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일: 미천한 집에 왕이 한번 머물면
사진/거원님
*아난다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라자그라하(王舍城)와 베사리(毘舍利) 같이 번창한 곳을 두고,
어찌 이 궁핍하고 황량한 구시나가라 벌판에서 열반에 드시려 하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아난다야, 너는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비록 미천한 집일지라도 왕이 한번
머물면 또한 영광스럽지 아니 하겠느냐? 너는 가서 말라족(族)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하라.
‘이제 여래가 열반에 들려하시며, 당신들을 만나기 원하시니, 어서 부처님께로
오시오.’
-장아함경-
구시나가라는 벽지의 작은 고을입니다. 라자그라하와 베사리, 사밧티(舍衛城) 등은
부처님 교단의 중심지로서 화려하고 번창한 도시입니다. 아난다 존자는 이 궁벽한
작은 고을에서 입멸하시려는 부처님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렇게 묻고 있었던 것이지요.
벗이여,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왜 부처님께서는 번창한 도시를 버리고 궁벽한 구시나가라를 열반의 땅으로
선택하셨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구시나가라는 평범한 민중의 땅입니다. 가난하고 덜 개명되었기 때문에 훌륭한
공덕을 쌓을 기회도 거의 없는 잊혀진 땅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이 구시나가라를 결코 잊을 수 없으셨습니다. 부처님마저 저 땅, 저 백성들을
잊어버리신다면, 저 땅, 저 백성들은 불쌍해서 어찌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오늘도 이 땅의 저 잊혀진 곳 가난하고 덜 깬 사람들 곁으로 묵묵히
다가오고 계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