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7. 21:22ㆍ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불교교리·용례
(삼보사 올라가는 계단길)
어제는 참 바쁜 날들이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상담 차 방문한 한 총각과 그에 어머니가 남기고간 대화내용의 사람들은 달을 가리키면 달은 못보고 손가락에 매여 남의 손가락만 쳐다보는 사람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절에는 설마? 그런 분들이 없으리라 봅니다.
요는 그 청년은 국내에서 알아주는 미대를 졸업하고 금년에 미국에서도 잘 알려진 뉴욕 맨하탄에 있는 예술대학에 들어가는 계획으로 저에게 상담 차 왔었습니다만, 총각이 나이가 좀 들어 입대를 한지라 부모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예전에 군대생활 할 때, 제가 군부대 법당에서 군종사병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도움줬던 인연이 있었던 친굽니다.
근데, 그 청년이 하는 말이 군종사병생활 당시에 만났던 군법사가 자기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 친구 또래였는데 어찌나 성격이 깔깔하고 신경질 적이던지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혼자서 울기도 많이 울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 법사님이 너무나 감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군에서 제대를 하면 그 법사님을 찾아가 왜 그렇게 날 못살게 굴었냐고 꼭 묻고 싶고 따지고 싶었는데 이제 와서 지난날을 생각해보니 그 법사님이 자기를 얼마나 철들게 해주었는지 이제는 감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법사님은 이 총각을 위해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 원래 성격이 그런 사람인지라 처신이 그렇고 그런 수준이었는데 당시엔 그렇게 힘들게만 느껴졌던 생활이었지만 받아드리고 소화시키는 정신세계가 커져버린 이 청년의 지금 정신 수준에선 되려 감사하게 느끼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군종사병으로 지내다 보니 소위 불자 군인 가족이라는 안방마님들이 절에 와서 하는 짓들을 보면 혼자 생각에 너무나 불쌍하더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절에 오질 말고 집에서 하루를 보내면 죄는 덜 지을 것인데, 괜히 법당에 기도한다고 와서는 되려 죄만 짓고 가는 것 같더랍니다.
법당 운영비는 쥐꼬리만큼 씩만 내면서도 외부에서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사병들을 위해 보내지는 온갖 공양물들이 있으면 사병들에게 돌아가기 전에 먼저 챙기려들고, 기도는 개뿔이고 맨 날 서열대로 모여서 이바구만하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이겠지만, 이게 참 종교를, 참 신앙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그런대로 웃고 넘길 수 있었지만, 함께 자리했던 총각의 어머니는 큰 절에서 신도회 총무소임을 보는 분이셨는데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하는 순간에 가슴이 뜨끔하더랍니다.
아들의 눈에 비친 일부 군 불자 가족들의 그런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문득 자기는 남들에게 그렇게 비춰보이지는 않았는지를 되돌아보게 되더랍니다.
휴가를 다녀갔던 아들의 말이 생각나서 자기는 법회가 끝나고 예전에 어울리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가만히 살펴봤더니 극성에 가까울 정도로 매일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나오는 신심도 장하고 절에 일도 팔 걷어 부치고 나서는 보살들이 끼리끼리 몇 분이 있는데 그 분들을 살펴보니 가관이 아니더랍니다.
주지스님이 오늘은 힘이 없어 보이더라는 둥, 기도스님의 기도가 어떻고 저쩌고 기도하는 목소리가 힘이 있니 없니, 해가며 온갖 구업만을 짓더라는 것입니다.
전엔 몰랐던 부분이 아들의 말을 듣고서 나는?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그들을 바라보게 되니 “이게 아니었구나!” 하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정말 제대로 알고 믿어야 되고 아들 말대로 차라리 집에 있었으면 죄를 지어도 작은 죄만 짓고 말걸 절에 와서 더 큰 죄를 짓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고 말하면서 자식이 바로 스승이더라고 하는 다담이었습니다.
이 대화 내용 중에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요즘 경기가 힘들어져 다들 먹고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가장이 바로 우리집 일이라고 생각해보신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실 것입니까?
이런 때 일수록 서로 힘을 주고 의지처가 되어 주는 자신의 마음 세계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참 신앙, 참 종교인의 모습을 가정에서 찾게 되고 정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편안한 가족임을 더욱 소중하게 찾게될 것입니다.
바로 이런 가정 안에 부처의 가르침이 있는 것이고 보살이 있는 것입니다.
법당 안의 부처님은 단지 불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종교적인 신성한 점안의식을 거친 부처님의 모습은 무명의 중생인 우리에게는 이 불상을 통해 신심을 더 자극할 수 있고 더 북돋을 수 있는 것이며 부처님의 세계에 가까이 가게 되는 것뿐입니다.
부처님은 이미 부처를 이루신 분이시고, 우리는 각자가 자기 마음 안에 부처가 되실, 부처를 이루실 자성불을 모시고 있는 것인데도 그 도리를 모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헛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는 절대자인 신을 상정해두고 오로지 믿고 매달리는 나약한 자기가 아니라 스스로 부처가 될 자성불을 내 안에 모시고 호법선신들의 가호를 받으면서 부처를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위대한 만물의 영장인 것입니다.
다만, 다겁생을 살아오는 동안 익혀진 훈습과 업으로 때가 끼어 우리의 자성불이 어둡게 덮여진 채, 빛을 내지 못할 뿐인 것입니다.
법당에서 촛대와 향로를 닦으면서 내 안의 자성불이 이렇게 닦여지기를 발원하고 서원하는 삶을 살아갈 때, 바로 주리반특가 존자처럼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훈습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금년 한 해 저와 인연되신 모든 분들이 자기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성불을 닦고 빛을 내어 아직은 부처를 이루지 못하셨다 해도 분명히 부처가 되리라는 서원을 세워보시길 축원드립니다.
성불하십시요.
|
'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 > 불교교리·용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력과 타력이 하나라는 것 (0) | 2010.01.08 |
---|---|
가사(승려의 법복)이란? (0) | 2010.01.07 |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한 마음 공부 (0) | 2010.01.07 |
과연 선업들은 얼마나 짓고 계십니까? (0) | 2010.01.06 |
내 복덕은 내가 짓는 것 / 잡보장경 (0) | 201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