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4. 19:46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범망경
1) 여래의 삼불능(三不能)
앞의 게송에서는 1천 석가와 천백억 석가가 각각 인연 있는 대중을 이끌고 노사나불의 연호대에 이르러 <보살계경>을 받은 것을 나타내었고, 이 게송에서는 각각 자기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 보리수 아래 앉아 노사나불께 받은 심지보살대계(心地菩薩大戒)를 설하고 외우시고 또한 전하셨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때 천백억 부처님이 이끌고 온 인연 있는 대중이 한량없이 많아서 가히 숫자로 헤아릴 수 없으므로 ‘미진중(微塵衆)’이라 하였습니다. 천백억불이 천백억 세계에서 미진수의 청중을 각각 데리고 왔으므로 그 전체의 수는 그야말로 미진수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연이 없는 대중’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니, 부처님도 어찌할 수 없는 삼불능(三不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첫째는 불능면정업(不能免定業)입니다. 부처님이 비록 진리 그 자체의 몸을 이루셨고 3아승지겁의 수행을 거쳐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신 양족존(兩足尊)이시지만, 전생에 이미 지은 선악업으로 인해 결정된 업만은 이제 다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부처님의 사촌동생인 제바달다(提婆達多)는 부처님의 일을 일일이 방해하고 중상하는 짓만을 하였고, 부처님의 맞제자인 사리불(舍利佛)과 목건련(目犍連)은 부처님이 열반하시는 것을 차마 뵐 수 없다고 하여 부처님이 열반하시기 3개월 전에 열반하신 것등이 그 예입니다. 이것은 다 전생에 맺어진 선악의 업이 깊어서 부처님의 법력(法力)으로도 그 업력을 풀어 없앨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과업보라는 것이 그렇게 무서운 것인 줄을 알아야 합니다. 견성(見性)을 하고 해탈을 얻어 열반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생사문제가 해결되고 번뇌를 벗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쁜 인연, 숙세의 악업까지 일시에 다 해결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보살님네와 선지식님네가 계율을 생명처럼 지키며 만행(萬行)을 닦고 이타(利他)의 선업을 쌓는 것입니다.
둘째는 인연 없는 중생만은 제도할 수 없다는 불능도무연(不能度無緣)입니다. 부처님이 비록 모든 중생의 성질을 꿰뚫어 과거/현재/미래 중생들의 숙업(宿業)을 남김없이 아시지만, 부처님과 인연이 없는 중생은 제도하실 수가 없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목건련 존자가 제도해야 할 제자가 있고, 사리불 존자가 제도해야 할 제자가 있으며, 부처님께서 직접 제도해야할 제자가 있습니다. 모두가 전생에서부터의 인연에 따라 그렇게 된 것입니다. 석가모니불께서 불교라는 큰 교단을 이룬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다셍다겁의 보살인행(菩薩因行)을 통하여 끝없는 선행을 쌓으시고 중생구제를 하셨기 때문에, 인연 깊은 중생들이 부처님 성불하실 때 이 세상에 함께 태어나서 제자가 되고 큰 교단을 이룬 것입니다.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頻毘裟羅王)이나 교살라국의 파사익왕(波斯匿王) 등이 부처님과 불교 교단을 극력 외호한 까닭은 모두 전생의 인연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부처님도 그 당시의 인연이 있는 지역의 인연중생만을 제도하였을 뿐 그 이상의 중생, 곧 인연이 없는 지역의 중생들은 제도하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 점차 불법이 역사적 교류를 따라 서역(西域)·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는 무려 8백년에서 1천년이라는 세월이 걸리게 되었는데, 이것은 부처님 당시에는 동방 중생과 인연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셋째, 중생계는 무한하고 다함이 없어서 그것을 한 부처님이 일시에 다 제도할 수 없다는 불능진세계(不能盡世界)의 도리가 있습니다. 비록 부처님일지라도 세간의 일체 중생을 한꺼번에 다 제도하실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인연 없는 중생을 제도할 수 없다는 뜻과 매우 상통하는 바가 큽니다. 우주의 중생계가 무한하고 중생의 업이 무한한 만큼, 그런 세계를 일시에 교화해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처음에 ‘정해진 업은 면하기 어렵다’는 뜻과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무한 무진의 모든 세계는 다른 편으로 보면 무한 무진한 중생들의 결정된 업의 소산이기 때문입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과 같이 모든 중생들의 마음이 그와 같은 업을 짓고, 또 결정된 업에 의해 창조된 세계가 바로 중생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처님의 삼불능도 현재의 시간과 공간으로 볼 때 그러한 것일 뿐, 무한한 시간을 두고 가없는 중생을 남김없이 제도하고자 하는 광대무변(廣大無邊)한 행원(行願)의 세계에서 볼 때는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우리나라나 중국·일본이 무연중생(無緣衆生)이 사는 불능진세계의 땅이었지만 1천년이 지난 뒤에는 불법이 유행하는 불교국으로 되었고, 오늘날 전세계로 불교가 전파되어 가는 것은 바로 중생제도의 행원력에 의한 것입니다. 결국 삼불능이란 일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 출현한 응신불(應身佛), 2천 5백년 전의 인도 보리수 아래에서 출현한 석가모니불의 한정된 상황에서 말한 불능(不能)일 뿐, 무한한 시간과 무한한 공간에 무한의 화신불을 나투는 법신불(法身佛)의 입장에서 보면 삼불능이라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는 것입니다.
여하튼 그 때 노사나불의 처소로 석가모니불이 이끌어 가신 대중들은 그 때로 봐서 인연 있는 대중이었고, 그 당시에 인연 없는 중생은 가지 못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범망경]부처님도 못말리는 삼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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