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천수천안의 보살로 거듭나고 국왕은 불법에 두 무릎을 꿇다

2010. 2. 7. 22:46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제불조사스님

728x90

      공주는 천수천안의 보살로 거듭나고 국왕은 불법에 두 무릎을 꿇다

      
      국왕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몸소 혜주 땅 징심현에 있는 향산으로 갔다
      향산이 가까워지자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 졌다.
      하늘에서는 바람을 타고 꽃비가 내렸고.학이 나는 산봉우리들은 
      한결같이 수려했으며.나무들은 생기가 넘쳐 흘렀다
      국왕은 가마에서 내려 신하들과 더불어 대숲 사이로 난 산길을 걸어 올랐다
       
      푸른 대숲 가운데에는 과연 암자가 하나 있었다
      암자 마당에 이르러 국왕은 신하들에게 음악과 향을 올리게 하고
      자신은 암자를 향하여 오체투지로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머리를 들지 않은 채 암자를 향하여 말하였다 
      "짐이 오늘 음악을 올리고 향을 사르며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고자 하나이다
      그러하오니 자비를 베푸시어 저를 굽어보시길 엎드려 바라나이다."
      도인은 암자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말없이 앉아 있는 듯 암자 안은 적막 하였다
      조급해진 국왕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 하였다
      "짐은 산천의 주인이요.만백성의 임금이옵니다
      큰 도인의 은덕에 감사를 드리고자 먼 길을 한 걸음에 달려온즉
      어찌 한 말씀도 없으시옵니까."
       
      이번에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국왕은 무안하여 암자 마당가로 한 걸음 물러났다
      대신 왕비에게 보은의 예를 올리라고 일렀다
      왕비도 역시 궁녀들에게 정성을 다하여 암자 마당에 단을 차리게 하였다
      이번에도 다시 악기를 올리며 차와 과일을 올리고 향을 사르게 하였다
      그런 후에 절을 하였다.
      그래도 방안의 침묵이 계속되자 왕비는 가만히 방문을 열었다.
      방안에는 두 눈과 두 손이 없는 도인이 삼매에 들어 있었다
      얼굴은 마른 피와 먼지뿐이었다.좌선한채 삼매에 든 등신불이었다
      왕비는 가슴이 뭉클하였다.자세히 살펴보니 
      살아생전 묘선의 용모와 너무 흡사하였다
      왕비는 몸소 향을 탄 향물로 도인의 얼굴과 가슴을 씻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또렷하게 드러나는 도인의 모습은 틀림없는 묘선이었다
      왕비는 그만 눈물을 흘리며 쓰러져 버렸다
      이때의 정경을 읊은 게송은 이렇다
       왕비 암자로 들어가는데 궁녀 무리들 뒤를 따르네
      악기 불고 촛불 밝히고 향 사르며 차와 과일 삼가 바치네
      절하고 가까이 다가가니 도인 얼굴은 피와 먼지뿐
      두 눈은 모두 없고 두 팔에도 손은 없어라
      왕비 몸소 향물에 도인 몸 씻어주니 도인의 모습 비로소 드러나네
      유심히 이리저리 살펴보니 볼수록 출가한 딸 같아라
      몸매 또 한 비슷하거늘 왕비.딸 생각에 눈물 흐르네
       
      왕비는 눈물을 글썽이며 도인에게 물었다
      "혹시 내 딸이 아니오? 고향은 어디고.이름은 무었이오?
      내 딸과 헤어진 지 어느새 10년.그간 나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소
      국왕이 노하실까 왕궁에서는 목 놓아 울지도 못 하였소
      그대가 만일 묘선이라면제발 에미한테 이실직고하시오."
      왕비의 눈은 틀림 없었다.도인이 바로 딸 묘선이었다
      도인은 삼매에서 깨어나 긴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그런 후
      미소를 머금은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묘선의 깊은 목소리는
      천길 낭떠러지에서 들려오는 공명음처럼 방안을 울리고 있었다
      "맞습니다.당신은 자애로운 어머님이십니다.소녀는 당신의 딸 묘선이옵니다.
      소녀는 왕궁을 나와 백작선사로 출가한 묘선이옵니다.
      소녀는 아바마마의 명을 받은 장수에게 죽임을 당한 묘선이옵니다."
      "그런 네가 어찌 도인이 되었느냐."
      "소녀. 어찌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도 닦을 마음을 굳혔나이다.그래서 소녀는 출가를 하였고
      이렇게 여기 앉아 있나이다.부모님이 이 몸을 낳지 않았다면
      어찌 이 몸의 일부를 기꺼이 떼어 주겠나이까.
      소녀는 오직 아버님을 구하려는 일념으로 고통을 달게 받아들였나이다."
      왕비가 묘선에게 저승의 일을 물었다
      "천만 사람이 들어가도 살아 나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거늘
      너는 무슨 신통으로 여기까지 나왔느냐?"
      "정과를 이루면 관자재하니 오고 가는 것이 자유롭나이다.나무 아미타불."
      왕비는 소리내어 흐느끼다다 혼절하고 말았다
      다시 가까스로 일어난 왕비에게 묘선이 말 하였다.
      "어머님을 지금 반기려고 해도 저에게는 어머님을 잡아 볼 손이 없고
      어머님을 보려고 해도 저에게는 어머님을 볼 눈이 없사옵니다."
      묘선아 지금 내 눈과 손을 주랴.내 눈과 손을 주겠으니 어서 말해다오
      그래서 네가 온전한 몸이 되어 왕궁으로 돌아 온다면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불법을 위해 자신의 살을 떼어내겠다면 모르겠으되
      한낱 자식을 위해 그러하신다면 소녀는 받지 않겠사옵니다."
      "너도 아바마마를 위해 기꺼이 떼어주지 않았느냐.네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아바마마는 이미 정사를 보던 정궁을 법당으로 삼고
      드넒은 왕궁을 도량으로 삼겠다고 발심하셨사옵니다.
      머잖아 아바마마도 출가하시어 불법을 닦을 것이옵니다."
      옆에 있던 묘서 묘음도 슬피 울었다
      "아바마마의 병을 물리친 게 바로 너 였구나."
      이를 지켜보던 묘장왕은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하면서
      식은땀을 흘리다가 졸도 하였다
      이때의 게송은 이러하다 
       
       묘장왕 그소식에 가슴이 찟어지네
      머리가 어지럽고 정신이 아득하고 온몸에 소름끼치고
      치아가 덜덜 가슴이 황황하고 두손이 바들바들
      눈 앞에 별이 어지러이 날고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 지더라
      식은땀 흐르고 뼈가 물러앉는 듯 얼굴은 누런 잎처럼변하고
      쇠꼬챙이 가슴을 찌르는 듯 말하기 어렵고 두 손은 머리를 감싸며 정신 잃었네
      정신을 차리고 앉은 묘장왕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므로 신하에게 물었다
      "활줄에 목이 졸려 죽었고 시신은 범이 물어가 종적이 없었거늘
      그 애가 어찌 여기에 나타나 있단 말인가?"
      늙은 대신이 머리를 한껏 숙이며 말하였다
      "선과 악에 따른 업보가 없다면 그건 하늘과 땅이 공정하지 못한 것이나이다
      이곳의 도인은 묘선공주가 분명하나이다."
      국왕은 무릎을 꿇고 하늘에 기도 하였다
      "그 애가 묘선이 틀림없다면하늘이여 감응하소서.
      그 애에게 손과 눈을 주어 예전과 다름없게 하여 주옵소서.
      손과 눈을 주어 묘선으로 되돌아오게하소서.
      이것이 또한 무슨 도리인지 자세히 일러 주옵소서."
      우선.국왕은 암자 마당에서온 나라에 불법을 받아들일 것을 선언 하였다
      "밝은 하늘에 태양처럼 부처님 빛이 찬연하니 어느 누군들 감히 
      불법을 받들지 않으리.짐은 부처님 제자 되기를 서약하고
      홍림국 백성들에게 불법을 믿고 따를 것을 선포하노라."
      국왕은 문무 대신들을 거느리고 하늘에 9배를 한 뒤 꿇어앉아 우러렀다
      짧은 의식이었지만  엄숙하고 장엄하였다
      문무 대신들도 불법을 믿고 따를 것을 서약하였다
      잠시 후. 왕비는 묘선의 머리를 감싸안았고.국왕은 묘선의 다리를 만졌다
      이윽고 왕비가 묘선의 손과 눈을 핥아 주자마자 놀랍게도
      상서로운 일이 벌어졌다.묘선이 홀연히 허공으로 오르더니
      휘황한 빛이 번져가는 가운데 천수천안의 보살로 나투었다.
      허공에는 하나 가득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이 빛살처럼 
      광명을 발하며 거룩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하늘에서는 햇볕을 가리는 일산이 드리워졌고.땅에서는 금빛 연꽃들이 
      솟아올랐다.용과 코끼리가 묘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범인과 성인이 한데 어울려 묘선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묘선이 국왕에게 말하였다.그소리는 낭랑하여 산을 울리고 
      계곡을 따라 크게울려 퍼졌다
      "현명한 국왕은 불법을 퍼뜨려 백성을 구제하고 오도 견성케 하였나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국왕도 있었나이다.
      불법을 등지고 선근(善根을 끊은 채 세속의 욕망에 눈이 어두워
      지혜를 얻지 못하고 언행에 절도가 없는 국왕도 있었나이다.
      그러한 국왕은 죄인을 늘 혹형으로 다스리고 살해하며
      자신의 안락을 위해 남을 해치고 속여 왔나이다.그러나
      하늘은 속일 수 없는 법.어찌 병에 걸리지 않고 몸이 성할리가 있겠나이까."
      국왕은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 하였다.
      한동안 침묵이 지나간 뒤에야 말문을 열었다.
      "짐이 그때 일을 생각하면 구름이 해를 가리듯 옳은 것을 보지 못하였구나.
      지혜가 없어서 현인을 억울하게 하였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도다.
      그 죄 이제야 알겠구나. 오늘 네가 그때의 원한을 새기지 않고
      원수를 덕으로 대하고 용서해 받아주니 이 애비도 입산 출가하여 
      도를 닦으려 한다.짐도 불문에 귀의하여 일체 중생을 제도 하리라."
      마침내 국왕은 다음과 같은 칙서를 내렸다
       짐을 따라온 왕족과 대신들 중에 출가하려는 자는 여기에 남고
      그렇지 않은 자는 궁성으로 돌아가라.
      짐은 왕의 보좌를 덕이 두텁고 불심이 깊은 이에게 넘겨주려 하노라.
      궁성으로 돌아가는 자는 모두 새로운 왕을 받들어 천하를 다스리도록 하라
      묘장왕이 왕위를 버리니 왕비와 왕족.대신들도 
      홀연히 발심하여 출가 귀의 하였다.
      궁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향산에 남아 불도를 닦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묘선이 사문으로 돌아온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무애청정하여 지혜를 얻음은 선정을 닦아 생기는 것이 옵니다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윤회의 길을 벗어나기 어렵나이다."
       
      묘선은 다시 수행에 임하는 자세로 말 하였다.
      "착한 마음을 잃지 마시고 착한 뜻 발원 하옵소서.
      하늘이 다 알고 계시거늘.악의를 티끌만큼이라도 품게되면
      불 지옥에 떨어 지나이다,"
      이날부터 국왕은 무섭게 정진하였다
      그러던 어느날.국왕은 속계를 벗어나 하늘 가까이에 닿게 되었다
      주위는 온통 금빛이며 허공에서는 연신 꽃비가 내리고 
      하늘음악이 울렸다.묘선이 암자를 칠보대전으로 변화시키고
      땅에는 보석이 빤짝 거렸는데.성이며 궁궐이 
      인간 세상에 없는 아름다운 것들이었다.
      그때 아미타불이 눈앞에 나타나 보좌에 앉았다.
      밝은 후광이 계속  퍼지고 몸은 금빛이었다.
      이윽고 입을 열어 은빛 치아를 드러내며 붉은 혀를 움직여 
      미묘한 목소리를 내시었다.묘장왕에게 칭찬의 말을 주고 있었다
      "착하고 착하도다.전생에 복 많이 지어 딸을 출가시키고
      왕족을 구하고 하늘로 오른 것이오.나라와 왕위를 내놓고
      향산에 들어와 불도를 닦으니.그야말로 불 속에 연꽃이 피어 난 듯
      현세의 인왕불(仁王佛)이 되리라.희유한 일이로다."
      국왕은 아미타불의 말에 자신도 부처를 이룩할 자임을 뼈저리게 받아들였다.
      국왕은 아미타불에게 물었다.
      "도인의 진신(眞身)은 무엇이나이까?"
      아미타불이 일러 주었다.
      "그대들은 듣거라.여기 도인은 고불정법여래(古佛正法如來) 인데
      여러 부처들 중에서 제일 자비로운 부처니라.
      한 몸을 던져 미혹한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속세에 내려와 있노라
      두 눈을 내놓았기에 천 눈을 얻었고.두 손을 내주었기에 천 손을 얻었노라.
      이름하여
       '천수천안 대자대비 구고구난 무상사
      (千手千眼 大慈大悲 救苦救難 無上士)요
      천인사불세존(天人師佛世尊) 즉. 관세음보살이니라
      그대들도 삼계(三界)를 초월하려면 
      불법을 깊이 믿고.바로 들어야 하느니라."
       
      - 불기 2553(2009)년 10월 
      조계종 원로의원(경주 기림사 서장암) 동춘 합장() -
      이 책은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이신 
      동춘스님의 원력에 의해 제작,배포하는 법보시입니다
      울~도반님들 마음 공부 하시는데 도움이 되셨으며
      하는 바램으로 회원 전체 멜을 보냅니다
      성불 하십시요()
      

       

       

       

      매화 이야기

       

      * 桐 千 年 老 恒 藏 曲   

         梅 一 生 寒 不 賣 香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며

      항상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

       

       

      매화는 다섯 장의 순결한

      백색 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다.

      그러나 꽃이 피면 오래도록

      매달려 있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매화 또한 덧없이 피었다가 지고 마는 것이

      미인의 모습 같다고 하여

      옛 시가에서는 미인에 곧잘 비유되곤 한다.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것이 매화잠(梅花簪)이다.

      머리에 꽂아 일부종사의 미덕을

      언제나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축일에 부녀자가 머리에 매화를

      장식(梅花粧)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추위속에서 오히려 맑은 향을 주위에 퍼뜨리는 모습에서

      외세의 억압에도 굽히지 않고 불의에 물들지 않으려는

      선비의 기질을 본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松)와 대나무(竹)

      그리고 매화(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시인묵객들의 작품 소재로 즐겨 다루어 졌다.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상(靑孀)스럽지가 않다.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격조있는 꽃이 바로 매화다.

      그래서 옛날에 장원급제하면 머리에 매화를....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 하지 않던가.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빈한 선비라면 결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올곧은 선비는 지조를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다.

       

       

       

       

      *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步섭中庭月진人 梅邊行요幾回巡

      夜深坐久渾忘起 香滿衣巾影滿身

       

      섭(足+攝의 오른쪽,나막신 섭) 진(走+珍의 오른쪽,좇을 진)

      요(堯자에 책받침 변,두를 요)

       

      뜰을 거니로라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네.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글 / 퇴계 이황

       

       

      * 無 題

       

       

      桑楡髮已短 葵藿心猶長

       

      늙은 나이라 머리칼 짧아지고

      해바라기 닮아서 마음은 장하다.

       

      山家雪未消  梅發春宵香

       

      산집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데

      매화꽃 피어 봄밤이 향기롭다.

       

       ㅡ 만해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