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큰스님]내일이면 늦으리!

2009. 12. 4. 22:5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화엄경·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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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큰스님]내일이면 늦으리!

스님은 불광사가 완공된 후에도 한동안 갈매리 보현사에 머물렀다. 보현사는 명산대찰로 이름난 절은 아니지만 비산비야의 아늑한 분위기여서 스님은 그곳을 편안해 했다.
스님은 낮에 잠실로 와서 불광사 일을 보고 저녁이면 다시 보현사로 갔다. 때로 불광사에 일이 없을 때는 아예 하루나 이틀 계속해서 보현사에서 지내기도 했다.

 

 

10년쯤 어느 해던가, 3월 말이나 4월 초순의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웬만한 일에는 크게 간여하지 않고, 지시할 일은 불광사에 나왔을 때 직접 말씀하시는데 그 날은 스님이 손수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일까 하는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송암! 내가 학륜 수좌하고 산책을 하다가 진달래가 우거진 꽃밭을 보았어. 어떻게나 야단스럽게 피었는지, 흔치 않는 광경이야. 지금 와서 한번 보렴.”
“스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가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일이 많거든요. 내일이면 좋겠습니다.”
“내일이면 늦으리! 오늘이어야 해.”

 

 


스님의 목소리에는 천진한 소년같은 정감이 배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리가 마음 먹었다.
외출 옷을 챙겨 입으면서 알칫 생각하니 진달래 꽃구경을 혼자만 가는 것이 미안했다.
‘이 특별한 기회를 나 혼자 누리지 말고 집안 식구들에게 권해 봐야지.’

 

 

그러고서 사무실로 내랴가 스님이 진잘래 꽃구경 하라고 초청했다는 말을 전했다. 마침 합창단이 내려와 있다가 와 하고 달려들었다.
“우리도 같이 가요.”

 

 

그날은 합창 연습이 있는 날이었고, 마침 연습이 끝난 무렵이었다. 덕분에 꽃구경 일행이 대폭 늘어나서 우리는 모두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

 

 

 스님은 벌써 절 밖까지 나와 있었다. 보현사 언덕에 서서 그 긴 목을 늘여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봄꽃이란 게 하루하루 빛깔이 다르거든. 그래서 굳이 오늘 오라고 한 거야.”
스님은 우리를 데리고 앞장 서서 꽃구경을 나섰다.

 

 

나는 어느 때라도 스님 뒤를 따라가면서 길다란 스님의 목과 타원형의 머리를 보면 청순함이 느껴졌다. 그날따라 그 목이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더 청순해 보였다.

 

 

진달래꽃이 인정사정없이 마구 피어 있는 꽃언덕에 도달했을 때, 스님이 뒤돌아서서 따라오는 법우들에게 미리 다짐을 두었다.

 


“여러분, 입을 크게 벌리지 말아요. 나중에 다물어지지 않아요. 그럼 나 책임 못 져요.”
그 말씀과 표정이 어찌나 재미있고 우스운지 다들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정말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는 토양이 비옥해서인지 꽃잎이 크고 두꺼웠다. 공기가 맑아서 색감도 좋았고, 한두 그루만 있어서 저 혼자 자태를 뽐내는 것도 아닌, 서로 어울려 온통 골짜기와 언덕에 가득해서 더욱 좋았다.

 

 

무척 드문 일이었다. 꽃이 좋다고 소임살이하는 상좌를 불러서 꽃구경을 시킨 일이 내 기억에는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다.

 

 

진달래꽃으로 보여준 스님의 법문.
지금도 봄이 되어 붉게 피어 있는 진달래만 보면 그때 스님의 소년같은 그 웃음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때 그 진달래 빛깔과 같은지 유심히 바라본다.

 

 

도피안사 주변 산야에 핀 진달래빛이 정말이지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 볼 때마다 어디선가 “내일이면 늦으리!”하는 스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도 “내일이면 늦으리!”하는 스님의 말씀을 화두처럼 받들고 있다.

 

 


-송암스님 저, 광덕스님 시봉 일기 1권, ‘내일이면 늦으리’에서.

 














     
     
    두려움 없는 사랑/ 비아 정영옥
    아름다운 마음엔 두려움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둘이 하나가  되고자 함에는
    무엇도 걸림돌이 되지 못합니다
    당신이 홀로 먼 길을 간다해도
    내가 당신을 두고 먼 길을 간다해도
    우리 영혼으로 만나지고 사랑하는 까닭으로
    이별조차 두렵지 않습니다
    저 만큼 서서 나를 보는 당신을 느끼고
    이 만큼 서서 당신을 바라 보지만
    언제나 가슴엔 서로의 믿음의 나무가 자라기에
    무엇도 두렵지 않고 무엇도 걱정되지 않습니다
    오늘도 당신은 밤 빛  물든
    어느 골목길을 서성이다
    외로움에 지쳐 삶의 무게에 지쳐
    무거운 발길로 내게 오실걸 압니다
    차가운 바람에 움추린 
    당신의 몸을 내 따뜻한 체온으로
    꼬옥 안아 데워 드려야 겠습니다
    긴 하루의 흔적이 기쁨으로 추억 되도록 
    당신을 꼬옥 안아 큰 마음으로 
    당신의 움추린 어깨를 안아 주어야 겠습니다 
    당신이 어디를 헤메이든 
    당신이 어느 곳에서 잠들던 
    내 가슴에는 날 사랑하는 
    당신의 뜨거운 심장이 있기에 
    무엇도 두렵지 않은 사랑입니다
    Juliette / Eros / Car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