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 이야기/한량없이 자비로운공주(2)

2009. 12. 5. 21:12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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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을 어긴 자에게는 반드시 고통의 벌을 주니 조정의 신하들은 물론 백만 군사들이 일제히 충성을 맹세하였다. 후궁 권속 삼천칠백 명과 매일 매일 연회를 가졌으므로 풍악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뿐만아니라 궁중에는 진기한 보물이 가득하였다. 다만 왕위를 물러받을 태자가 없는 것이 허전할 따름이었다 따라서 국왕의 얼굴은 가끔 칠흑처럼 어두워지곤 하였다 그때마다 대신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느 날 국왕은 연회에서 술잔을 높이 들고는 미치광이처럼 고함을 쳤다 "후궁 빈비 권속이 삼천칠백 명이나 되는데, 죄다 흙으로 빚은건지 아니면 나무를 깎아 만든것인지. 피가 돌지않는 목석처럼 누구 하나 아들을 낳을 줄 모르는구나."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들었던 술잔을 연회장 밖으로 집어 던져 여지없이 깨 버렸다.그때마다 대신들은 문초를 받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하였다 "산천초목은 해마다 봄이 오면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건만 과인은 어이하여 후대가 없단 말인가. 한 나라의 국왕이라 하여도 허망하기 그지없구나." 말이 끝날 때마다 술잔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대신들은 고문을 받는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신음소리를 죽였다 "만일 궁중에 태자가 있어 왕위를 이어받는다면 천하를 다스려 왕도를 흥성시키고 이름을 천하에 떨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과인의 이 염원 어디다 의탁할 데가 없구나." 그날 밤 연회는 국왕의 굽 높은 술잔이 다섯 개나 박살이 나고서야 파 하였다.폭음에 빠져 미쳐 날뛴 날 밤에는 전리품으로 가져온 굽 높은 술잔이 열 개나 깨져 나갔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하면 더욱 포악해 지는데 연회에 불려 나온 신하들은 하나같이 몸을 사리며 허리를 낮추었다 그러나 국왕은 아무리 폭음을 해도 정사를 폐하는 날은 없었다. 새벽 별빛이 스러져 가는 시각이 되면 폭음한 사람 답지 않게 멀쩡한 걸음으로 궁중 악기가 일제히 울러퍼지는 가운데 어전으로 나갔다. 큰 종소리와 큰 북소리는 잠든 왕궁을 뒤흔들었다. 그런 뒤에 국왕의 출현을 알리는 채찍소리가 세 번 울리면 종소리와 북소리는 멈추고 궐 안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때 줄지어 선 대신들과 장수들은 관복 차림으로 저마다 손에 홀을 받쳐 든 채 일제히 허리를 굽혀 국왕을 향해 만세를 세 번 외친다음 스물네 번 절을 하였다.날마다 이런 순서로 장엄하고 위엄 있게 조회가 시작되고 파하게 되는데 어느 날 국왕이 한 대신에게 물었다. "오는 만조 대신이 다 입조하였느냐?" 대신이 바로 대답 하였다 "전하께 아뢰옵니다.오늘 좌승상 장공진이 조회에 나오지 않았나이다," "무슨 연고인가?" 허지승상이 말하였다 "소신이 듣자오니 장 승상이 지난밤에 아들을 보았다고 하옵니다. 그래서 조회에 나오지 못했으니 허물을 용서해 주옵소서." 국왕은 미간을 찌푸렸다.가슴이 찬바람을 쐰 듯 허전하였다 "그 사내아이가 궁중에서 태어났더라면 장차 내 왕위를 이어받으련만.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 하였구나," 국왕의 얼굴에 수심이 어렸으므로 문무 대신들은 전전긍긍하며 일제히 꿇어앉아 눈치만 살폈다. 그때 수염이 허연 우승상이 말하였다. "상감마마,상심을 삭이시고 마음을 푸옵소서. 비록 태자는 두지 못했어도 왕비마마께서 세 공주를 두시지 않았나이까. 세 공주 한창 청춘의 좋은 시절이니 부마를 삼으시면 친자식과 무엇이 다르오니까.부마로 삼은 뒤에 그들 중 덕행이 깊은 이에게 왕위를 잇게 하면 태자나 매한가지 아니오니까." "음." "소신들 죽기를 각오하고 진언하오니. 상감마마께옵서 옳다고 여기시면 받아들이옵소서." 국왕은 가까스로 어두운 상심의 그늘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무인답게 호기를 되찿아 활짝 갠 얼굴로 말하였다. "경들의 진언에 짐의 상심이 사라지고 말았도다." 국왕은 즉시 명을 내려 세 공주에게 저녁에 어전으로 나오라고 분부하였다 이런 정경을 담은 다음과 같은 게송이 전해지고 있다. "봄바람 불지 않고서 꽃망울 어이 터지리 국왕 명령 떨어지기 무섭게 후궁에 번개같이 전해졌네 묘서.묘음.묘선.세공주 옷단장 곱게 하고 궁문을 나서네 그믐밤 같은 검은 머리 높이 만들어 얹고 버들잎 같은 가는 눈썹 봄바람에 살랑 용모는 활짝 핀 모란꽃인데 비단 신에는 흙먼지 한 점 없구나 꽃인 양 그 모습 옥으로 다듬은 듯 풋풋한 그 젊음 봄빛이 무르녹는 듯 절묘한 자태 선연하고 휘감은 비단옷 찬란하여라 금띠 두른 어깨 덧옷에 봉황관쓰고 용과 봉황 수놓은 비단 저고리와 구슬 박은 옷도 황금빛이요 꽃비녀 팔찌도 온통 금빛이어라 구슬과 보석 몸에 둘렀는데 어여쁜 모습 천진(天眞)을 능가하네 수놓은 치마 발치에 끌리고 구슬 달린 일산 머리 위에 받치었네 사뿐사뿐 옮기는 발걸음에 보석 부딪치는 소리 상쾌하구나 가벼운 꽃등은 앞에서 인도하고 무거운 손 부채 뒤를 호위하네." 국왕은 세 딸을 어전에 세워 놓고 말하였다. "태자가 없어 부마를 삼으려 하니 문인이든 무인이든 마음대로 선택하라. 언니부터 차례로 어서 대답을 하거라." 큰딸 묘서 공주가 부왕에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소녀.부왕의 명 받들어 성례(成禮)하오리니.문사를 택하려 하옵니다. 그러하되 먼저 여러모로 물색해 보아야 하겠나이다 형벌을 받은 적이 있는 자이거나 신분이 천한 자들을 제외하고 방문을 내붙여 천하에 알리되 현명한 수재들중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한 사람으로서 선물을 능히 준비해야 하고 재모를 겸비한 사람이어야 될 줄 아옵니다. 나이가 젊고 성미가 좋고 거동이 점잖고 구변이 좋고 음성이 낭랑해야 하옵니다.키도 몸매도 출중하고 학문을 즐겨 박식해야 하고 효의인신(孝義仁信)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하옵니다. 문장 재덕이 빼어나 붓을 들면 문장이 나오고.입을 열면 시가 나오는 사람이되 그 실력을 실제로 응용할 줄 알아야 하옵니다 그래야 한 나라의 보배가 되고 만방에 빛을 뿌릴수 있사옵니다 이런 큰 그릇이 될 사람이 있다면 소녀 그와 성례를 올리겠사옵니다." 둘째 딸 묘음 공주도 허리를 굽혀 공손히 말 하였다 "언니가 문인을 택한다면 소녀는 무인을 택하려 하옵니다 문무를 겸비한 뜻 높고 위풍 있는 무사로서 군사를 쓰지않고 기백으로써 적군을 항복하게 하여 변방의 안녕을 지키는사람.전쟁을 영영 종식시키고 나라를 보위하고 백성들을 안락하게 살게 하며 관리와 백성이 화합을 이루는 태평성대를 이룰 사람.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군권을 잡고 나라를 지키며 세상에 거스를 자 없이 공평한 명을 내리고 무술에 탁월하여 반란의 연기가 타 오를까 걱정될 때 나라와 백성을 보위할 중책을 맡을사람.이런 사람이라야 한 나라의 대신이라 일컬을 수 있으니 혼인에 합당할까 생각하옵니다." 국왕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래,네 말이 맞다.병사 천만 구하기는 쉬워도 장군 하나 구하기는 어렵도다. 이제 묘선이 말해보라.과인이 너를 유달리 귀여워했거늘 애비 앞에 속 마음을 털어놓아 보거라. 큰언니는 문인을 택하였고.둘째 언니는 무인을 택하였거늘 너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속에 품은 생각을 들어보자꾸나.' 묘선이 말을 머뭇거리자 국왕이 다시 재촉하였다. "이 애비는 딸 셋밖에 두지 못하였다. 지금 세 딸이 다 묘령이라 부마를 삼아 나라와 백성을 보위하고 하늘을 대신하여 덕을 베풀려 한다.금방 너의 큰언니는 문인을 택하였고.둘째 언니는 무인을 원하였으니 이는 곧 나에 대한 효도요 순종이니라. 묘선아,너의 생각은 어떠한지 말해 보아라."(계속) - 불기 2553(2009)년 10월 조계종 원로의원(경주 기림사 서장암) 동춘 합장() - 이 책은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이신 동춘스님의 원력에 의해 제작,배포하는 법보시입니다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오뎅 한 꼬치만 먹고가자/김정선

     

     

    크리스마스 이브날 반가운 손 덥석잡고

     종로길 모퉁이 퇴근길 발길 멈춘다

     

    뜨끈한 오뎅 한꼬치

     쌀쌀한 그 밤의 추억

     

     

    매운맛 안매운맛 한꼬치 건져들고

     간장에 꾹 찍어 먹던 그들만이 알아

     

    겨울밤 오뎅포차에서

     눈 웃음 나누던 인정

     

     

    모락모락 김 속에 호호불던 오뎅맛

     얼큰한 국물 한모금 가슴깊이 스며든다

     

    겨운 삶 눈녹 듯 사라지는

     여운으로 남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