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이야기
* 桐 千 年 老 恒 藏 曲
梅 一 生 寒 不 賣 香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며
항상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결코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
매화는 다섯 장의 순결한
백색 꽃잎을 가진 아름다운 꽃이다.
그러나 꽃이 피면 오래도록
매달려 있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다.
미인박명이라 했던가!
매화 또한 덧없이 피었다가 지고 마는 것이
미인의 모습 같다고 하여
옛 시가에서는 미인에 곧잘 비유되곤 한다.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것이 매화잠(梅花簪)이다.
머리에 꽂아 일부종사의 미덕을
언제나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축일에 부녀자가 머리에 매화를
장식(梅花粧)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추위속에서 오히려 맑은 향을 주위에 퍼뜨리는 모습에서
외세의 억압에도 굽히지 않고 불의에 물들지 않으려는
선비의 기질을 본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松)와 대나무(竹)
그리고 매화(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시인묵객들의 작품 소재로 즐겨 다루어 졌다.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상(靑孀)스럽지가 않다.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그야말로 격조있는 꽃이 바로 매화다.
그래서 옛날에 장원급제하면 머리에 매화를....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 하지 않던가.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청빈한 선비라면 결코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올곧은 선비는 지조를 자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다.
*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步섭中庭月진人 梅邊行요幾回巡
夜深坐久渾忘起 香滿衣巾影滿身
섭(足+攝의 오른쪽,나막신 섭) 진(走+珍의 오른쪽,좇을 진)
요(堯자에 책받침 변,두를 요)
뜰을 거니로라니 달이 사람을 좇아오네.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글 / 퇴계 이황
* 無 題
桑楡髮已短 葵藿心猶長
늙은 나이라 머리칼 짧아지고
해바라기 닮아서 마음은 장하다.
山家雪未消 梅發春宵香
산집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데
매화꽃 피어 봄밤이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