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 깨달음이 있다

2010. 3. 3. 21:00불교(당신이 주인님입니다)/발심수행장·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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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깨달음이 있다

 

“진실을 떠나서 따로 우리 생활의 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 그대로가 진실한 것이다.

어떻게 진실을 깨닫는 길이 멀리 있다고 하는가?

각각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 때 진실이 있다.

어떻게 성스러운 길이 멀리 있다고 하는가?

생활 그대로가 진실이라는 것을 터득하면 그가 바로 성인이다.”

 

중국의 승조(383∼414) 스님이 하신 말이다.

그는 처음에 노장의 학설을 좋아하였으나 뒤에 『유마경』을 읽고 나서 불교에 귀의하였다.

승조대사는 서역 출신으로 경전 번역에 힘쓴 구마라지바 밑에서 역경에 이바지하였다.

그의 저술로 『조론』이 있는데, 위의 글은 거기에 나오는 말씀이다.

 

우리는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을

1900년대 중반에 시작해서 2000년대에 와서야 결실을 보았다.

그나마 노고에 비해 쓰임새가 적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중국의 역경승 구마라지바나 현장, 법현 스님 등이 번역할 때는

번역을 책임지는 훌륭한 스님이나 학자 밑에

외국어, 중국어, 사회, 문화, 의식, 유학, 노장사상 등 여러 분야에 걸쳐서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사람 수십 명이 같이 꾸며졌다.

이들이 서로 토론하여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아내

가장 알맞은 문장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그래서 수백 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 다른 나라에서도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의 많지 않은 지원과 불교계의 부족한 관심,

그리고 관련 학문의 전공자가 부족한 까닭에

 혼자 또는 몇 사람만으로 경전을 번역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승조 스님의 말처럼

“생활 그대로가 진실이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알 때 진실을 알게 되며,

생활 그대로가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를 일러서 성인”이라고 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29년 동안을 세속 생활을 하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가를 하셨다.

출가하여 당시의 유명한 사상가인 웃다가라마뿌타와 아라라깔라마의 지도를 받아서

생각이 끊어지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렇지만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지 못했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행 수도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진리를 위해 몸을 돌보지 않는 엄청난 고행에 들어가

6년여를 정진했으나 역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고행과 쾌락에 빠지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 씨앗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서

보리수 아래에 자리를 깔고 나름의 수행정진을 한 것이다.

일주일간의 명상 수행 끝에

‘이 세상 모든 존재와 현상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어떤 존재와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는

연기緣起의 진리를 깨달아서 부처님이 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연기의 진리는 이른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으며,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나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진다’고 하는 관계성의 법칙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 진리는 누가 만든 것도 아니고,

누구나 알기만 하면 그 법의 주인이 되어 부처가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기에 누구나 깨달음을 얻으려고 열심히 정진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것은 “연기를 보면 나를 보고, 나를 보면 연기를 본다.”는 말씀에 잘 나타나 있다.

 

어떠한 존재나 현상도 반드시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는

부처님의 말씀은 곧 생활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생활불교나 생활수행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부처님께서 29년 동안을 세속생활을 했고,

출가하여 두 사람의 수행자에게 공부를 하고

6년 동안의 고행을 한 것의 결과가 깨달음을 얻게 하지는 못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행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씀이 아니라 최후의 수행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활발한 세속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깨달음에 대한,

아니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깨달음을 얻겠다는 철저한 의지도 없었을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수행자에게 배운 것도 부처님의 차제법문次第法門에 자주 등장하며,

고행 또한 수행의지를 북돋우며 수행할 때 생기는 몸과 마음의 변화,

특히 심리적 혼란이나 산란 상태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음이 틀림없다.

그래서 오늘의 수행자들도 장좌불와의 수행을 하는 것이다.

 

승조 스님이 강조한 생활 속에서의 진리 찾기는

부처님의 연기사상에서도 긍정하고 있는 말씀이다.

재가 불자들은 스님들처럼 출가수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수행정진을 해야 하는데,

부처님의 연기사상과 합치되는 승조 스님의 말씀은 참으로 좋은 귀감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 속에서 얻는 깨달음!

이 얼마나 좋은가?

어린왕자의들꽃사랑마을

 

 

 

 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 기울이면


3월은

겨울 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틔우는 대지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