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1. 23:4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오매일여
짧은 즐거움일망정
“언제
우리가 만나
슬카장 지내본 적이 있었던가요?
언제
우리가 서로
원없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었던가요?
……
그저
속 타는 마음을 이내 식혀줄 거라는
자그마한 착각 속에서
몇 마디 이야기 나눌 틈도 없이
잎 만날 겨를 없는 상사화꽃잎처럼
그렇게 헤어지면서……
그래도
별똥별이 나타나다가 스러지듯이
잠시 잠간 동안만이라도
얼굴에 나타나는 희미한 빛만큼의
짧은 즐거움으로 사는
그대를 그리는 나입니다.”
‘달개비를 그리며’라는 부제를 붙인 나의 시이다. 달개비는 우리나라나 일본, 대만, 시베리아, 북미주에 이르기까지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여름 꽃이다. 닭장 주변에 피어난다고 해서 닭의 장풀이라고도 한다. 닭똥 밑에서 피어난다고 해서 그런지 닭의 밑씻개, 오리나 닭이 쪼아 먹는다고 해서 압식초鴨食草라고 불린다. 또 길가에 이슬처럼 피어난다고 로초, 한약재로는 압척초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달개비는 기호 지방의 토속어이다.
흡사 대나무 같은 줄기에 부드러운 이파리를 달고 닭의 벼슬처럼 생긴 꽃잎이 두 장, 그 밑에 반투명의 희끄무레한 이파리마저도 꽃잎이라는 신비를 지녔다. 당나라의 토속 시인 두보도 좋아해서 방안에 기른 이래 선비들의 완상식물로 사랑받아 왔다. 벼 비슷한 식물인 바랭이, 억새, 갈대와 함께 수반에 놓아 기르기 좋아했던 것이다. 버들피리 부는 계절이 지나갔지만 입이 근질근질하게 악상이 떠오르면 달개비 연한 이파리를 잘 긁어내고 알맞게 잘라서 입술에 살짝 물고 풀피리를 불었던 기억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다정한 꽃이다.
당뇨, 다래끼, 땀띠, 태독, 치질 등의 어려운 병에 삶아먹거나 찧어서 붙이면 효과가 있다. 차로도 다려 마실 수 있는 유익한 풀인데 아쉽게도 꽃잎의 생명력이 길지 못해서 하루만에 저버린다. 그래서 꽃말도 ‘짧은 즐거움’이란다. 즐거움은 즐거움인데 짧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아쉽다. 아쉬운 즐거움, 차마 즐기기마저 두려운 즐거움이라는 꽃말에 가슴이 저며 온다. 게다가 구두주걱 모양의 포엽 속에 여섯 개의 수술이 있지만 두 개만이 씨앗이 있는 수술이고 나머지 네 개는 씨앗이 없는 헛 수술이어서 개체수를 많이 늘리는 데 충분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런지 밑부분이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져 자라다가 마디가 땅에 닿으면 어느새 뿌리가 돋아나서 새로운 그루로 자라나는 생명력이 질긴 풀이다.
새삼스럽게 무슨 식물도감 설명인가 싶겠지만, 이렇게 달개비도 그 짧은 즐거움인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서 비스듬히 쓰러져 자라다가 땅에 마디가 닿으면 한사코 뿌리를 내리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저 천성산에 살고 있는 도룡뇽도 알게 모르게 자신의 수호천사인 지율 스님에게 온 마음으로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고 애원하여, 그 말없는 아우성을 마음으로 들은 스님이 생명을 건 단식으로 세상에 호소한 것이리라.
하물며 감정이 있고, 지각 능력과 사유능력이 풍부한 사람이 어찌 생명에 관한 애착이 없겠는가?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생명도 자신의 처지에서 보면 소중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잘못을 지은 사람은 그 잘못을 뉘우쳐야만 내생에 나쁜 일을 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게 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업설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을 때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기도나 명상을 통해서라도 피해를 입은 상대방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기역, 니은도 몰랐던 슈리판타카가 부처님이 배려를 받아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았던 다른 제자보다 빨리 아라한의 지위에 올랐다고 한다. 또한 잘못된 가르침에 빠져서 99명이나 사람을 죽여 그들의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하고 다녔던 희대의 살인마 ‘앙굴리말라’도 부처님의 교화를 받고 출가 수행하여 역시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불경의 이야기는 그래서 감동적이다.
|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오매일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린 새벽을 울리는 염불소리 (0) | 2009.12.22 |
---|---|
청소년 문화를 이해해야 불교학생회 발전 한다 (0) | 2009.12.22 |
행복한 가족~행복한 삶~ (0) | 2009.12.20 |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0) | 2009.12.20 |
아버지....부루나의 노래에서 (0) | 2009.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