나는 생각들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원망과 불평, 불만, 어두운 생각을 일체 내려놓고 그 사람 얼굴을 떠올리고(혹은 사진을 놓고) 절을 하면서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염하다 보면 저절로 진참회가 되고 그 사람을 실지로 보았을 때 그 감정이 사라져 관계가 개선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일어나는 번뇌망상 대신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무시로 대입하다보면 절로 감사의 마음이 솟구쳐 일상생활 중에도 장애가 없어지게 마련이고 하고자 하는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체험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 따라 법을 설하셨듯이 수행방법도 다양해져야 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적인 요구인지도 모르겠다. 법왕정사에서 매일 사시예불시간에 하는 108배를 하면서 하는 사경은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
절 한 번 할 때 자신의 몸상태를 살피면서 절 동작이 단계적으로 바뀔 때마다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를 염하면서 사경지에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를 한 번씩 쓰는 것이다(절 한 번에 사경 한 줄 쓰는데 총 일곱 번의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를 하게 됨).
이렇게 108번을 쓰는 데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108번 사경이 끝나면 감사의 축원문을 쓰고 일곱 번 절하고 사경지를 부처님전에 올린다. 지금까지 5,000여 장의 사경지가 모였다. 이렇게 올려진 사경지는 앞으로 세워질 법왕정사 탑신 밑에 안장될 것이다.
지난 해 가을부터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청호불교회관에서 매주 수요일(오후 1시에서 3시까지) 두 시간씩 호흡에 맞춘 절수행을 좀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100여 명의 회원들이 진지한 절수행을 통해 훤하게 깨어나는 모습들을 보면 기쁘기 그지없다.
한때는 나도 불의의 사고로 죽을 날만 기다리며 사지가 늘어진 채 3년간 누워있었던 때가 있었다. 죽고 싶었지만 죽을 힘도 없었다. 10년간 화두를 들고 참선수행을 했지만 이렇게 되자 화두가 온 데 간 데 없이 한 번에 날아가버렸다.
저승사자가 찾아오길 몇 번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병실로 찾아오신 은사스님은 “염불이나 하시게.” 하셨다.
선방수좌에게 염불이나 하라는 말은 치욕처럼 느껴졌기에 몹시 기분이 나빴다.
그러나 어느 날 죽는다는 생각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덜컥 겁이 났다.
‘그래 염불이라도 하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신묘장구대다라니 등 이것 저것 해보았지만 늘 화두만 들어왔는지라 믿음이 없어서인지 아무런 감흥이 오지 않았다.
‘그래, 안 되겠다. 구하는 바 없이 사생의 자부이신 석가모니불을 바로 부르자.’
그렇게 마음먹고 통증이 일어날 때마다 아픈 통증에 대고 빠른 속도로 ‘석가모니불’을 염했다. 그렇게 하자 어느 순간 염불이 저절로 되면서 아픈 통증도 잊고 염불삼매에 빠지게 되었다. 호흡이 멈춰진 상태로 하루 정도 지났는가 했는데 옆에 있던 스님이 1주일이 지났다고 했다. 코 끝에 숨결조차 느껴지지 않아 죽었는가 싶어 눈을 뒤집어보니 눈에서는 광채가 났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삼매에서 깨어나자마자 첫소리가 “고맙습니다.”였다.
자신을 그렇게 힘들게 했던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저절로 나왔다. 누워 있는 동안 내내 일어나기만 하면 죽이고 싶었던 그 사람에 대한 감사였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합장을 하고 절을 하고 싶었지만 온 사지가 축 늘어져 있었기에 합장을 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스님이 합장한 손에 테이프를 붙여주었다.
간신히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부처님전에 감사의 삼배를 올리고 나니 한량없는 눈물이 펑펑 쏟아져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 시작한 감사의 절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백팔배, 천배, 천팔십배, 삼천배, 만배, 천만배….
올해 나이 54세라고 하지만 검사 결과 의사들은 심장이며 폐, 골수가 20대라며 놀라워한다. 그렇게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던 화두도 자연스럽게 들려진 채 절을 할 수가 있다.
잠자기 전 108배를 하고 누워서 잠들기 전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20분간 염하고 잠이 들고, 깨어나자마자 자리에 누운 채 10분간 “부처님! 고맙습니다”를 염하다 보면 하루 종일 부처님 은혜속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원망과 불평불만, 어두운 생각들이 사라지고 감사한 의식이 쌓이게 되고 자신은 물론이려니와 주위가 밝아지고 싱글벙글 고마운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독경, 염불, 참선수행도 저절로 잘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부처님! 고맙습니다.”가 행주좌와 어묵동정에 하나가 되었을 때, 아무런 조건 없이 “부처님! 고맙습니다.”가 되었을 때, 너도 나도 모두 부처님으로 모시고 “부처님! 고맙습니다.”가 되었을 때, 금빛 찬란한 부처님의 지혜광명은 바로 지금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 크신 은혜 고맙습니다.”
*普賢註
1. 청견스님의 수행 인연을 보실 때, 보현행원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스님의 절 수행이 바로 '보현행원의 절 수행 버전(?)'임을 금방 파악하셨을 것입니다.
부처님에 대한 조건없는 예경, 찬탄, 공양, 참회, 서원이 스님에게는 절로써 표현된 것입니다.
2. 스님의 은사 스님이 수좌이신 상좌를 보고 '염불이나 하라'고 하신 것은,
임종을 맞아라는 말씀과 마찬가지시겠지요.
그러나 평소에 염불을 하지 않은 청견스님이신지라, 당신이 그에서 고백하시듯 갑자기 화두 대신 염불하기란 쉽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3. 그러나 불자라면, 모든 수행을 떠나 하나로 귀일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부처님'입니다.
우리가 '부처님!' 할 때, 수만가지 부처님, 수만가지 보살님, 그리고 수만가지 수행이 모두 부처님 자리에서 하나되며 본원력으로 모아지는 것입니다.
4.절을 하며 부처님께 감사를 올리고, 번뇌, 망상, 어둠이 있는 곳에 '부처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것은, 어느 수행 못지않게 뛰어난 공덕을 가져옵니다.
부처님을 잊지 않고, 부처님께 무조건의 감사를 올릴 때, 나의 마음은 대긍정으로 차 오르고,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은 활짝 열리며 나와 대립하던 일체 존재가 대립을 멈추고 나의 정다운 이웃, 오래된 친구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5. 그런데 이렇게 마음 가지는 것이 바로 '보현행원'입니다.
보현행원은 우리에게 모든 삶, 모든 수행을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화두 든다고, 절 잘하고 진언 잘 외운다고 공경의 마음, 감사의 마음이 오지는 않습니다. 수행 잘한다고 그런 마음이 오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감사의 마음, 절절한 은혜에 대한 사무침. 이런 것은 오히려 수행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수행을 떠나 우주 만유에 깃든 근본 성질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늘 부처님을 잊지 않고(不離菩提心供養) 부처님께 절로써 감사를 드리는 것(禮敬諸佛)이, 그 소박한 마음이 이렇듯 불가사의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스님은 이것이 보현행원의 한 표현임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이 저는 참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절만 빼면 금강경 독송, 염불 수행이 백성욱박사님 가르침과 꼭 빼닮았네요...*^*^*_()_)
6.이 글의 출처를 제가 적어 놓지 않았는데, 아마 월간불광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시꽃 사랑 하옥이 시, 김동환 곡 [Bar.박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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