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거 스님, 봉은사 입시특강서 법문-수험생 위한 입시기도

2009. 12. 17. 19:54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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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입시기도 특강에서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이 입시기도를 앞둔 불자들에게 법문을 하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의 사찰마다 입시 100일 기도가 봉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봉은사(주지 명진)는 8월 1~7일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대학입시 무료특강’을 개최했다. 8월 1일, 500여 명의 학부모가 자리를 메운 봉은사 법왕루에서 혜거 스님(금강선원장)은 첫 번째 특강으로 ‘수험생을 위한 입시기도’를 주제로 법문했다. 입시기도를 하는 학부모의 마음가짐에 대한 혜거 스님의 조언을 정리했다.
 
 


여러분들은 왜 기도를 하십니까? 건강과 학업성취 등 다양한 원을 세우고 기도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도는 ‘성취’를 전제로 합니다. 기도를 하고도 그 뜻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할 사람이 없겠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기도해야 성취할 수 있을까요? 기도는 간절한 원력이 있어야 성취가 됩니다. 경전공부도 참선도 원력이 있어야 하듯, 기도도 원력이 있어야 성취된다는 말입니다.

 

 

입시기도를 하는 여러분들의 가슴에는 어떤 원력이 있습니까? 우리 아이가 좋은 학교에 가고 공부한 것보다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것이 원력입니까? 아이가 공부 못했는데 기도해서 성적이 잘 나오길 바란다면 그건 ‘마구니’의 마음입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 가야지, 공부는 못하는데 기도해서 좋은 학교 가길 바라는 것은 참된 기도의 원력이 아닙니다.

 

 


수험생 부모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녀가 대학 시험 치를 때 까지도 어느 과에 갈지 결정을 못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그러다보니 가고 싶은 학과를 가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있는 학과’를 찾아갑니다. 대학 입시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원력을 세워 기도를 할 수 있겠습니까.
 

자녀와 한 시간만 진지하게 대화를 해 보면 아이가 어느 과를 가고 싶어 하고 졸업 후 어떤 사회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초ㆍ중ㆍ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곁에서 그 과정을 살펴보면 훤히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준비는 하지 않고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내 아이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것은 부모뿐인데, 이런 기본적인 부모 노릇도 하지 않은 채 남들 하는 대로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냐는 말씀입니다.
 
 요즘은 서울대 나온 사람만 장관하고 고위직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에게 나라를 위해, 세상을 위해 큰 인물이 되라고 가르친 적 있습니까? 그저 좋은 대학 가라, 좋은 학과 가라고 극성스럽게 몰아세우면 자녀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몰라 방황하게 됩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한 부인은 자신의 자녀를 장군으로 발탁한 임금에게 찾아가 “우리 아이는 장군이 될 재능이 없다. 이 아이가 장군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직언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바로 이런 어머니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자녀를 ‘바르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상은 어머니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학생 500여 명이 입시특강을 듣기 위해 봉은사 법왕루를 가득 메웠다. 사진=박재완 기자
 
입시기도를 시작하는 불자들이 기도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재계’입니다. 이 재계는 가족이 마음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입니다. 자녀에 대해 바르게 알고, 바르게 나아가는 길을 알고 또 그것을 온 가족이 함께 공감하는 것입니다.
 
  
3일, 5일, 7일 등 짧은 기간을 정한 후 가족이 한마음으로 먹는 것도 가려 먹고, 장소도 가려서 가고, 화내지 않고 계율을 철저히 지킵니다. 온 가족이 마음을 모은 후 기도를 하면 일념(一念)으로 기도에 정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떤 일이 있어도 중도에 기도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흔히 입시기도는 절에 나와서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집에서도 기도를 이어가야 합니다. 집이나 직장에서도 매일 꾸준히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를 할 때는 눈을 감지 않아야 하고, 한 시간 동안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면서 망념이 몇 번 일어났는지 체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망상이 한 번도 안 일어나면 그걸로 기도는 완결된 것이겠지만, 이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망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관세음보살 정근을 하면서 10번이나 100번 단위로 숫자를 세어 보십시오. 기도가 일념이 되게 하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불자라면 누구나 이 세상을 향해 공양을 올려야 합니다.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돈 없는 사람은 행동으로, 노래 부르는 사람은 노래로 공양을 합니다. 내가 상대방을 위해서 올리는 것은 무엇이든 다 공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남을 위해 공양을 올리기 위해서는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해야 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발심과 원력을 가지고 입시기도를 할 때 비로소 올바른 기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입시기도를 시작하는 불자 학부모님들은 꼭 기도를 통해 일념을 이루겠다는 원력을 가지십시오. 이번 기도에서 일념을 이룬다면 그 신심은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입시기도 제대로 하려면?>
△ 간절한 원력을 세워라
△ 자녀와 진로에 대해 대화하라
△ 온 가족이 함께 ‘재계’하라
△ 집ㆍ직장 등 생활현장에서 매순간 기도하라
△ 남을 위해 공양을 올려라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普賢코멘트
 
기도에 있어서 '계를 지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수능기도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소한 5계 정도는 지키시기 바랍니다.
그 중에서도 불살생, 불사음은 아주 중요합니다.
수험생 건강을 위해서는 모르지만,
식탐을 위한 고기 섭취는 가족 전체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부부 사이의 불사음도 기도 성취의 주요소입니다.
                    아름다운 꽃으로 불타는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