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頭山의 가을 풍경 2
- 법정스님의 글과 함께
눈을 뜨면 볼 수 있는것들은
눈을 감으면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눈을 뜨면 보이지 않다가도
눈을 감으면 더욱 선연하게 떠오르는 것.
자연을 신비로 물들게하는 쪽빛 하늘도
대지에 풋풋함을 새겨주는 나무들도 볼 수 있을때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보여주려 애쓸수록 단청같은
은은한 향은 어느새 독해지고
순백한 모습에 짙푸른 이끼로 가득해지는 것.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자연은
폐허로 남겠지만 사랑이란
숨어있을수록 더욱 간절하게 합니다.
자연이란 성질은 보여주는 아름다움이라면
사랑이란 성질은 느끼고 있을때 빛이 나는 것.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가야 하는 혁명같은 것.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누구나 하겠지만 보여줄 수 없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원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마음과 마음이 느낄 수 있을때
비로소 그 결실을 맺게 되는것입니다.
살 때는 삶에 철저해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삶에 철저할 때는 털끝만치도 죽음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한 일단 죽게 되면 조금도 삶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사는 것도 내 자신의 일이고
죽음 또한 내 자신의 일이니
살 때는 철저히 살고
죽을 때 또한 철저히 죽을 수 있어야 한다
꽃은 필 때도 아름다워야 하지만,
질 때도 아름다워야 한다.
모란처럼 뚝뚝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게
얼마나 산뜻한 낙화인가.
새 잎이 파랗게 돋아나도록 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꽃은
필 때만큼 아름답지가 않다.
생과 사를 물을 것 없이
그때그때의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불교의 생사관이다.
우리가 순간순간 산다는 것은
한편으론 순간순간 죽어 간다는 소식이다.
현자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지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 법정스님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